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곡의 글입니다
업무상 창원에 갈일이 있어 애초 계획은 차를 끌고 가려했으나 왕복 근 1,000Km를 하루에 운전 한다는 것에 자신을 잃어 택한 교통편이 항공편이었는데,
몇 년 만인지 기억도 없는 항공기 탑승을 하고 보니 너무도 좁은 자리에 창가도 아닌 통로쪽 자리에 앉았는데, 통로 건너편 앞,뒤로 다른 승객이 와서 자리 잡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
옛날 거리에서 흔히 보던 손은 오그라들고, 코는 내려앉은 나병 환자들이 두명이나..
공연히 찜찜해지는 기분이 들던 차 비행기는 이륙을 하려하고 모두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 멘트에 그 두 나병 환자는 오그라든 손으로 벨트를 잡아당기고 애를 쓰고 있었는데,
그 때 여 승무원은 미소 띈 얼굴로 다가와 그 손을 잡으며 벨트를
매어 주는 것이 아닌가...
문둥이가 옆에 앉았다고 내심 찜찜해 하던 내가 부끄러워지고
별로 예쁘게 보이지도 않던 그 여승무원이 천사로 보이기까지
하는 것은 나의 과민일까..
나병 환자에 대해 잠시라도 편견을 품었던
나 자신을 반성 하는 의미에서 음료 등을 서비스 할 때
그 나병 환자의 손을 잡았던 손으로 주는 것이기에 먹기
싫은 커피도 청해 마시고, 덤으로 생수도 청해 마시고
그러는 사이 마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처럼 덜컹
거리던 비행기도 김해공항에 도착하여 일부러 반성의 의미로
두 나병 환자 사이에 끼어 좁은 비행기 복도를 걸으며
다시 한 번 그 천사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며 바쁜 걸음을 재촉 하였지요
'도선인대화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의변/춘곡 (0) | 2021.01.03 |
---|---|
만성대기 (0) | 2021.01.02 |
북한산계곡(해변의길손) (0) | 2021.01.02 |
그래도아네모네는피었다 (0) | 2021.01.02 |
호저의딜레머 (0) | 2021.0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