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상사화에대한시모음(조관우 꽃밭에서)

이모르 2022. 1. 1. 15:32

 

2021년 추석

전북 고창군에 있는 선운산 대지를 붉게 물들인  선운산 꽃무릇은 9월 초에서 중순 무렵에 꽃대가 솟아납니다하순부터는 붉은 꽃이 제모습을 드러냅니다.

개화 기간이 길어봤자 2주 정도밖에 되지 않는 꽃무릇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꽃무릇은 큰 특징을 지니지요.

 

다른 식물과는 다르게 꽃이 진 후에야 잎이 돋아나기 때문에 한뿌리에서 난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합니다.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으로 표현되는 꽃무릇은 이러한 이유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습니다.

 

2021년 추석에 산인 이재삼은 고향 선운사에 들러 꽃무릇을 촬영 하였습니다

 

오래전 평보도 선운사 꽃 무릇을 보러 갔지요 도솔천을 따라 걷는데 온통 붉은 꽃무릇 세상 비(雨) 온뒤 수량이 풍부한 도솔천은 환상적이 였지요 물봉선화 층층꽃 구절초 등도 여울려  고색찬란한 선운사 와 어울려 절경을 연출 하였습니다

 

선운사 꽃무릇/평보

선운사 상사화/정호승

 

선운사 동백꽃은 너무 바빠

보러 가지 못하고

선운사 상사화는 보러 갔더니

사랑했던 그 여자가 앞질러가네

그 여자 한번씩 뒤돌아볼 때마다

상사화가 따라가다 발걸음을 멈추고

나도 얼른 돌아서서

나를 숨겼네

 

선운사 꽃무릇/평보

 

이하 산인 이재삼의 산행기록 

 

상사화/이삭빛

 

가지 마셔요

가지 마셔요

사랑이라는 슬픔에

기댈  없어요

 

가지 마셔요

몸은 가도 마음은 가지 마셔요

 

그대보내는  마음

그대는 몰라요

 

 눈물이 산처럼 쌓여 별이 되어도

그대 사랑하는  변할  없어요

 

가지 마셔요

가지 마셔요

 

사랑이라는 외로움에

기댈  없어요

 

가지 마셔요

몸은 가도 마음은 가지 마셔요

 

그댈 위해 온전히

그대가 되어

그리움처럼 꽃처럼 살아갈게요.

 

 

상사화/김하리

 

사랑아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느껴 보지도 못했지만

그리움으로 잎 열면

대궁 속 깊이 깊이

비가 차오른다.

 

하냥 길어진 목

기다리다 지쳐

, 미처 꽃 피우기도 전에

피어 오른 잎 사이로

사랑은 사위고

그냥 먼발치서

지켜보는 사랑아

 

짝사랑도 사랑이려니

한 여름 여섯 꽃잎

활짝 피걸랑

내 입술이며

내 가슴인 줄 알아주어요

다시 비 오고 꽃잎 떨어지걸랑

내 눈물이며 내 몸인 줄 알아주어요

 

 

相思花)/구재기

 

내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다

지나는 바람과 마주하여
나뭇잎 하나 흔들리고

네 보이지 않는 모습에
내 가슴 온통 흔들리어

네 또한 흔들리리라는 착각에
오늘도 나는 너를 생각할 뿐

정말로 내가 널 사랑하는 것은
내 가슴속의 날 지우는 것이다 *

 

상사화/홍해리

 

내가

마음을 비워

네게로 가듯

너도

몸 버리고

마음만으로

내게로 오라

너는

내 자리를 비우고

나는

네 자리를 채우자

오명가명

만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

마음의 끝이 지고

산 그늘 강물에 잠기우듯

그리움은

넘쳐넘쳐 길을 끊나니

저문저문 저무는 강가에서

보라

저 물이 울며 가는 곳

멀고 먼 지름길 따라

곤비한 영혼 하나

낯설게 떠도는 것을

 

 

상사화/ 나호열   


  하행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회덕인터체인지에

호남고속도로로 접어들어 논산, 익산,

고개 숙인 만경

슬쩍 곁눈질하고 김제나 태인

그렇지 않으면 정읍에

고창, 영광 쪽으로 빠져

이십칠 킬로 선운사 앞마당

 

사랑, 사랑 말들 많지만

전국 사랑을 볼 수 있다기에
동백꽃 지고 잎만 푸르른 날을 골랐네
 

봄이면 수줍은 듯 가녀린 이파리 몇 촉 올라오고

시들고 한참 뒤 그자리에 더 수줍은 꽃이

피어 무엇이 몸이고 마음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데

잎 지고 꽃 진 자리 서
성거리는 한여름 늘어진

두 그림자 우리가

그런 사랑 아 닌가 정말 아닌가

 

상사화 - 이명수  

 

속내를 드러내지 말라고

아리고 쓰려도 감추고 살라고

귓속말로 타일렀건만

배롱나무 꽃 진 자리

붉은 속살 들키고 마는 걸

어찌하랴

죽어도 끝내 병이 될 바에야

살아서 한철

주체할 수 없는 화냥기로

제살 태워 몸이라도 풀고 가야지

 

꽃무릇 /박종영


꽃무릇 너
상사화 흉내 내듯
온통 붉은 울음으로 그리움이다

그냥 임을 가늠하고 솟아올라도
꽃대는 푸른 잎 감추고 너를 이별하고

네 생애 단 한 번도
찬란한 얼굴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슬픔으로
붉은 눈물 뚝뚝
지상에 흩뿌려 한이 되것다

오늘도 강산은 핏빛이네

하늘빛 싸리꽃 너머
흔들리는 억새 춤을
불타는 네 가슴에 안겨주랴

 

석산꽃 /박형준 


한 몸 속에서 피어도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무덤가에 군락을 이룬다

당신이 죽고 난 뒤
핏줄이 푸른 이유를 알 것 같다
초가을
당신의 무덤가에 석산꽃이 가득 피어 있다
나는 핏줄처럼
당신의 몸에서 나온 잎사귀

죽어서도 당신은
붉디붉은 잇몸으로 나를 먹여 살린다
석산꽃 하염없이 꺾는다
꽃다발을 만들어주려고
꽃이 된 당신을 만나려고

 

시(詩)를 찾아서/정희성  

말이 곧 절이라는 뜻일까
말씀으로 절을 짓는다는 뜻일까
지금까지 시를 써오면서 시가 무엇인지
시로써 무엇을 이룰지
깊이 생각해볼 틈도 가지지 못한 채
헤매어 여기까지 왔다
경기도 양주군 회암사엔
절 없이 절터만 남아 있고
강원도 어성전 명주사에는
절은 있어도 시는 보이지 않았다
한여름 뜨락에 발돋움한 상사화
꽃대궁만 있고 잎은 보이지 않았다
한 줄기에 나서도
잎이 꽃을 만나지 못하고
꽃이 잎을 만나지 못한다는 상사화
아마도 시는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인 게라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마음인 게라고
끝없이 저잣거리 걷고 있을 우바이
그 고운 사람을 생각했다

 

 

슬픔의 힘 /권경인

남은 부분은 생략이다 

저 물가, 상사화 숨막히게 져내려도 

한 번 건넌 물엔 다시 발을 담그지 않으리라 

널 만나면 너를 잃고 

그를 찾으면 이미 그는 없으니 

십일월에 떠난 자 십일월에 돌아오지 못하리라

 

번뇌는 때로 황홀하여서 

아주 가끔 꿈속에서 너를 만난다 

상처로 온통 제 몸 가리고 서 있어도 

속이 아픈 사람들의 따뜻한 웃음 

오래 그리웠다

 

산을 오르면서 누구는 영원을 보고 누구는 순간을 보지만 

애써 기다리지 않아도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온다 

사람이 평생을 쏟아부어도 이루지 못한 평화를 

온몸으로 말하는 나무와 풀꽃같이 

그리운 것이 많아도 병들지 않은 

무욕의 정신이여

 

그때 너는 말하리라 

고통이라 이름한 지상의 모든 일들은 

해골 속 먼지보다 가볍고 

속세의 안식보다 더한 통속 없으니 

뼈아픈 사랑 없이는 

어떤 하늘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

 

기다리지 않아도 마침내 밤이 오고 

마지막 새소리 떨어져내릴 때 *

 

 

상사화/이해인  

아직 한 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로여야 할까요?


오랜 세월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에게 말하는 법을 배웠고

어둠 속에서

위로 없이도 신뢰하는 법을 익혀왔습니다


죽어서라도 꼭 당신을 만나야지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함을

오늘은 어제보다 더욱 믿으니까요 *

 

무인도 /도종환 

 

너의 운명은 네 성격 탓이었으리라
육지의 발끝에라도 달려가 붙어 있거나
아니면 물 속으로 차라리 잠겨 버릴 일이지
이만큼 거리를 두고 외따로 떨어져
댓잎으로 바람 향해 울을 치고
아침바다같은 것들만 네게 오게 하는 것이
오지 못하게 한 것들로 한없이 외롭게 사는 것이

너의 운명은 네 고집 탓이었으리라
떠나온 곳에 대한 사랑을 완전히 버리거나
아니면 네 기슭에 인가 몇 채라도 지어
고즈넉한 사람 한둘쯤은 살게 할 일이지
제 깊은 곳에 상사화 몇 포기 자라게 하고
저녁마다 언덕 위에 왕달맞이꽃 키우면서도
바위너설이 물살에 다 문들어지도록 홀로 사는 것이

부드러운 네 고집 탓이었으리라
댓잎같은 네 성격 탓이었으리라 *

 

 

작은 위로 /이해인

잔디밭에 쓰러진

분홍색 상사화를 보며

혼자서 울었어요

 

쓰러진 꽃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라

하늘을 봅니다

 

비에 젖은 꽃들도

위로해주시구요

아름다운 죄가 많아

가엾은 사람들도

더 많이 사랑해주세요

 

보고 싶은 하느님

오늘은 하루 종일

꼼짝을 못하겠으니

 

어서 저를

일으켜주십시오

지혜의 웃음으로

저를 적셔주십시오 *

 

 

 

그리다/마크툽 이라온

 

사랑이 왜 이리 고된가요
sarangi wae iri godoenggayo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ige matneunggayo naman ireonggayo

고운 얼굴 한 번 못 보고서
goun eolgul han beon mot bogoseo

이리 보낼 수 없는데
iri bonael su eomneunde

사랑이 왜 이리 아픈가요
sarangi wae iri apeunggayo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ige matneunggayo naman ireonggayo

하얀 손 한 번을 못 잡고서
hayan son han beoneul mot japgoseo

이리 보낼 순 없는데
iri bonael sun eomneunde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험한
dasi doraol su eomneun geu heomhan

길 위에 어찌하다 오르셨소
gil wie eojjihada oreusyeotso

내가 가야만 했었던 그 험한
naega gayaman haesseotdeon geu heomhan

길 위에 그대가 왜 오르셨소
gil wie geudaega wae oreusyeotso

기다리던 봄이 오고 있는데
gidarideon bomi ogo inneunde

이리 나를 떠나오
iri nareul tteonao

긴긴 겨울이 모두 지났는데
ginggin gyeouri modu jinanneunde

왜 나를 떠나가오
wae nareul tteonagao

 

상사화

 

꽃무릇과상사화의 차이점 

 

석산이라고도 부르는 꽃무릇은 수선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서해안과 남부지방의 사찰 근처에 주로 분포합니다. 초가을에 붉디붉은 꽃을 피우고 잎은 꽃이 진 뒤 나와서 다음 해 5월쯤 진다고 합니다

 

꽃무릇

.상사화는 여름, 잎이 없는 꽃자루 위에 4~8송이씩 무리 지어 연분홍색 꽃을 피운다 합니다.

사진출처/외국포털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arrega-Eixea, 18521909)알함브라궁전의추억

 

스페인의 기타 연주자 및 작곡가인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클래식 기타 연주곡입니다. 1896년 타레가는 그의 제자이자유부녀인 콘차 부인을 짝사랑하여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였으나그녀는 타레가의 사랑을 거부하였습니다.

실의에 빠진 타레가는 스페인을 여행하다가 그라나다에 위치한 알함브라 궁전을 접하게 되고이 궁전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이 곡을 쓰게 되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스페인 낭만주의 음악의 꽃이라고 평가받으며타레가가 발전시킨 독특한 트레몰로 주법이 자아내는 신비로움과 서정적인 선율의 애절함이 일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클래식 기타 매니아라면 이 곡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합니다트레몰로하면 클래식 기타 매니아들은 십중팔구 이 곡을 떠올릴 정도라고 합니다트레몰로로만 이루어진 곡은 망고레의 최후의 트레몰로도 있습니다.

 

알함부라 궁전은 모로코계 이스람이 500년 동안 통치 하였던 이스람궁전

인데 마지막 술탄 이 이사벨 여왕에게 항복한 장소 입니다

 

 

짝사랑으로 표현되는 일방적 사랑이 위대한 음악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러나 맺에질 수 없는 사랑은 애절한 사연은 또 있지요 문학청년 단데에게 사랑을 불어 넣은 베아트리체” 1290년 연모하던 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깊은 좌절과 상심에 빠진 단데는 새로운 삶이란 책을 쓰게 되는데 세상을 떠난 베아트리체를 위한 애도의 글입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한 내세의 순례자가 되리라는 희망으로 글을 끝마칩니다

 

사진출처/외국포털

 

 

 

선운사 꽃무릇/조관우의 꽃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