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짝사랑에대한시모음(이문세옛사랑)

이모르 2021. 2. 17. 19:51

짝사랑/평보

 

협궤열차는 힘들게 고함을치며 연기를 내품고는

비탈진 모퉁이를 돌고 있었다.

장난감같은 조그만 이열차는 일제가 수탈한

여주.이천.쌀을 남양군도까지 수송하기위하여

인천.수원.이천.여주를 잇는 좁은열차를 놓았었던 것이다.

 

 

 

 

동네어귀를 지나는 이기차는 마을사람들에게때를 알려주는

시계역활을 하였다.새벽을 알리고 정오를알리고

저녁지을 준비를 예고하였다.

 

봉식은 모판을찢다 논뚝에올라 앉아 힘들게

이어가는 기차와 동리에 그림같이 피어있는

복사꽃.살구꽃을 무심히 지켜보며 공연히

심사가 뒤틀려 돌맹이를 집어들고는 냇가로 내질러 버렸다.

 

돌은 물막이 나무막으로 가득고여있어

고기들의 武陵桃源인 심오한 중심지에 波紋.을 일으키며

돌진해서 붕어와 메기 심지어 가물치 까지도 도망치기 바뿐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하여도 분통이 터진다 하는 것은 얼마를 않있어

잠자리에서나 밥을먹을때도 심지어 뒷간에서

볼일을 볼때에도 한시도 잊어본적이 없는 순임이가 시집을 가는 것이다.

 

순임이는초등학교 동창일 뿐 아니라 5리 정도떨어진 학교를 6년동안

매일 같이 다니던 동무가 아니던가.장마져서 물이불어나면 순임이를 엎고

또랑을 건넛으며 폭설로 발목까지 빠지는 논뚝길을 갈때는 순임이 책보를

대신등에 메고 손임을 잡아끌고 학교까지 가지 안았던가.순복이 형편이

어려워 도시락을 못 가져오면 자기 것을 주고 뒷동산 소나무밭에 올라

할 일없이 송충이만 잡아 짖이기지 안았던가..

 

하학길이면 보리밭에서 문둥이 나온다하여 무서워

손을 꼬옥 잡고는 숲길로 내질러 때까치 둥우리에 갓태어난 새끼를

숨죽이며 지켜보았고. 크로바핀 잔디밭 언덕에서 가마니속에 둘이 들어가

굴러가며 깔깔거리던 순임이가 순임이가 시집을 가는 것이다.

 

봉식이보다 5살위인 상구는 큰말에있는 이장집 작은아들이다.

그는읍내에서 고등학교를 나와서는 건달로 싸움판이나 기웃거려 마을에서

소문이 자자하던 그가 작년봄 부터인가 집에 내려와서 소일하더니

어느새 순임이를 후려내 동네 경사를 벌리는 것이다.

 

그런이유로 해서는 혼사가 발표된 후로 봉식이는

잠을 자도 잔것같지 않고

밥을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을뿐더러 일을해도

건성인 것이 딱히 죽을맛인것이다.

이것이 相思病임 이랴.

 

담장밑으로 水菊이 허드러지게 피어 저마다 고개숙여있는 순임이 집에

채앙이 처지고 칠보단장 한체 신부는 신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동네 맞은편 큰말 기와집에서 출발한 상식은 紗帽冠帶를 하고는

무개가마에 타고 거들먹거리고 신부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말을타고

가야하나 말이없으므로 지붕없는 가마를타고 가는 것이다.

 

 

 

 

 

 

신랑 가마행렬이 작은말 순임이집 가까이 있는 잔디밭 언덕을

지날 때 아까시아 나무 숲속에 숨어있던 장난꾼들이

잿꾸러미(집단을 태워 만든災를 종이에 사과만하게 뭉친것)를 퍼붓고 있었다,

이것은 경기도 이천지방의 오래된 풍습으로 신랑이 초래청에 입장하기전

악귀를 쫒는다는 의식으로 집안어른들이 많은 집안에선 심한장난을

못하게 가마를 따라 어른들이 護衛하고 따랐으며.신랑은 담요를

준비해서 잿꾸러미를 예방하였으나 오늘혼사는 동네잔치로 방심한

나머지 전혀 방비책을 준비하지 안은관계로해서 무지한 봉변을 하고 있었다.

 

장난꾼속에는 봉식이가 석여있었다.

정신없이 재를 맞다가 한 잿꾸러미 속에 밤알보다 조금큰 돌맹이가

들어있어 신랑의 이마를 강타했고 紗帽(옛날 결혼때신랑이 쓰던양옆에

뿔달린 모자)는 땅에뒹굴고.이마에 혹이 큰감자만 하게 되었으니

신랑인들 도저히 못참고는 가마에서 내려뛰어 채신도없이 장난꾼들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장난꾼들이래야 친구들아니면 아우들였는데.

 

 

 

 

 

 

거기에 놀래 제발저려 내닫기 시작한

봉식과 官服입은 상구는 쫒끼고

쫒고있었고 서슬에 놀란 과수댁 닭장 안에서

수탉이고 암탉이고간에

뒤엉켜 요란을 떨고 있었다.

 

봉식이 저토록 내닫는 것은 아마도

붕어가 놀란 돌이 틀림이 없는가보다

사랑은 혼자하는 짝사랑이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누가 말했던가?

 

 

 

 

1.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저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잊었노라고만 쓰자 

 

작자미상

 

이 시를 윤동주 시인의 편지 라고

알고 있는 분들이 계시던데

편지는 다른 시고

이 시는 작자미상이라고 하네요!

 

 

 

2.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먼 후일, 김소월

 

 

 

 

3.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 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낮은 곳으로, 이정하

 

 

 

 

 

 

4.

 

어느 이름모를 거리에서

예고없이 그대와 마주치고 싶다

그대가 처음 내안에 들어왔을때의

그 예고없음 처럼

 

헛된 바람, 구영주

 

 

 

 

5.

 

결말이 따듯한 한편의 소설속

너와 내가 주인공이길 바랐지만

너의 행복과 슬픔, 그리고 일생을 읽는동안

나는 등장하지 않았고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지문에 눈물만 묻혀가며

말없이 페이지를 넘길뿐이었다

소설속 나의 이름은 고작

'너를 앓으며 사랑했던 소년1'이었다

 

등장인물, 서덕준

 

 

 

 

6.

 

내가 가진 것을 주었을 때

사람들은 좋아한다

 

여러개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보다

하나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

더욱 좋아한다

 

오늘 내가 너에게 주는 마음은

그 하나 가운데 오직하나

부디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는 말아다오.

 

초라한 고백, 나태주

 

 

 

 

7.

 

너를

만난 날부터

그리움이 생겼다

 

외로움이란 이름이

따뜻한 시선이

찾아 들어와

마음에 둥지를 틀었다

 

나의 눈동자가

너를 향하여

초점을 잡았다

 

혼자만으론

어이할 수 없었던

고독의 시간들이

사랑을 나누는

시간들이 되었다

 

너는 내 마음의

유리창을 두드렸다

나는 열고 말았다

 

사랑의 시작, 용혜원

 

 

 

 

8.

 

문득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문득, 정호승

 

9.이 정도까지 사랑하는 것은 병이다.

그리고 나는 앓는 게 좋다.

 

'불가능' 中, 조르주 바타유

 

 

 

 

10.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한다고

벽에 이마를 대고

말하고 싶다.

 

'예감' 中, 박연준

 

 

 

 

11.

 

나는 연필이었고

그래서 흑심을 품고 있었다.

 

당신 마음에

'좋아해요' 라고

쓰고 싶었지.

 

'세계의 끝 여자친구' 中, 김연수

 

 

 

 

12.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 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 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 운동을

계속하였다

 

첫 사랑 이었다

 

사랑의 물리학, 김인육

 

 

 

 

13.

 

누군가를 좋아하면

시간을 둘로 나뉜다.

 

함께 있는 시간과

그리고

함께 있었던 시간을 떠올리는 시간.

 

'소년을 위로해줘' 中, 은희경

 

 

 

 

14.

 

별일 아니려니 했다.

우리가 벌레에 쏘이곤 처음에는

퍽 가벼이 여기는 것처럼.

 

'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

中, 파트릭 모디아노

 

 

 

 

15.

 

가장 많이 사랑하는

자는 패배자이므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다.

 

'토니오 크뢰거 中', 토마스 만

 

 

 

 

 

 

16.

 

사랑이라고 쓰자,

그 뒤를 계속 쓸 수가 없게 되었다.

 

'사양 中', 다자이 오사무

 

 

 

 

17.

 

항상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

이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

항상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지.

 

'안개 고동 中', 레이 브래드버리

 

 

 

 

18.

 

나는 사랑을 잃었습니다

아니

그 자리가 나의 자리가 아님을 알고

그 자리를 기꺼이 비워주었습니다

 

마지막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고은별

 

 

 

 

19.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빈집, 기형도

 

 

 

 

20.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

 

첫사랑 中, 김소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