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2월에대한시모음

이모르 2021. 2. 23. 16:26

 

 

2월 뒷산 계곡엔 얼음꽃 밑 으로
물이 흐른다 눈속에 핀다는
얼음새꽃 여리게 피어나는
노루귀꽃 기지게를 피고
생명의 폭발을 예고한다

정월 대 보름날 오곡밥에
각종나물 가득하게 무처놓고 

눈발이 휘날리는2월 

오늘이 길일 이라며 수술실로 향하던
아내는 막내 딸을 낳았다

 

 



딸 키우는 재미가 솔밭
香처럼 좋았는데

40년 지난 오늘의 대보름
여식은 여전히 엄마의 애물이다

뒷산 소나무 숲
까치소리 요란 한데 

전화로
엄마와 수다를 떨고 있다
나물 무치는법  부터 올케
칭찬 끝이 없다

그러나 나는 이런 대화가
좋다 여식은 어느새 엄마를
코치 하고 있었다  

어디  아프신데 없느냐  

두런 두런
이어가는 모녀의 정담을
가까히 들으려 아내에게
가까이 하면 왜 이래요
하며 밀처 내지만 

대보름 오늘이 좋다

 

 

2월 - 정연복 시인

일년 열두 달 중에
제일 키가 작지만
조금도 기죽지 않고
어리광을 피우지도 않는다
추운 겨울과
따뜻한 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
해마다 묵묵히 해낸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기어코 봄은 찾아온다는 것
슬픔과 고통 너머
기쁨과 환희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음을
가만가만 깨우쳐 준다.
이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여
나를 딛고 
새 희망 새 삶으로 나아가라고
자신의 등 아낌없이 내주고
땅에 바싹 엎드린
몸집은 작아도 마음은
무지무지 크고 착한 달

 

 

 

2월의 기다림/이채

내 당신 기다림에 얼음이 되었어도
내 가슴 벌써 분홍꽃이 피었어요
아침 햇살에 작은 가슴 열었더니
소복히 꽃망울이 맺혔는데
당신을 기다리는 내 뜰은
벌써부터 향기로운 봄꽃이예요

봄보다 마음 먼저 실려 오는
2월의 기다림
눈꽃이 흩날리던 긴 겨울도
내 창을 햇살에게 내어주고
하얀 손을 흔들고 떠나가요
잘가요. 하얀 아가씨

지난밤 아무도 없는 그 뜰에도
여전히 달빛 고운 그리움 내리고
하얗게 쏟아지는 별들의 미소에
간절한 마음 작은 소망 실었더니
이제 정말 봄이 오려나봐요
어서와요. 예쁜 아가씨

 

 

2월 편지/홍수희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늘 모자랍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2월은 초라합니다

겨울나무 앙상한
가지 틈새로 가까스로
걸려 있는 날들이여,

꽃빛 찬란한 봄이
그리로 오시는 줄을
알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1년 중에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밟고 오신다니요

어쩌면 나를
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더라도

사랑의 싹이 돋아날
여분의 땅을 내 가슴에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2월/목필균

바람이 분다

나직하게 들리는
휘파람 소리
굳어진 관절을 일으킨다

얼음새꽃
매화
산수유
눈 비비는 소리

톡톡
혈관을 뚫는
뿌리의 안간힘이
내게로 온다

실핏줄로 옮겨온
봄기운으로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햇살이 분주하다

 

 



2월의 詩/이해인
 
하얀 눈을 천상의 시처럼 이고 섰는
겨울나무 속에서 빛나는 당신
 
1월의 찬물로 세수를 하고
새벽마다 당신을 맞습니다
 
답답하고 목마를때 깎아먹는
한조각 무맛 같은 신선함
 
당신은 내게 잃었던 주지 못한 일상에
새 옷을 입혀준 고통과 근심
 
내가 만든 한숨과 눈물 속에도
당신은 조용한 노래로 숨어있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우리의 인사말 속에서도 당신은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 있음으로
또 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종종 나의 불신과 고집으로
당신에게 충실치 못했음을 용서하세요
 
새해엔 더욱 청정한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2월 /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2월 혁명/임영준

이제
한 꺼풀 벗고
당당히 나서 볼까

핑곗김에 둘렀던
장막도 걷어야지

햇살 마중 나가던
새순의 속삭임이
불을 지폈다

 

 

2월의 신부 /임명자 
  
거문도에는
파도를 건너오는 싱싱한 햇살과
바람만이 문안 드리는
고운 여인이 숨어 있어라

맑은 해초 바람에 매무새 고치며
정월 대보름
그 넉넉한 달빛 가슴에 안기고 싶어
숨막히도록 숨막히도록
수줍은 얼굴로
이 아침 해변에 고개 내민 연분홍 동백

 

 

2월 시/정성수 



, 2월이 왔는데
생각에 잠긴 이마 위로
다시 봄날의 햇살은 내려왔는데

귓불 에워싸던 겨울 바람소리 떨치고 일어나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저 지평선 끝자락까지 파도치는 초록색을 위해
창고 속에 숨어있는 수줍은 씨앗 주머니 몇 개
찾아낼 것인가

녹슨 삽과 괭이와 낫을
손질할 것인가

지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개울물 퍼내어
어두워지는 눈을 씻을 것인가

세상 소문에 때묻은 귓바퀴를
두어 번 헹궈낼 것인가

상처뿐인 손을
씻을 것인가

저 광막한 들판으로 나아가
가장 외로운 투사가 될 것인가

바보가 될 것인가
소크라테스가 될 것인가.



 

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희숙

2월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별이 서툰 자를 위해
조금만 더 라는 미련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미처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이에게는
아직은 이라는 희망을 허락하기 때문이고
갓 사랑을 시작한 이들에게는 
그리운 너에게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따스한 가슴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2월의 노래/윤순찬
 
 
창생의 달
온 하늘이 열려

지난 겨울의 은둔
그 어둠의 침묵
자꾸만 잠겨들던 절망의 기억
모두모두 끝났다.

물이 모이고
하늘이 열리고
빛이 태어나
이제는
희망이 있으리라.
만물이 잠을 깨리라.

바다가 손뼉치고
하늘이 웃는다
찌렁, 나도 웃는다.

 

2월에는/ 이향아
 
 
마른 풀섶에 귀를 대고
소식을 듣고 싶다
빈 들판 질러서
마중을 가고 싶다

해는 쉬엄쉬엄
은빛 비늘을 털고
강물 소리는 아직 칼끝처럼 시리다

맘 붙일 곳은 없고
이별만 잦아
이마에 입춘대길
써 붙이고서
놋쇠 징 두드리며
떠돌고 싶다

봄이여, 아직 어려 걷지 못하나
백리 밖에 휘장 치고
엿보고 있나

양지바른 미나리꽝
낮은 하늘에
가오리연 띄워서
기다리고 싶다
아지랑이처럼 나도 떠서
흐르고 싶다

 

2월의 마지막 날/나명욱

2월의 마지막 날에는
누구도 슬퍼하지 말자

곧 3월이 오고
종로며 광화문 거리에도
꽃과 초록 잎의 화분들이 즐비하게
우리들을 환한 웃음으로
맞이할 테니까

2월의 마지막 날에는
새로운 희망을 꿈꾸어 보자
아직 가보지 못한
하늘 공원도 가보도록 하고
친구가 사는 동네의
일산 호수공원에도 꼭 한번은 찾아가자

가까운 중랑천 자전거 도로에서
어릴 적 날들을 떠올리며
씩씩하게 자전거도 타고 달려보고
올 봄에는 연극 한 편도
혼자라도 가서
흐뭇하고 여유롭게 앉아서 보는
나만의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자

행복은 다른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만드는 만족일 테니까

역은이 정연복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그녀에게 내 말 전해 주오

나 항상 그녀를 생각하기에

내 맘의 평화를 다 잃어버렸다고

그녀는 내 모든 것이기에

그녀에게 내 맘을 털어놓고 싶지만

난 어찌 할 바를 모른다네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

내 말을 전해 주오 결코 잊을 수가 없다고

이 열정은 사슬보다 더 강해서 내 영혼은 고통 받고 견딜 수가 없네

 

 

 

2월의 시, 2월/February, Good poem, 좋은글 좋은시, 시인 정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