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l 김미숙작가의
ART FAIR (아트페어) 展示會가 열리는
소공동 롯데호텔
캐치 프라이즈 는 이렇게 써있었어요
"퐁파두르가 프랑수아푸세를
만난날 화려한 로코코는 시작되었다"
이 복잡한 말중
프랑수아푸세라는 화가는 프랑스 베르사우
궁전 견학때 알게 되었으나
퐁파두르는 누구인가?
전문 지식이 없는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 인터넷 조회를 했지요
프랑스 루이15세의 애첩
" 잔느 앙트아네트 푸아송" 루이 15세
손자 단두대에 희생된 루이 16세와
왕녀 마리 앙투아네트 의 전대
인물 입니다
이제야 캐치프이즈가
이해가 되어갑니다
퐁파투르는 푸랑스아푸세를 후원
하여 로코코(신고전주의) 양식의
화려한 미술
장르를 개척 인물이라는 겁니다
프랑수아 부셰(François Boucher, 1703년 9월 29일 ~ 1770년
5월 30일)는 로코코양식으로 작업한 프랑스의 화가,
소묘가, 판하가입니다.
부셰는 고전적인 주제의 전원적이고 관능적인 그림과
장식적인 알레고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18세기에 가장 유명하고
장식적인 예술가였습니다.
또한 그의 후원자였던
마담퐁파두르의 초상 몇 개를 그렸습니다
본명은 잔 앙트와네트 푸아송.
퐁파두르 부인이라는 것은 퐁파두르 여공작인
그녀의 작위명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다만 세간에선 보통 본명보단
이쪽으로 더 많이 알려져있습니다.
루이15세의 애첩 중 한 명. 1744년
루이 15세의 눈에 들어 왕의정부가 됩니다.
죽을 때까지 20년 동안
루이 15세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정치, 예술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ART FAIR가 무엇일까요??
올림픽은 4년마다 세계 체육대축전이 벌어집니다
미술 분야에서는 비엔날레(Biennale)로 1895년
베니스지역에서 최초로 창설 2년마다 개최되는
국가별 대표 작가를 선정하여 특정한 공간에 전시되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이슈를 그리고 전세계 예술의
네트워킹 신진작가 발굴을 목표로 하고있는 축제입니다
이와 대칭되는 아트페어는 여러 화랑이 같은 곳에
모여 미술작품을 전시 사고파는 화랑사이에 정보를
교환 미술품시장 활성화 목적으로 하는데
아트페어의 가장 큰 장점은 한 공간에서 장르의 구분 없이
연령의 상관없이 국내외 많은 작품을 만나는데 있다고
설명합니다
백화점에서 여러 가지 상품을 쇼핑하는것과 마찬
가지입니다
2019년 4월 25일부터 28일까지
롯데호텔 소공동 본점 22층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27일 지인 김미숙화가의
작품전시장으로 갑니다
22층 2218호 오울 김미숙 화백의 전시장에 도착합니다
김미숙화가의 전시실엔 동료화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분들 하나같이 화사한 봄 같은 아름다운 미소
를 가지고 있었구
그림 또한 누구나 사랑할수 있는 따듯한
색채에 구성에 감탄하게 됩니다
미인 화가 들과 그분들 작품 속은 꼭
무릉도원 같았어요
아름다운 작가 작품들
그중 오울의 작품은
채도와 명도가 완전
달라저 파스텔톤 이라
우아하면서 화려하고
화려하면서 순수 순박한 아름다움이
빛을 내고 있었어요
김작가는
봄타서 그렇다 하더라구요
그날의 감흥
김경숙 김미숙 송동영 하경옥 이연호 작가들
그리고 복도에 전시된 윤시현 추상표현화가의
작품들을 보겠습니다
사진은 그림이 전해주는 감동을 전적으로 전달할수
없지만 대충 그날 전시한 그림 몇점을 소개 드립니다
그리고 얼굴에 대한 詩를 화가들의 작품속에
시화전 처럼 넣어 보겠습니다
좌부터 이연호 인천 김미숙 대구 김미숙 작가
김경숙 김미숙 하경옥 이연호 작가님들
이현호 하경옥 윤시현 김미숙 화가
김미숙 화가
윤시현 작가
내적공간(Inner Space)
나는 현대인의 불한한 자아를
표현한다
사회속에서 고뇌하는 내면의소외를
얼굴에 담아내었다
개인의 존재감이 갈수록 희미해 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었다
인간은 점점 사회적 기능체로 전략하여
버리고 자아는 상실된채 기계처럼
살아간다
개인의 가치보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 해야할 역활만 강조된 삶은 악박감이
고조되었다
공간안에 존재하지만 소멸되어가는
개인의 정체성을 색채의 공간을 회복시킨다
울퉁불퉁한 표현의 입자들은 인간의
본질이고 내적공간 안으로 들어가는
최소 단위다
얼굴에 집중된 불안은 삶에 대한
존재와시간의 흔적이다
공간을 본다는 것은 퇴적된 시간의
퇴층을 본다는 것이다
<얼굴에 관한 시 모음> 김현승의 행복의 얼굴´ 외
행복의 얼굴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도 열리게 되어 있다.
내가 행복할 때
나는 오늘의 햇빛을 따스히 사랑하고
내가 불행할 때
나는 내일의 별들을 사랑한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숨결은
밖에서도 들이쉬고
안에서도 내어쉬게 되어 있다.
이와 같이 내 생명의 바다는
밀물이 되기도 하고
썰물이 되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끊임없이 출렁거린다 .
(김현승·시인, 1913-1975
오늘의 얼굴
세수를 하고
마른 타올로
얼굴을 문지른다
오늘의 얼굴
누구에게나
오늘은 새롭다
하늘의 문이 열리고
날마다
새로 창조된
아침을 맞이한다.
세수를 하고
누구나
오늘의 얼굴과
대면한다
거울에 비치는
늙고 주름진 얼굴
그것은
오늘의 나의 얼굴
그러나 뉘우칠 것이 없다
마른 타올로 얼굴을 문지르는
신선한 시간 속에서
천하의 모든
꽃가지에는
오늘의 꽃송이가 벌어지고
오늘의 태양이 빛난다
어떻게 살아도
충만할 수 없는
이 신선한 시간 속에서
얼굴을 씻고
눈보다 흰 타올로
문지른다.
(박목월·시인, 1916-1978)
시간의 얼굴
너는 바람인가
움직일 뿐 얼굴이 없다
이목구비 오장육부
머리도 꼬리도 없다
휘둘러 서발 막대에 거치는 것이 없다
너는 쏜살인가
나아갈 뿐 멈춤이 없다
뒷걸음도 게걸음도
부지런도 게으름도 없다
이정표 없는 네 길엔
발자국도 없다
널 지은 창조주도
어찌하지 못하는 너
절대의 권능 쥐고
생사조차 주관한다
인정도 사정도 없고
예외도 실수도 없다
만인의 것이면서
누구의 것도 아닌 너
너와 나는 이인삼각
애환 함께 하였건만
어느 날 고개 돌릴 너
끝내 얼굴 없는 너
번지 없는 빈집에
문패 달랑 걸어놓고
온데간데없는 너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너
그러나
천지에 꽉 차서
없는 곳이
없는 너.
(장순하·시인, 1928-)
천사의 얼굴
잠자는 어린 천사의
그 얼굴은 절대 성역이다.
흐르는 강물 소리 숨을 죽이고
거세던 바람이 창가에서 잠잠하다
공중에 나는 새도 자취가 없다.
잠자는 평화 위에
하나님의 햇살이 내린다
어린 천사는
하나님과 교통하는 시간이다.
할아버지도 범할 수 없는
절대 성역
여덟 달 난 그 얼굴 위에
태초의 숨소리가 그리 곱구나.
(이한용·시인)
거룩한 얼굴
지난날 철없이
가만히 누워 올려본
그 어린 봉숭아 빛 얼굴
오늘은 벌써
힘없이 누워 계신 모습 보고
눈물이 서럽게 돌아버린 얼굴
시간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하늘과 산과
바다와 강물처럼 주름져진 얼굴
아아 누가 이토록 거룩한 모습으로
성스럽게 그려 놓았을까
오오 어머니 어머님이시여!
(최상고·시인)
아내의 얼굴
잠자는 아내에게서
꿈속의 비명을 듣는다
고될 때 듣던 비명을
잠자는 아내는 꿈속에서도 지르고 있다
아으으으
몹쓸 짐승에게 쫓기는지
고된 살림살이에 짓눌리는지
아내의 비명은 멎지를 않았다
꿈속에서 실컷 불행을 당하면
현실에서는 면죄 받을까 싶은 생각
잠자는 아내의 얼굴을 내려다보니
얼굴에는 송글송글
눈물 같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김건일·시인, 1942-)
사랑의 얼굴
푸른 옷의 사내는
철창에 기대 담 쪽을 내다보며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면회 오겠다던 님을 기다리고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면사포도 없이
양친 부모 승낙도 없이
혼자서 결혼한 여자는
면회가 되면
혹시라도 특별면회라도 되면
간수 몰래 남편 될 사람
손등이라도 한번 어루만질 수 있을까
담 곁에서 애를 태우고
그러나 어쩌랴 이것도
분단과 식민지의 밤이 빚어낸
사랑의 한 얼굴인 것을
(김남주·시인, 1946-1994)
그녀 얼굴
하얗다 동그랗고 눈이 부시다
찡그린 모습들은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찡그린다 하더라도
미간에 어리는 장난기 많은 주름 몇 개
오히려 앙증맞다
치아는 고르고 투명하다
그녀 하얗게 웃을 때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도 투명한 치아에 가려져
전체가 투명해 져 버리나 보다
그녀의 두 볼은 우윳빛
딸기빛 수줍음 상큼 머금었다
현미경을 갖다 대어도
솜털 하나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피부는 잘 익은 복숭아
청포도 껍질처럼 상큼하다
그녀의 두 눈은 별이다 한 번 빠지면
영원히 벗어 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이다
아름다움은 갈망을 일으킨다
대롱을 꽂아 놓고 단번에 쏙 빨아들이고 싶은
강렬한 갈망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잘 익은 과일즙이다
(전병조·시인)
네 얼굴 속에 내가 - 동창생
오랜만이라고
반갑다고
네 얼굴에 내가 있고
내 얼굴에 네가 있다고
이제쯤 성인병 한두 개씩은
필수로 차고 다니며
옆구리로 빠져나간 청년기가 허무하다고
굵어진 손마디만큼 돌려지는 술잔이
같은 추억을 간직한 사람들을 오고가는데
밤이 깊어 갈수록
술기운이 익어갈수록
아득히 멀어져만 가는 학창시절이
서로의 얼굴 속에
또 하나의 자기 얼굴로 피어난다고
(목필균·시인)
중년의 얼굴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칼날 한 개가
내 얼굴에 그려져 있었다.
무심히 스쳐 가던 사람도
가까이 다가서지 못한다.
서슬이 퍼렇게
살아 있기 때문이다.
가끔 칼날은
내 신경 계통을 따라 올라가
반역을 일으킨다.
매우 신경 쓰게 하는 녀석이다.
방사선과에서
뇌 단층 촬영을 하지만
칼날은 흔적조차
찍혀 나오지 않는다.
신경계통 깊숙이 몸을 숨기고
가끔씩 나에게 고통을 준다.
결코 남에게는 들키지 않게.
어느 날, 공원에서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고서야
나는 알았다.
두통이 심한 만큼
얼굴에서 날카로움은 서서히 사라지고
어느덧 온화한 얼굴,
중년의 모습으로 변해 있음을.
아하, 오늘은
두통이 더욱 극성스럽게
압박해 오는 걸 어쩔 수 없다.
(양수창·목사 시인)
바람의 얼굴
짙푸른 숲 흔들며 지나는
바람의 얼굴을 보았는가
가장 낮은 잎새 하나 붙들고
낮은 소리로 속삭이는
바람의 얼굴을 보았는가
아직도 먼 길 지나온 모든 길
굽이마다 가슴에서 물결치고
바람의 소리
아직도 잠재울 수 없는 이야기 데불고 지나는
바람의 얼굴
조용히 앉아 있을 때조차도
그저 가만히 놔두지 않는
바람의 얼굴, 그 짓궂은 얼굴을
흠칫 보았다 나와는 꼭 반대로
생겨먹은, 내 생각과는 늘 다른
바람의 얼굴을 흘낏 보았다
가슴속에 살며 똑같이
나이를 먹는 바람의 얼굴
(유창섭·시인, 1944-)
도시의 얼굴
가로수 길게 그림자 그리는 오후
종일 신문에서 쏟아진 이야기들이
도시의 아스팔트에서 오랜 풍속과도
같은 노을을 지나 밤으로 간다.
어제처럼 매 마찬가지인
광화문에서 미아리까지
거리마다 용광로처럼
네온이 불 밝히는 밤
순환선 전철 안에서
신도시를 오고 가는 버스 안에서
을지로를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
스치다 부딪치다 만나는 얼굴마다
모두 하나같이 전투와도 같이
치열했던 고단함이다.
압구정에도 영등포에도
취기에 절반 사랑에 절반
숱한 얼굴들 틈새에서
산동네 옥탑방 빨랫줄에 매달려
가난의 끈을 잘라 버리지 못한
누구네 허기진 얼굴은
거리에서 방황을 하고
또 한 얼굴
역전 쪽 방 길 모퉁이에서
고단한 얼굴이
하루마저도 버거운 삶으로 비틀거린다.
이마에 물결처럼 깊어진 주름살
무거웠던 지난 세월을 어루만지며
그 얼굴은 아픔이고 슬픔이다
소리 죽여 흐느끼는 오늘의 얼굴 모두가
새삼 불러야 이유를 알아차리고
내일은 꿈과 희망 가득한 미소 띤 얼굴이길
(조사익·시인)
냄비의 얼굴은 반짝인다
산더미 같이 쌓여진 그릇을
씻기 위해 개수대 앞에 선다.
밥공기들을 하나하나 ˝퐁퐁˝을 묻혀 닦아내다가
문득 씻지도 않고 쓰는 마음이 손바닥에 만져졌다.
먹기 위해 쓰이는 그릇이나 살기 위해 먹는 마음이나
한번 쓰고 나면 씻어두어야
다음을 위해 쓸 수 있는 것이라 싶었다.
그러나 물만 마시고도 씻어두는
유리컵만도 못한 내 마음은
더럽혀지고 때묻어 무엇하나 담을 수가 없다.
금가고 얼룩진 영혼의 슬픈 그릇이여,
깨어지고 이가 빠져 쓸데가
없는 듯한 그릇을 골라내면서
마음도 이와 같이 가려낼 것은
가려내서 담아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누룽지가 붙어서 좀처럼
씻어지지 않는 솥을 씻는다.
미움이 마음에 늘어붙으면
이처럼 닦아내기 어려울까
닦으면 닦을수록 윤나는 주전자를 보면서
씻으면 씻을수록 반짝이는 찻잔을 보면서
영혼도 이와 같이 닦으면 닦을수록
윤나게 할 수는 없는 일일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릇은 한번만 써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뼈 속까지 씻으려 들면서
세상을 수십 년을 살면서도 마음 한번 비우지 못해
청정히 흐르는 물을 보아도 때묻은 정을 씻을 수가 없구나.
남의 티는 그리도 잘 보면서도 제
가슴 하나 헹구지도 못하면서
오늘도 아침저녁을 종종걸음치며
죄 없는 냄비의 얼굴만 닦고 닦는 것이다.
(송유미·시인)
소리의 두 얼굴
소리가 난다
사방팔방에서
잠자는 소리 코고는 소리 상여꾼 소리
울부짖는 소리 저만치 사라지는 소리
키득키득 좋아하는 소리 차 안에서 입맞추는 소리
포도밭에서 포도 따는 소리 돈 땄다고 소리치는 소리
산 중턱에서 심봤다고 외치는 소리
송이버섯 발견했다고 기뻐 환장하는 소리
똥 쌌다고 우는 소리 아프다고 소리치는 소리
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들린다 조용히 들어야 한다
내면의 소리 양심의 소리 소곤소곤하는 소리
혼자만이 들을 수 있는 귀울림 소리
소리가 없으면 어찌 살 수 있을까
조용한 소리 시끄러운 소리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소리
소리는 소리를 부르고
소리를 잘 하는 사람은 소리가 소문이 나
전국을 누비고 세상 사람들은 박수소리를 보낸다
여러 가지 소리가 범벅이 되어 흘러나오는 소리
미세하여 들리지 않는 소리
가청주파수를 넘어선 소리 넘지 않은 소리
점층법의 저 소리 소리 소리
점강법의 저 소리 소리 소리
(반기룡·시인)
얼굴
어스름이 깔린 저녁
맛좋은 고등어 있어요
눈을 끔뻑끔뻑 하는 싱싱한 고등어 있어요
생선장사 아저씨가 소리치며 골목을 지나간다
부엌에 있던 엄마가 급히 대문을 열고 나가
고등어 한 마리를 산다
나는 내 방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고
고등어장사 아저씨한테 말했다
아저씨 아저씨
고등어 얼굴 예쁜 걸로 주세요
(정호승·시인, 1950-)
바람 같은 얼굴 - 마라도·5
오늘 수평선은
네 눈썹처럼 진하다
너도 네 눈썹을 갈매기처럼 그리지 말고
수평선처럼 그려라
그러면 네 얼굴도 바다가 되리라
(이생진·시인, 1929-)
우물 속의 얼굴
밤이면 나는
우물을 들여다본다.
별이 드문드문 깔린
어두운 우물 속에
창백한 나의 얼굴이 동그랗게 담겨
이쪽 세상을 올려다보고 있다.
저승에서 이승을 내려다보는 나와
이승에서 저승을 들여다보는 나
이 두 사람은 어떤 나일까.
이 두 사람이
여기서 서로 만나서
어디로 다시 돌아가는가.
밤마다 나는 깨어나
우물 속을 들여다본다.
(이성선·시인, 1941-2001)
얼굴을 씻다
이상하다
거울을 보면 내가 보이는데
물을 보고 있으면 내 속이 보인다
투명한 것들은 속도 없이
제 속을 훤히 드러내지만
정작 제 것은 보여주지 않고
남의 속이나 들추어내는 것이다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는 가만있는데
가만있는 내가 자꾸 흔들린다
모른 척하고 싶은 저 찌그러진 얼굴
그러니까 저 얼굴이 나의 이면,
내가 볼 수 없는 내 뒤통수란 말이지
사랑의 뒤통수는 고통이다
고통스럽지 않으려면
사랑하지 않을 일이다
보이지도 않는 것에 함부로
마음 주지 않을 일이다
그러나 집요하게 내 모가지를 잡아
흔드는 끝내 외면할 수 없는 것들
얼굴을 씻는다
피가 배이도록 문질러도 모자랄
허물이 벗겨지도록 비벼도 시원찮을
말없이 흔들리고만 있는 저 찌그러진 얼굴
두 손에 퍼 담아 얼굴을 씻는다
그러려니 할 수 없는 게 사랑이다
(정해종·시인, 1965-)
훔쳐보는 얼굴이 더 아름답다
눈을 껌벅거리며
바라봅니다, 그대
두근거려지는 마음
그대에게 들키면 어쩌나
거울 속에 비쳐진 그대 모습
훔쳐봅니다.
(나태주·시인, 1945-)
얼굴
문득 당신 얼굴 환하게 떠오를 때 있습니다.
제 몸 흔들어 소리를 내는
처마 끝 풍경소리도 눈물겨울 때 있습니다.
속 빈 대나무처럼
온몸의 뼛속을 비워내는 가을날
한 자루 허수아비로 꽂혀
술 취한 참새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에 파묻혀
내게 오던 당신 마음 일어날 줄 모르고
사르륵사르륵 눈오는 소릴 내며
떨어지는 잎새들이
새로 낸 길들을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첫눈이 오면 당신 생각을 합니다.
눈처럼 은행잎이 길 위에 쌓이는 날
파묻히는 발등을 즐거워하던
당신 얼굴이 떠오릅니다.
(김재진·시인, 1955-)
얼굴
그대 얼굴은
싱싱한 물고기
큰 눈 그득 바다를 담고
살갗에 번쩍이는 은비늘
눈부신 지느러미 흔들어
음악처럼 저어가는 이승의 푸른 길목
눈이 부시다.
(정성수·시인, 1945-)
+ 그리운 사람 얼굴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그리운 사람의 얼굴처럼
밤하늘의 별들은 반짝입니다
나는 절 뒤안 같은 데로
사람들이 다 돌아간 절 뒤안 같은 데로 가서
이끼 푸른 절 기둥에 기대어 쉬고 싶습니다
날이 어두워오고
어둠 속에 가만히 손 내밀어 잡고 싶은
그리운 사람의 얼굴처럼
가만가만 서쪽 하늘에 돋아나는 별들을
그냥 하염없이 바라보고 싶습니다
(김용택·시인, 1948-)
얼굴반찬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아버지 얼굴과 어머니 얼굴
형 동생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간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고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고기반찬이 가득한 아침저녁
나의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공광규·시인, 1960-)
수없이 많은 얼굴 속에서
수없이 많은 얼굴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찾아냅니다
수없이 많은 목소리 속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찾아냅니다
오늘도 이 거리에 물밀듯 사람들이 밀려오고 밀려가고
구름처럼 다가오고 흩어지는 세월 속으로
우리도 함께 밀려왔단 흩어져갑니다
수없이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속에서
오늘도 먼 곳에 서 있는
당신의 미소를 찾아냅니다
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가는
먼 길 속에서 당신은 먼발치에 있고
당신의 눈동자 속에서 나 역시 작게 있지만
거리를 가득가득 메운 거센 목소리와 우렁찬 손짓 속으로
우리도 솟아올랐단 꺼지고 사그러졌다간 일어서면서
결국은 오늘도 악수 한번 없이 따로따로 흩어지지만
수없이 많은 얼굴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기억합니다
수없이 많은 눈빛 속에서 당신의 눈빛을 기억합니다.
(도종환·시인, 1954-)
얼굴
어두운 갱도를 더듬거리는
두더지 노릇이 지긋지긋해
한동안 떠나 있다가,
자라난 아이들 대학엘 보내려면
이곳 품삯이라도 벌어야 하겠기에
마지못해 다시 돌아온 탄광.
오늘은 막장에서 터진 지하수로
쏟아져 내린 죽탄에 묻힌 시체가 되어
갱 속보다도 더욱 싸늘한 갱 밖으로 나온다.
엷은 겨울 햇살 속,
젖은 탄가루로 뒤범벅이 된
한땐 사랑과 희망으로 밝기도 했던 얼굴.
(김종길·시인, 1926-)
봄의 얼굴
추위가 들어앉은 피하지층에
꼼지락 꼼지락
너의 앙증맞은 배냇짓
해의 길이가
고무줄처럼 길게 늘어나고
시간의 더께가 쌓이면서
점점 자라는 깜찍한 너의 옹알이
어느 고생대 윤회의 골짜기
미래의 창을 열고 노래 부르는
너는 뽀오얀 얼굴로 방긋 웃는
아름다운 희망의 서곡
(고은영·시인)
얼굴
심벌이 불거진 근육질 남자,
브래지어 팬티 한 장 걸친 미끈한 여자,
버젓이 대로변에 서있는
목 잘린 속옷가게 마네킹들
죄짓고 싶었네 뻔뻔하고 싶었네
많은 사람에게 면목없고 싶었네
저런, 쳐죽일, 배터지게 욕먹고 싶었네
목 위에 얼굴만 달리지 않았다면
기왕이면 여러 개의 목을 갖고 싶었네
꽁꽁 머리통 숨겨두고
일회용 목으로 바꿔 달고 싶었네
재빠른 자라목이 되고 싶었네
왜 목은 하나일까
건드리면 부러지는 한심한
목 위엔 얼굴이 있고 얼굴에는
마경덕이라는 이름이 있네
툭하면 짐승 발톱이 돋네.
제발 나잇값 좀 하라고 엄마는 말하네
나 아직, 사람이 되지 못했네
(마경덕·시인)
오래된 얼굴
해어름 서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서둘러 귀가하는 나귀 방울 소리 들린다
별들은 제 몸을 부수어서 쪽빛 강에 붓고
추연히 젖어 있는 저녁 산자락,
이제 후회하는가,
노을 비낀 서쪽 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금 떠나도 도착할 수 없는 곳
걸어걸어 찾아가는 지름길이 보인다
길가에는 김을 매 둔 두어 두렁 텃밭과
솥단지 걸었던 유년의 각시풀들
남포불 낮게 켜단 창문에서는
그 하루 빗금을 달력에 긋고
식구들은 저녁상에 둘러앉아 있겠지
아프게 바라보는 오래된 얼굴
가까이 더 가까이
그리워라, 심지를 돋아 올리겠지
(이향아·시인, 1938-)
잠든 나의 얼굴을 엿보다
음력 열엿새의 달이 지기도 전에
햇살 쏟아지는 섬진강의 아침
또 하나의 내가 일어나
열린 문틈 사이로
곤하게 잠든 나의 얼굴을 엿본다
강 건너 오산의 사성암
어제 이맘때처럼 그대로이고
박새며 산까치 떼가 날아와
나의 잠을 깨우는 것도 여전하지만
날개도 없이 노고단을 내려온
또하나의 내가 있어
이 아침 햇살이 새롭다
달빛과 햇살이 만나는 지점에
섬진강이 다시 흐르고
차마 깨울 수 없는 나의 잠 속에
노고단의 구름이 따라와 머물고 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삶은 때로 이렇게 평화로운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삶은 때로 이렇게
죽음과도 같이 순결한 것이다
잠든 나의 얼굴을 엿보는 이 아침
앞마당의 은행나무 제가 먼저
아랫도리부터 환하게 물이 든다
(이원규·시인, 1962-)
강 건너 얼굴
나의 시야를 가득히 채워 오는
너에 대해서 나는 안다는 것은
꽃의 의미를 모르는 거와 같다.
……사금파리에 맺히는 이슬방울
……새벽 창에 어리는 별의 속삭임.
그리고, 강 건너 살을 꽂은 무지개의 호선
내가 너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너의 동자와 너의 음성과 너의 미소가
우물 가득히 찰찰 넘치는 하늘이 되어
나의 시야를 덮쳐 오고 있다는
이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실재뿐.
아아 내가 너에 대해서 안다는 것은
저 꽃들이, 저마다 피고 지는 의미를 모르듯이
내가 나를 도무지 모르는 거와 같다.
(이영남·시인)
봄마다 버짐이 피는 얼굴
봄나무 두 그루
트럭에 실려
꽃 피울 가슴을 찾아갑니다
- 네거리 빨간 신호등에 잠깐 섭니다
장돌뱅이가 팔고 있는
태엽 감긴 팬더곰 발짓에서
풀풀 일어난 봄햇살
구경하는 아기의 머리핀에 꽂힙니다
-그 빛가루를 소년이 줍습니다
봄마다 버짐이 피는 그 소년은
양쪽 겨드랑이에 목발을 짚고
지하철 계단을 내려갑니다
- 풀잎에 걸린 종이배처럼 쉬어쉬어 떠갑니다
쉬잇! 입술에 검지손가락 세우는 봄
소년이 궁금해서 새순들이 목을 돋우는데
여기저기 홍역처럼 꽃망울이 터집니다.
- 구름 사이로 은빛 비행기, 봄꿈입니다
(김수우·시인, 1959-)
얼굴
시를 쓰는 밤
아내가 내온 차를 마신다.
곁들여 하얀 사기 접시엔
곶감 두 알
어느새 잘 말린 곶감이 되었구나.
떫기만 가시기를 기다렸던.
가지 높이 매달려 손에는 닿지 않던
그 감.
그때 빨갛게 물들었던 그 색깔은
내 가슴 얼마나 설레게 했던가.
장대 휘둘러 딸 생각도 했었다만
그냥 치어다보기만 했던 것은
내 그대
차마 다치게 할 수 없었음이다.
그 사이
파아랗게 찰랑대던 하늘에
따사로운 햇빛이 녹고
가을 바람 향긋하게 굳더니
잘 익어
우리집 마당에 저절로 떨어진
감 하나.
(오세영·시인, 1942-)
얼굴
자네, 詩를 보았나?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을 보았나?
정말 어디에 어느 모양으로
있는 건지 나는 모르네
그것은 격투……정밀한 계산
또는 사상의 언저리
처절한 난투를 벌인
자리엔 피흘린 자죽뿐일세
신라의 달밤이
푸른 사슴의 노래와 창녀의 웃음이
시와 몇 촌간인지 잘 모르겠네
매끈 반짝하는 어휘들은
또 몇 사돈쯤 되든가?
언어의 현혹 속에 내가 현혹되었네
어느 날 밤, 하늘이 열리며
별들이 폭포로 쏟아져 내려
내 발부리서 부서질 때
문득 등을 일으켜 넘겨다보았더니
시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네
마침 나는 안경을 잃어 얼굴을 보지 못했네.
(이인석·시인, 1917-1979)
얼굴만한 탈이 어디 있으랴
얼굴만한 탈이 어디 있으랴
말해야지
기어이 말해야지
정작 당신 앞에 서면
눈길 비키던 날도
밤새 만든 탈에 숨어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떠도는 소문
바람에 스며들어
상처마다 새살 돋을 때까지
손수 만든 탈에 숨어 있었다
숨어 울어도
탈은 젖지 않았다
이제 수많은 탈 속에서
굳은 혀 풀어가며 혼자 연습하는 말
내가 아닌 나에게 묻는다
내 눈, 내 귀, 내 코……
내 얼굴은 어디에 있습니까
(추명희·교사 시인, 1950-)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선물받은 하경옥 선생 그림 손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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