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치자꽃 설화(치자꽃향기 이창림)

이모르 2021. 8. 18. 09:37

 

치자꽃을 보면 순백의 신부 드레스가 생각납니다 흰 드레스 면사포 쓰고 향기롭게 다가와 내게 팔장을 끼었던 신부 그녀는 아직도 내옆에 있습니다 치자꽃 향기는 자스민 향기와 비슷 하다 하는데 취해 버릴 정도로 향기가 진합니다 치자꽃 말은 청결 순결 행복 한없는 즐거움입니다

 

 

 

 

치자꽃설화/박규리

 

사랑하는 사람을 달래 보내고

돌아서 돌계단을 오르는 스님 눈가에

설운 눈물방울 쓸쓸히 피는 것을

종탑 뒤에 몰래 숨어 보고야 말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법당문 하나만 열어 놓고

기도하는 소리가 빗물에 우는 듯 들렸습니다.

밀어내던 가슴은 못이 되어 오히려

제 가슴을 아프게 뚫는 것인지

목탁소리만 저 홀로 바닥을 뒹굴다

끊어질 듯 이어지곤 하였습니다.

여자는 돌계단 밑 치자꽃 아래

한참을 앉았다 일어서더니

오늘따라 엷은 가랑비 듣는 소리와

짝을 찾는 쑥국새 울음소리 가득한 산길을

휘청이며 떠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젖은 어깨를 보며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

한 번도 그 누구를 사랑한 적 없어서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가난한 줄도 알 것 같았습니다.

떠난 사람보다 더 섧게만 보이는 잿빛 등도

저물도록 독경소리 그치지 않는 산중도 그만 싫어,

나는 괜시리 내가 버림받는 여자가 되어

버릴수록 더 깊어지는 산길에 하염없이 앉았습니다

 

치자꽃 설화에 부쳐 / 김 영숙

사랑이 서럽기야 했겠습니까

다 영글지 못한 인연으로 만나져

내도록 눈썹 밑에 달라붙은 채

눈을 감으나 뜨나 발그림 그리고 섰는

미련이 그리움인 까닭입니다

내 전생에 어찌 살아

만나는 인연마다 골이 패이고

설익은 목탁소리에 속 울음을 묻는 것인지

아무런 답을 들려 보낼 수 없었던

업장이 서러웠던 까닭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번민은 아닙니다

안고 싶은 그 사랑을 밀어내며

힘 풀리어 매달리던 무거운 두 팔

승속을 흐르는 일주문 달빛에 젖어

좀체 떨어지지 않던 한 쪽 다리입니다

정작 서러운 것은, 법당을 서성이다

열린 법당문을 빠져나가던 경종소리 쫓아

인연하나 변변히 맺지도 못하면서

변변하지도 못한 인연하나 못 놓아

산문을 되돌리던 복 없는 영혼이었습니다

 

치자꽃 설화는

스님과 보살 사이에 이루어 질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야기 입니다 그 사랑을 훔쳐보는 또 한 사람의 여인의 마음이 담긴 시 인데요. 그 한 여인이 박규리 시인입니다.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레일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 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오

 

치자꽃 - 이해인

 눈에 익은 어머니의

옥양목 겹저고리

젊어서 혼자된

어머니의 멍울진 한을

하얗게 풀어서

향기로 날리는가

 

'얘야, 너의 삶도

이처럼 향기오우렴

 

어느날 어머니가

편지 속에 넣어 보낸

젖빛 꽃잎 위에

추억의 유년이

흰 나비로 접히네

 

치자꽃의 꽃말은 한없은 그리움이다. ... 중국이 원산지인 열대 및 아열대 식물로서 치자(梔子)라는 이름은 열매의 모양이 타원형으로 옛날 술 단지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졌다 한다.

 

치자나무는 대한민국 전남과 제주도 남부지방에서 자라며, 키가 약 2~3m 정도 자라는 작은 관목입니다잎은 난형에 바소꼴이고 혁질이며 광이 나고 길이는 4~8cm, 마주 달리며 양면에 털이 없습니다꽃은 흰색의 통꽃이고 향이 강하며 6-7갈래로 갈라지고 수술은 6개 달리며 6월에서 7월에 가지 끝에 피고 봉우리는 길게 세운듯한 난형입니다열매는 액과로 길이가 안은 두 갈래로, 작고 노란 수십 개의 종자가 들어 있으며 길이 3.5cm이고 끝에는 6개의 긴 꽃받침이 남아 있고 황홍색으로 9월에 익는다.합니다(위키백과)

 

치자곷 향기/이창림 작사 작곡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