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랑의 노래/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1935~)
충북 중원 출생 동국대학교 영문과 졸업,
1956년 대학 3학년 때 <문학예술> 지로 등단했다.
1974년 제 1회 '만해문학상' 수상하고,
1975년 고은, 백낙청, 박태순, 이문구, 염무웅 등과 함께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창립했다. 1981년 제8회 '한국문학작가상' 수상하고 1987년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문학연구소 소장 역임했다. 시집에는 <농무> <씻김국>
<가난한 사랑의 노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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