도선인대화방

춘곡의기차여행

이모르 2021. 1. 2. 05:32

 

 

 

춘곡의 글입니다

 

오랜만의 기차여행이다. 습관대로 차를 끌고 다녀 오려하였으나 가족들의 만류와 기차표의

强制豫買로 자의반 타의반에 의한...

아침 8시30분 서울역발 새마을 열차를 타기위하여 새 驛舍로 가는 길에 舊역사는 아직 공사중인지 마치 廢家와도 같은 모습이다 깨어진 유리는 너덜 거리는 합판으로 대충 가려둔채이고..

새 驛舍를 들어서니 우선 마음에 드는 것 하나, 待合室이라는 漢字표기 위에 한글로 “맞이방”이라는 새로운 표현은 산뜻한 기분을 더해주고, 잠시 둘러본 주위는 개찰구에 고속철도 개통에 대비한 듯 공항에서 본 듯한 개표기(?)가 설치 되어있으나 아직 사용은 않고...맞이방에는 걸레가 부착된 조그만 밧데리카로 疾走(?)하며 청소하고..

옆자리에 혹시나 미녀가.. 하는 실없는 기대는 당연히 빗나가 휴대한 책 보기와 잠을 청하기를 반복 하다 무심코 차창 밖으로 던진 시선에 들어 온 것은 ‘노근리농산물창고’라 써있는 조그만 건물, 아하, 내가 지나는 이곳 철로 아래 어느 굴다리에서 50여년전 수많은 생명이.. 하는 상념을 쫓아내는 것은 이 곳 영동부터 김천 부근까지 평지, 경사지를 막론 하고 들어선 많고 많은 포도밭들.. 칠레의 값싸다는 포도, FTA등 갖가지 주제넘은 걱정들이 스쳐가는데

들려오는 차내 방송은 내가 전에 듣던 말투가 아닌 훨씬 마음에 드는 것으로 종전의 방송을 기억속에서 재구성하여 지금의 방송과 비교하면

종전 방송 : 當 列車 (어떠 어떠한 사유로) 徐行하고 있습니다

지금 방송 : 우리열차는 (어떠 어떠한 사유로)천천히 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발전 하고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면 과장일까...

 

열차는 나의 목적지 창원을 목전에 두고 진영에 정차. 옆자리 남녀의 대화

여자(표준말로) : 진영이 市인가?

남자(경상도말로) : 아니다 김해시 진영읍이다

여자(표준말로) : 읍에 새마을이 왜 서나.. 노무현이 고향이라 그런가?

남자(경상도말로) : 아니다 원래 섰다

나( 속으로): 호남선 새마을은 읍도 안되는 곳도 스던데...

 

창원역 驛舍는 도청소재지 역사 치고는 아마 제일 초라한 역사일 듯 단층 팔각기와집(간이역을 겨우 벗어난 수준)이고.. 귀경길이야기는 다음에..

 

창원 역에서 목적지 거래처까지는 택시로 약5000원의 거리.

재벌의 계열사였던 그 곳은 얼마 전 주식 지분 100%를 독일회사가 인수하였기 어떤 변화가 있나하는 주의를 기울였으나 변 한 것이라고는.. 전에는 공항버스 터미널까지는 회사차로 모셔다(?) 주었건만 이제는 그냥 “안녕히 가십시오” 하는 인사 뿐..

‘이런 괘씸한 놈들’ 속으로 중얼거리며 정문을 나섰으나 공단지역에 간간히 지나가는 화물차뿐 택시잡기는 수월한 일이 아니었고,

오후5시28분 예매한 기차 시간 까지는 두 시간 여의 여유가..늦은 점심과 목욕으로 시간 보내고

주중 기차표의 예매는 쓸데없는 헛일인지 듬성듬성 빈자리.. 내 옆의 빈자리는 김천에 이르러서야 임자를 맞는데, 한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고 정지용의 싯귀 처럼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그런 여자.. 자리에 앉자마자 핸드폰을 꺼내 열심히 주무르는 데 의자를 뒤로 젖히고 호기심에 슬쩍 곁눈질 해보니 문자 메세지 작성 중.. 내용인즉 ‘자기야 지금 김천 출발 한다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아 ..." 곧이어 이어지는 통화내용은 아이에게 언니 말 잘 듣고 있으라는 내용 등.. 못 볼 것, 못 들을 것을 보고 들은 듯한 기분은 마치 무슨 지저분한 물건이 옆에 있는 듯한 착각에 행여 그 여자와 옷깃이라도 스쳐 오물이 묻을까봐 창 쪽으로 잔뜩 웅크린 자세로 수원까지 오는 고행은 잠도 안 오고 어두운 차창 밖만 바라보는데

아마도 천안쯤인가 분명 내륙지방을 달리고 있는 차창 밖에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된 帆船이 나타나 보니 한 껏 멋 부리고 치장한 대형 레스트랑 인 듯..‘돈 쳐 들여 만들어 놓았군’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회 되면 아이들 데리고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 먹고 마시고 즐기고 하는 천박한 문화에 찌든 것은 내 옆자리 여인네 뿐 아니고 나, 너 모두의 공통된 현상이라는 느낌...

누가 이 옆자리의 여인을 돌로 칠 수 있을까?

좌우간 열차는 또 ‘천천히 가는’ 구간이 있어 갈 때와 같이 정시보다 10분 연착.. 집에 오니 벌써 11시가 넘었더라는 시시한 이야기로 열차 이야기는 끝이라는 말씀

 

 

곁눈질 해 본 여인네의 문자 메세지에는 하트 모양이 한 다섯개는 그려 졌었는데 여기에 입력 하는 방법을 몰라서 생략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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