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53

조지훈의승무(러시아로망스)

2021년8월 30일 북한산 자락길 숲엔 어느덧 잘 익은 도토리 와 잣 이 떨어져 있네요 잣나무 사이로 청설모가 잣을 입에물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가엽은 토종 다람쥐는 근자엔 전혀 볼수 없고 청솔모의 왕국이 되어버린 숲은 아쉬움만 남습니다 숲에서 60분걷고 30분 피톤치드 마시면서 명상 하고 나오는 길에 북한산 입구생태공원에 갔습니다 각종 꽃과 잔디밭이 좋아 30분 나비하고 놀고 있는데 음악이 있어야 될것 같아 가을 길목에서 이어폰 끼고 꽃밭의 나비들과 놀며 러시아 로망스를 듣습니다 그러다 벤취에 앉아 명상 하는데 조지훈 시인 시 나빌레라 와 古寺 가 떠오르는 겁니다 승무(僧舞)조지훈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니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

현대시 2021.09.03

김소월의 왕십리

원문출처 방선생의 시강좌 왕십리(往十里) 김소월 비가 온다 오누나 오는 비는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여드레 스무날엔 온다고 하고 초하루 삭망(朔望)이면 간다고 했지. 가도 가도 왕십리(往十里) 비가 오네. 웬걸, 저 새야 울려거든 왕십리 건너가서 울어나 다고, 비 맞아 나른해서 벌새가 운다. 천안(天安)에 삼거리 실버들도 촉촉히 젖어서 늘어졌다데. 비가 와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구름도 산마루에 걸려서 운다. '비가 온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그 내리는 비를 창 열고 우두커니 앉아 무연코 바라본다. 하염없이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보는 마음도 절로 빗살에 젖어드는 듯하여 한탄이 절로 나온다. 게다가 나는 빗속을 뚫고 무언가를 분명히 해야 할 일 또는 분명하지 않고 그저 내리는 비를 바..

현대시 2021.01.21

어머니의 편지(임태주시인)

가슴 메이는 감동~ 퍼 옮깁니다 임태주 시인의 어머님이 돌아가신후 발견한 편지랍니다. 그 어머님은 본인 스스로 못 배우고 평범한 어머니라지만 또 한분의 "깨친 분"이십니다. 잔잔한 감동을 주네요. 일독을 권합니다. ♣임태주 시인 어머니의 편지 아들아, 보아라. 나는 원체 배우지 못했다. 호미 잡는 것보다 글 쓰는 것이 천만 배 고되다. 그리 알고, 서툴게 썼더라도 너는 새겨서 읽으면 된다. 내 유품을 뒤적여 네가 이 편지를 수습할 때면 나는 이미 다른 세상에 가 있을 것이다. 서러워할 일도 가슴 칠 일도 아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왔을 뿐이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닌 것도 있다. 살려서 간직하는 건 산 사람의 몫이다. 그러니 무엇을 슬퍼한단 말이냐.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주어..

현대시 2021.01.21

수녀언니(이해인)

포니님은 건축업하는 사업가 입니다 그녀는 병들고 약한 친구들에게 배려와 관심을 항상 갖고있습니다 수녀언니/이혜인 언니라는 말에선 하얀 찔레꽃과 치자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는 것 같은 상큼한 향기가 난다. 언니라는 말은 엄마 다음으로 가장 아름답고 포근하고 다정한 호칭이 아닐까? 큰언니, 작은언니, 올케언니, 새언니, 선배 언니. 그 대상이 누구든지간에 `언니!` 하고 부르면 왠지 마음에 따뜻한 그리움이 밀려오며 모차르트의 시냇물 같은 음악이 듣고 싶어진다. 내가 여학교 시절, 어느 길모퉁이에서 만나 불쑥 “얘, 너 내 동생하지 않을래?” 하고 말을 건네던 상급생 언니. 문예반시절의 그 꿈과 낭만이 가득했던 예비 시인 언니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아주 오래 전 ..

현대시 2021.01.01

박목월부인남편사랑(이별의노래)

내가 6살 때였습니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이었는데, 아버지는 글을 쓰고 싶으셨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방에 상을 가지고 오라고 했습니다. 책상이 없었던 아버지는 밥상을 책상으로 쓰고 있었죠. 어머니는 행주로 밥상을 잘 닦아서 갖다 놓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책상에 원고지를 올려놓고 연필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나에게 세달 된 여동생을 등에 업히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불 같은 포대기를 덮고서는 “옆집에 가서 놀다 올게.”하고 나가셨습니다. 나는 글 쓰는 아버지의 등 뒤에 붙어 있다가 잠이 들었죠. 얼마를 잤는지 알 수 없습니다. 누가 나를 깨워서 눈을 떠 보니까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깨우더니 “통행금지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네 어머니가 아직 돌아오지 ..

현대시 2020.12.31

선암사(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 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 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현대시 2020.12.31

부치지않은편지(정호승)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

현대시 2020.12.31

이외수의단풍(Autumn Leaves)

춘곡 단풍/이외수 저 년이 아무리 예쁘게 단장하고 치맛자락 살랑거리며 화냥기를 드러내 보여도 절대로 거들떠 보지 말아라. 저 년은 지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명심해라. 저 년이 떠난 뒤에는 이내 겨울이 닥칠 것이고 날이면 날마다 엄동설한, 북풍한설, 너만 외로움에 절어서 술독에 빠진 몰골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21일 오대산 단풍 구경 가려는 분들께 드리는 퀴즈 위 詩는 이외수 글 입니다 이 글의 제목은? 노들섬 단풍 "단풍은 치맛자락 살랑이며 화냥기를 보인다"란 표현으로 화두가 되고있죠 춘곡 ㅎㅎ 너무 뻔한 문제였지요 예 여성 비하라는비난도 많이 받고 노들섬 여성비하라고 ᆢ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해요. 시는 그냥 시 일뿐 그사람의 시상까지 나무라는 것은 공산주의적 사고가 이닐까...ㅎ 춘..

현대시 2020.12.31

천상병의막걸리

"나는 술을 좋아하되 막걸리와 맥주밖에 못 마신다. 막걸리는 아침에 한 병(한 되) 사면 한 홉짜리 적은 잔으로 생각날 때만 마시니 거의 하루 종일이 간다. 맥주는 어쩌다 원고료를 받으면 오백 원짜리 한 잔만 하는데 마누라는 몇 달에 한 번 마시는 이것도 마다한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음식으로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다만 이것뿐인데 어찌 내 한 가지뿐인 이 즐거움을 마다하려고 하는가 말이다. 우주도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도 그런 것이 아니고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니다. 목적은 다만 즐거움인 것이다 즐거움은 인생의 최대목표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밥이나 마찬가지다 밥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더해주는 하나님의 은총인 것이다. "-천상병 '막걸리' 모두 막걸리/천상병 남들은 막걸리를 술이라지만 내..

현대시 2020.12.31

그림을읽다(문명희)

그림을읽다/문명희 삶은사람이고 그림은삶이다 사차원세계를창조하는 이차원천재 넋나간 초인이다 어제는사막을긋고 오늘은신기루그리고 내일은어린왕자의 오아시스 찾아가는 이차원화가에게경배를 삼차원초인에게찬사를 사차원천재에게갈채를 살고싶어그리고 울지않으려긋고 죽기싫어그린다 공은색을만들고 색은공을낳는다 知止가 詩를 썻습니다 춘곡이 댓글을달았습니다 form is emptiness and the very emptiness is form 형태는 공허하고 매우 공허함은 형식이다 사-차원(四次元) 공간과 시간은 네 개의 실수로 나타낼 수 있음을 이르는 말. 공간의 삼차원에 시간이 더해진 것이다. 공간과 시간은 네 개의 실수로 나타낼 수 있음을 이르는 말. 공간의 삼차원에 시간이 더해진 것이다. (색즉시공공즉시색) 존재하는것은색과..

현대시 2020.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