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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계곡그리고꽃밭
이모르
2021. 6. 30. 10:13
사는 동네를 사랑합니다 5분내 북한산 자락길 로 걸어 정릉 계곡 등산로 까지 이어지는 숲길엔 생태공원에 조성된 아름다운 꽃밭의 꽃들 그리고 야생 망초꽃에 앉아 꿀을 빠는 나비와 벌을 만날 수 있고 숲에선 각종 새들이 노래하고 운좋운 날엔 토종 다람쥐도 볼수 있습니다
북한산 정릉탐방소에서 칼바위 능선으로 오르는 계곡 숲길 나뭇잎이 없는 겨울부터 초봄까지 딱따구리 박새 직박구리 동고비 곤줄박이 등은 먹이를 주면 바로 앞까지 와서 재롱을 떨지요 특히 박새와 곤줄박이는 손바닥까지 날라와 먹이를 채갑니다
6월 막바지 신록 新綠을 대하며 매일 자락길과 정릉계곡을 걷습니다 한바퀴 돌면 12.000보 허나 요즘은 단축해서 꽃밭에서 놀때가 많지요 숲길과 야생화를 보며 이런말이 떠오릅니다 綠陰芳草勝花時 초여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로 '우거진 나무 그늘과 향기로운 풀이 꽃보다 나은 때'라는 뜻이지요. 과연 숲은 의사 없는 병원으로 마음과 육신을 깨끗하게 해 줍니다
6월의 달력
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
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산위에서/이해인
그 누구를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묻으려고 산에 오른다
산의 참 이야기는 산만이 알고
나의 참 이야기는 나만이 아는 것
세상에 사는 동안 다는 말못할 일들을
사람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품고 산다
그 누구도 추측만으로 그 진실을
밝혀낼 수 없다
꼭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기 어려워 산에 오르면
산은 침묵으로 튼튼해진 그의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준다
좀더 참을성을 키우라고 내 어깨를 두드린다
6월/박인걸
동해 바다가 서울 하늘에 출렁이고
찰랑대는 파도가 거품을 뿜으며
관악산과 북한산 멧부리를
산뜻하게 씻어내고 있다.
새빨간 장미꽃이
겹겹이 입술을 곱게 다문채로
벽돌 담장을 휘감으며
염낭처럼 앙증맞고 색스럽게 피어날 때
내 가슴은 어지럽게 흔들린다.
진초록 풀잎들이
짙은 풀 냄새를 풍길 때면
무지갯빛 야생화 끝없이 출렁대던
향수 어린 고향 들녘을 떠올리며
마음은 산골 들판을 내달린다.
감자 꽃이 비탈 밭에 출렁대고
보리 이삭 누렇게 물결치며
녹음 깊은 숲속에는 뻐꾸기 종일 울어
무엇하나 모자람이 없던
그 마을이 눈앞에 어른댄다.
어리지 않은 소녀와
맑은 강가에 앉아 마주볼 때
설레는 가슴을 억제하며
흐르는 강물에 돌팔매질을 하던
그 때 그 소녀는 지금 어디 있을까.
6월의 뜨거운 햇살은
잠자던 내 가슴에 불을 지피며
지난날의 고운 추억들을
한꺼번에 실어 나르고 있다.
신록(新綠)이여 / 박얼서
푸르름을 되찾은 산천초목이여
짙푸른 지붕이여, 푸른 날개여
멈출 수 없는 발길이여, 나의 노래여
오월을 출산한 천지창조여.
나 하나 꽃 피어 - 조동화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
花園帶鋤 - 강희맹
荷鋤入花底 - 하서입화저
理荒乘暮回 - 이황승모회
淸泉可濯足 - 청천가탁족
石眼林中開 - 석안림중개
호미 메고 꽃 속에 들어가
김을 매고 저물 무렵 돌아오네
발 씻기에 참 좋은 맑은 물이
숲 속 돌 틈에서 솟아나오네 *
꽃밭에 서면 - 이해인
꽃밭에 서면 큰 소리로 꽈리를 불고 싶다
피리를 불듯이
순결한 마음으로
꽈리 속의 자디잔 씨알처럼
내 가슴에 가득 찬 근심 걱정
후련히 쏟아내며
꽈리를 불고 싶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동그란 마음으로
꽃밭에 서면
저녁노을 바라보며
지는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싶다
남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하고
나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받고 싶다
꽃들의 죄 없는 웃음소리
붉게 타오르는
꽃밭에 서면 *
꽃밭 - 김수복
꽃밭 하나를 갖고 싶다.
힘이 자꾸 빠지는 흐린 봄날에는
작은 꽃밭 하나만이라도
갖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
이리저리 벌떼들이 잉잉거리는 오후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는
작은 꽃밭 하나를 갖고 싶다.
물을 뿌리고 희망을 키우는
절망하지 않는 작은 꽃밭 하나를
흐린 봄날에는 갖고 싶다.
한 여름 숲에서
상수리나무 어우러진 숲에는
뻐꾸기 뚜엣이 긴 여운을 남기고
산나리 꽃 외로이 핀 산등성에는
뭉게구름 한가롭게 떠 있다.
짙은 색깔의 잎 새들 사이로
여름 햇살이 간신히 비껴들고
지향 없이 달려온 골바람도
여름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
이파리 빈틈없이 채워진 숲에는
포만감과 자긍심이 충만하고
싱그러운 생풀들의 짙은 향기가
향수 원액(原額)보다 농농하다.
젊은 시절의 활화산 같던 내 꿈은
물푸레나무 진액보다 더 끈적였고
뜨겁게 달구던 청춘의 사랑은
쪽 동백나무 잎보다 더 푸르렀다.
숲은 사춘기처럼 풋풋한데
노인은 병든 잎처럼 시들어가니
불끈불끈 일어서는 나뭇가지 아래서
고독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산길에서 - 김귀녀
산길을 걷는다
코와 입을 막았던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양팔을 벌려 심호흡을 한다
얼마 만에 마셔보는 신선한 공기인가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머리 윗부분을 손끝으로 톡 톡
두들겨 본다
콧물이 나와도
머리만 따끈해도
코로나 공포증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인가
우리에게 다가온
지금의 현실이 믿겨지지가 않는다
코로나 19로 만사가 힘 빠져 있을 때
가끔 거침없이 펼쳐져 있는 울창한
태초의 숲에서 기운을 받는다
신이 인간을 창조하실 그 때는
두 손 두 발로 자연과 더불어
살라 하셨지만 우리는 무한한 꾀로
신의 목적에 반대 되는
삶을 살았다
선사시대, 갈대숲이 있는 움막 속에서
비와 바람과 더불어 자연 속에서 살았던
그 때의 그 삶을 생각해 본다.
지구를 정화시키기 위해서일까?
오늘도 코로나는
잠시도 멈춤 없이
필터 역할을 하고 있다
들꽃은 말한다 / 정심 김덕성
독소를 들어내며
불타는 듯이 쏟아 내는 냇가
들꽃을 만나다
초록빛 싱그러움
깊어 갈수록 짙어지면서
곱게 들어내며 피어난 들꽃
이런 골짜기에서 피었을까
예쁜 얼굴인데
타들어가는 듯싶은 더위
그래도
쉽게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강한의지
작고 이름 없이 살아도
미소지우며 기쁘게 사는 들꽃
나는 여름을 이기는
힘을 배운다
숲속에서/오 세 영
어떤 것은 예리한 도끼로 쳤고
어떤 것은 잔인하게 톱으로 싹둑
베어버렸다.
외진 숲속의 잘린 나무들,
아직도 나이테 선명하고 송진향 그윽한데
너는 일말의 적의도 없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 없이 세상에 베풀기만 하였구나.
살아서는 꽃과 열매를 주고
우리로 하여
푸른 그늘 아래 쉬게 하더니
어느 악한이 장작패서 불태워버렸을까,
어느 무식이 너를 잘라 불상을 새겼을까
그래도 모자람이 있었던지 너는
죽어버린 끌덩이에서조차
파아란 이끼를 키우고 또 다소곳이
버섯까지 안았구나
딱새, 벌, 산꽃, 다람쥐, 풀잎 심지어는
혀를 낼름거리는 꽃뱀까지도
왜 너와 더불어는 평안을 얻는지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소신공양이 따로 없느니
네가 바로 부처인 것을
내 오늘 산에 오르며 문득
자연으로 가는 길을 배운다.
그렇게 오래됨의 숲속에 있어도 단 하나 변하지 않는/장세일
그렇게 오래됨의 숲속에 있어도
단 하나 변하지 않는
마음의 헤아림은
먼저 바람이 되어 초록색의 신비함을 알게 된
마음속에 가져와야 하는
비가 내리는 고요함
그래서 빗방울들의 자신을 깨트린
피아노위에 보낸
여러 엽서는
보라색의 우표만 찾아 잘 보이는
제비꽃의 동그라미에게
숲으로 굴렁쇠를
반딧불이 켜는 불꽃이 되어 가져옵니다.
그래서 곳곳 마다 숨겨 져있는
노래의 처음 마디를 숲으로 이어주면
강물이 되는
연초록 생각을 기워
언제나 기다리는 봄과 마음의 중간 가까이
숲을 별빛으로
조급함만이 나무들의 키 크는 생각을 합니다.
순수의 비롯됨을 다시 생각하는 일
작은 것을 내어주고
마음에 빈 그릇에도
소낙비의 아침과 첼로의 화음을 넣어
휘파람 소리가
메아리 하나 숲에 있어
별이 찾아오는 시냇물이
그 시원함과 깊음은
당신의 마음에도 노래가 천년동안 들려옵니다.
이렇게 바람이 불어 좋은날
그런 숲처럼 흔들리며
마음의 크기에
노래를 심을 수 있는 밭을 다시 고랑을 파고
네모나게 줄을 그어
지줏대를 가지런히
숲과 흔들림이 있는 노래는 담쟁이를 올려봅니다
그래서 한잔에 익은
붉은 마음의 그림 속에 초대된
나뭇잎 흔들림과 초록색의 신비로움은 천개의 눈을 가지게 됩니다.
나무 시 모음> 강은교의 ´나무가 말하였네´ 외
나무가 말하였네/강은교
나무가 말하였네
나의 이 껍질은 빗방울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햇빛이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구름이 앉게 하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안개의 휘젓는 팔에
어쩌다 닿기 위해서
나의 이 껍질은 당신이 기대게 하기 위해서
당신 옆 하늘의
푸르고 늘씬한 허리를 위해서
나무의 철학/조병화
살아가노라면
가슴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깊은 곳에 뿌리를 감추고
흔들리지 않는 자기를 사는 나무처럼
그걸 사는 거다
봄, 여름, 가을, 긴 겨울을
높은 곳으로
보다 높은 곳으로, 쉼없이
한결같이
사노라면
가슴 상하는 일 한두 가지겠는가
나무/김종상
목불木佛이 되어
연화좌에 모셔진 것도
장승이 되어
동구 밖을 지켜선 것도
나무입니다
죽어서 다시 사는 나무.
책상이 되어
공부를 도와주는 것도
기둥이 되어
추녀를 떠받치는 것도
나무입니다
죽어서 큰일을 하는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