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사랑방야화

독에빠진금지옥엽 조주청의사랑방야화(오동동타령)

이모르 2021. 3. 5. 18:58

 

 

조주청의사랑방야화

 

 

팔판동 김대감은

 딸만 여섯을 두고 한숨만 쉬다가 마침내

3대 독자를 얻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을 지켜보는 게 김대감의

유일한 낙이다.

가야금 소리가

 아름다운들 외아들 울음소리보다

더 좋으랴.

천하의 작명가를 불러

상훈이라 이름짓고 백일에는 온 동네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

3일이나 잔치를 벌였다.

상훈이

탈없이 자라 여섯살이 되자

서당에 보냈다.

 어느 날

 서당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상훈이

넘어져 정강이를 다치자

김대감은 서당으로 가 훈장님과 담판했다.

 그리고

자기 집 사랑방으로 서당을

옮겼다.

넓고 깨끗한

김대감댁 사랑방이 서당이 되자

학동들도 좋아하고

훈장님도 입이 벌어졌다.

김대감댁 행랑아범은

몇년 전 상처를 하고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사는 홀아비로,

마당도 쓸고 김대감의 심부름도 하는 하인이다.

행랑아범의 아들은

김대감의 3대 독자와 동갑내기로 서당 청소를

 도맡아 했다.

학동들이 공부할 땐

방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문밖 처마

밑에서 부지깽이로 땅바닥에

글을 쓰며 귀동냥 공부를 했다.

어느 봄날,

학동들이 마당에서 돼지 오줌보로 축구를

 하고 있었다.

어느 학동이

찬 공이 하늘 높이 뜨더니 마당가 장독에

빠지고 말았다.

3대 독자 상훈이

 장독을 들여다보니 반 넘게 간장이

찬 독 속에 공은 떠 있는데

 발가락으로 서도 손이 닿을 듯 말 듯하다.

어어어!”

 공을 집어내려던 상훈이 장독 속에 거꾸로

처박혀버렸다.

장독 속에서

 몸을 뒤집을 수 없어 상훈은 두발만 첨벙거리며

발버둥쳤다.

또래 학동들이

 발을 잡고 당겨봤지만 허사였다.

사람 살려!”

 학동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뛸 때 행랑아범의

아들이 자기 머리통만한

돌멩이를 들고 달려와 장독 아랫부분을 내리쳤다.

 퍽 소리와 함께

간장이 콸콸 쏟아지자 몰려온 사람들이

독 속에서 기절한 채

처박혀 있던 상훈이를 꺼냈다.

김대감은

 새파랗게 질렸다.

마침 행랑아범이

 어릴 때 강가에 살았는지라 물에 빠진 사람

응급처치법을 알고 있었기에

가슴을 치고

인공호흡을 해 상훈의 폐에 고인 간장을 토하게 하자

 상훈은 살아났다.

이튿날

 김대감이 행랑아범 부자를

불렀다.

너희가

내 아들을 살렸다. 소원이 무엇이냐?

무엇이든 들어주겠다.”

그냥 이대로

 사는 게 소원입니다.”

행랑아범의 말에

 김대감은 노비문서를 불태우고 집 앞에 아홉칸 기와집을

지어 행랑아범 부자를 이사시켰다.

문전옥답

서른마지기를 떼줬으며 청상과부 침모와

혼례식도 올려줬다.

 행랑아범의

 아들은 김대감 아들과 의형제를 맺고 함께

서당에서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