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귀뚜라미시모음(고엽 이브몽땅)

이모르 2021. 2. 15. 16:05

 

 

 

 

지금이야 아파트 구중궁궐에서 풀벌레

울음소리 들리지 않지만

예전 고향의 가을 밤이면 들려오던 귀뚜라미 소리

어찌보면 처량하게 까지 들려오던 구애소리였는데

이 귀뚜라미 울음소리 는 東西古今 시인들의

詩題에 많이 등장하던 대상이었습니다

 

 

서양 민속과 신화

귀뚜라미를 둘러싼 민속과 신화는 광범위합니다.

브라질 민속과 다른 곳에서 귀뚜라미의 노래는

때때로 비가 임박했거나

금전적 횡재의 징후로 여겨집니다.

 

스페인의 미주 정복에 대한

Álvar Núñez Cabeza de Vaca의 연대기에서,

귀뚜라미의 갑작스런 삐 소리는 물 공급이

끝나는 것처럼 승무원을위한 땅의

목격을 예고했습니다.

 

브라질의 Caraguatatuba에서는 한 방에

검은 귀뚜라미가 병을 앓고 있다고합니다.

회색 돈, ;녹색 인 희망.

브라질 북동부 알라고 아스 주에서는 크리켓이

사망을 알리므로 집안에서

소리가 들리면 죽는다 하여 멀리합니다.

 

바베이도스에서 큰 귀뚜라미 울음 소리는

돈이 들어오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귀뚜라미가 집안에서 chi 소리를 내면

죽이거나 쫓겨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소음이 적은 다른 유형의 크리켓은

질병이나 사망을 예견합니다.

 

 

 

 

 

 

문학에서

귀뚜라미는 소설과 아동 도서에서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 1845 

소설 '난로의 귀뚜라미 (Cricket of the Hearth)'

 "Chirps"라고

불리는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난로에서 rp 소리를 내며

가족에게 수호 천사 역할을하는

귀뚜라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피노키오의 모험)에는

"Il Grillo Parlante"(말하는 크리켓)

등장했습니다.

 

 

 

 

 

 

귀뚜라미는 울고           

디킨슨 Emily Dickinson -

                                                           

해는 지고

귀뚜라미는 운다.

일꾼들은 한 바늘씩

하루 위에 실마리를 맺었다.

얕은 풀에는 이슬이 맺히고

황혼의 나그네처럼

모자를 정중히 한쪽 손에 들고서

자고 가려는지 발을 멈췄다.

끝없는 어둠이 이웃 사람처럼 다가왔다.

얼굴도 이름도 없는 지혜가 오고,

동서 반구의 그림 같은 평화가 오고,

그리고 밤이 되었다.

 

귀뚜라미는 때때로 에 등장했습니다.

윌리엄 워드 워스 (William Wordsworth)

1805 년 시인 그녀의 유아를위한 코티지에는

 

"고양이가 난로에서 잔다.

귀뚜라미는 오랫동안

그들의 광기를 멈췄다.

 

"존 키츠 (John Keats) 1819 

시인 Ode to Autumn

 

"헤지 귀뚜라미 노래;

 

이제 고음 부드러움 소리

정원에서 나온 가장 붉은

휘파람"를 내고 있다

 

 

 

 

 

촉직(促織, 귀뚜라미)-두보

 

促織甚微細(촉직심미세)

哀音何動人(애음하동인)

草根吟不穩(초근음불온)

牀下意相親(상하의상친)

久客得無淚(구객득무루)

故妻難及晨(고처난급신)

悲絲與急管(비사여급관)

感激異天眞(감격이천진)

 

너무나도 작고 가냘픈 귀뚜라미

그 소리 어찌 이리 애간장 다 태울까

 

풀뿌리에서 우는 소리 불안에 떠는 듯하더니

상 아래서는 정이라도 나누듯 속삭여대네

떠돌이 나그네 눈물 안 흘리곤 못 배기고

버림받은 아내 차마 새벽까지 못 듣겠네

그 애절한 거문고나 그 격렬한 피리 소리도

 

천진한 귀뚜라미 소리, 그 감동보단 못해

 

개와 귀뚜라미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물론 개가 이긴다고? 천만에, 귀뚜라미가 개를 이긴다.

환한 달밤에 귀뚜라미들이 귀뚤귀뚤 노래를 부르는데,

심술궂은 개 한 마리가 '좀 조용히 하라'면서

컹컹 짖는다.

온 동네 개들이 덩달아 다 들고 일어나서

한바탕 컹컹 짖고 나자 마을이 쥐 죽은 듯

고요하기만 한데,

바로 그 고요 속에서 귀뚜라미들이

다시 노래를 시작한다,

귀뚤귀뚤귀뚤귀뚤귀뚤귀뚤귀뚤귀뚤.

화가 난 개떼들이 다시 험상궂게 컹컹 짖어대면,

이번에는 귀뚜라미들도 개떼들과 한바탕 맞장을 뜬다.

컹컹 귀뚤귀뚤, 컹컹 귀뚤귀뚤,

컹컹 귀뚤귀뚤, 컹컹 귀뚤귀뚤.

개와 귀뚜라미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물론 귀뚜라미가 이긴다, 개를!

인용한 시는 너무나도 작고 가냘프면서도

끊임없는 울음으로 마침내 사나운 개를

이기는 귀뚜라미 소리를 시적 구도 속에

포착한 작품이다.

무언가 불안에 떨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귀에다 대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한

귀뚜라미 소리,

그것이 울음인지 노래인지조차도 아리송하다.

그런데 시인은 그것을 노래라고 하네.

나그네의 눈물을 펑펑 쏟아지게 하고

버림받은 아내의 창자를 쥐어짜는 노래,

그 어떤 인위적인 악기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천진하고도 감동적인 노래라고 말하네, 시인은.

 

 

'귀뚜라미는 나에게 가을밤을 읽어주는데

나는 귀뚜라미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언제 한 번 귀뚜라미를 초대하여

발 뻗고 눕게 하고

귀뚜라미를 찬미한 시인들의 시를

읽어주고 싶다.'

 

박형권 시인의 시 '우물'의 일부다.

그러고 보니 나도 그동안 귀뚜라미

음악회에 참석하여 공짜로 노래를 들었을 뿐,

그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귀뚜라미를

정식으로 초대하여 강낭콩이 섞인 쌀밥

한 번 대접해야겠네.

식사가 끝난 뒤엔 '발 뻗고 눕게 하고

귀뚜라미를 찬미한 시인들의 시를'

밤새도록 읽어줘야 되겠네. 

보의 시에서 박형권의 시에 이르기까지.

 

 [이종문의 한시 산책] 중에서

 

 

 

 

 

 

실솔蟋蟀 귀뚜라미 

이건李健(조선朝鮮1614-1662)

 

월명반야갱주영月明半夜更籌永 
추도심원실솔애秋到深園蟋蟀哀 
잔몽미성추침기殘夢未成推枕起 
빈장환선박창외頻將紈扇拍窓隈

 

 

달 밝은 한밤중 다시 시간이 더딘데

가을에 이른 깊은 동산 귀뚤이 구슬프다

남은 꿈 못 이루고 베개 밀치고 일어나

빈번히 비단 부채 들고 창턱을 친다

 

귀뚤귀뚤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야 이눔아 고만 울어 하고

창턱을 부채로 탁 치는 모습이 보이네요.

 

 

 

 

 

 

귀뚜라미 그리움/평보

 

 

春風이 부는

봄꽃의 향기는

바람에 실려

사람과 함께 가버렸다

 

秋風이 부는 이밤은

귀뚜라미 울음에

잠 못이루는 밤 되어

 

 

 

수많은 상념들은

흔들리는 억새에 감춰지고

 

차디찬 달빛으로

빛나는 토담집 에

홀로 앉아

 

장작불 집혀 놓은

따끈한 아랫목에

기다림을 인내하지 .

 

 

 

 

 

 핏빛 단풍잎 지는소리 

사각사각 님의 발자국 소리인가?

달빛 아래 문풍지 떠는 소리

훈풍의 분 냄새 에 묻힌밤

 

구슬피 우는 귀뚜라미

너 또한 님 그리워 우는가?

 

 

 

 

 

 

귀뚤귀뚤, 귀 뚫어
(권경업·시인, 1952-)


+ 귀뚜라미

귀뚜라미야, 한밤내 생떼 생떼 쓰지 마라
일주일만 기다리면 수업료 준대도 그러느냐 


 (안도현·시인, 1961-)

 

 

 

 

 

+ 귀뚜라미

하늘에 하나 가득
별 박힌 가을 밤

땅 위는 온통 귀뚜라미
소리로 차 있다

하늘과 땅은
어둠을 사이 한 가까운 이웃인데

귀뚜라미 소리로 별들은
뜬눈으로 밤을 새운다 


 (김동리·소설가, 1913-1995)
*<문학사상> 1998 7월호에

공개된 미발표 유작시

 

 

 

 

+ 귀뚜라미 - 몸이야기 7

어젯밤 내 침실에
귀한 연주자 한 분 오셨습니다.

G선상에 가을을 올려놓고
온몸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귓볼 가까이
그의 노래가 살아났습니다.

침실 가득 바람이 일고
애드립의 클라이맥스가 퍼졌습니다.

나의 몸 가득
그대가 물결졌습니다.

 
(권천학·시인, 일본 출생, 전북 김제에서 성장)


 

 

 

 

+ 귀뚜라미
  
立冬도 지난 어느 날 밤
한잠에서 깨어나니
창 밖 뜰 어디서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들린다.

저 소리는 운다[]기보다
목숨을 깎고 저미는 소리랄까?
쇠잔한 목숨의 신음소리랄까!

문득 그 소리가
내 가슴속에서도 울려온다.
내 가슴속 어느 구석에도
귀뚜라미가 숨어사나 보다.

머지않을 나의 죽음이 떠오른다.
이즈막 나의 시가 떠오른다.
(구상·시인, 1919-2004)

 

 

 

 

+ 귀뚜라미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 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나희덕·시인, 1966-)

 

 

 

 

 

+ 귀뚜라미

길 잃은
귀뚜라미 한 마리
싱크대 아래에서
귀뚜르 귀뚜르

가을이다
가을이 왔다
외치고 있네

다행히
가을은
길을 잃지 않았나 봅니다.
(이문조·시인)

 

 

 

+ 귀뚜라미

귀 뚫어라 귀 뚫어라
아날로그 게송偈頌
도시 한 켠 어둑한 곳에서

곱게 잠들라 곱게 잠들라
오프라인 향가鄕歌
저 황혼이 스러질 무렵에

귀뚤귀뚤 뚜르르
촉수에 흐르느니 설운 강물
베갯잇 적시는 먼 귀향 꿈


 (한기홍·시인)
 

 

 

 

 

+ 귀뚜라미

귀 뜰 귀 뜰 귀뚜라미
나 어릴 적 술 지게미 먹고
배고파 잠 못들 때
울어대던 귀람이

귀 뜰 귀 뜰 귀뚜라미
억울한 일 당하여
혼자 술 마실 때
귓속에 울던 귓돌이

귀 뜰 귀 뜰 귀뚜라미
부모님 산소에
꿇어앉은 나에게
나무라던 귓돌암

귀 뜰 귀 뜰 귀뚜라미
밤새 배게 속에 울더니
아침에 깨어나니
책상 밑에 귀돌이


 (김내식·시인, 경북 영주 출생)

 

 

 

 

+ 귀뚜라미를 조심하셔요
  
귀뚜라미를 조심하셔요
가을이면 저에겐
귀뚜라미가 가장 두렵습니다

흔들지 않아도
약해지는 마음인데
아아, 귀뚜라미는
인정 없이 흔들거든요

귀뚜라미에게 지는 날이면
잠도 베개를 떠나고
꿈꿀 수도 없게 됩니다

닦아도 묻어나지 않는 피가
속으로 속으로 얼마나 흐르는지

가을이면 부디
귀뚜라미를 조심하셔요
제 마음처럼 당신에게도
아직 그리움이 남았걸랑은.
(정숙자·시인)

 

 

 

+ 귀뚜라미
  
저 놈은
무슨 심사로
어쩌자고
밤새도록 날새도록
목을 놓아
남의 잠을 끌어다
별로 띄울까
단풍잎 지는 소리
이슬 듣는 소리에
천지가 더욱 넓구나
한잔 술 앞에 하고
혼자 취하니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저 울음소리.......
목에 밟히고
가슴에 쌓이는
별 지는 소리.
(홍해리·시인, 1942-)

 

 

 

+ 귀뚜라미의 휴대전화 - 귀뚜라미
  
모든 생물은 생식生殖을 위해서 산다
그렇게 간단한 생활관이 복잡해졌다
귀뚜라미가 운다
우는 것은 암컷이 아니라 수컷이다
조심해서 오라는 휴대용 통신이다
그들은 날 때부터 통신기를 가지고 나왔다
눈치껏 오라는 신호
시인이 밤늦게까지 시 쓰고 있으니
소리내지 말고 오라는 신호다


 (이생진·시인, 1929-)

 

 

 

 

 

+ 귀뚜라미 울음을 빌어 1

새도 가지를 가려 앉는다더니
귀뚜라미도 자리를 가려서 우는 것일까.
헤어져 돌아오는 밤
닫힌 문들만 바람 속에 서 있고,
산번지(山番地)가 시작되는 곳에서
귀뚜라미는 울기 시작한다.
아랫동네의 너른 뜰에 울 자리 하나 없어
이 언덕배기까지 와
울 자리를 정하는 것일까.
나는 숨을 죽이며 예까지 왔지만,
울어야 할 울음을 울지 못하는
그 울음을 대신 울어주는 귀뚜라미야,
낮게 깔려 뒤척이는 달빛더미 속 어디쯤
누구의 목청으로 끝없는 슬픔을 일깨워주는가.


 (이명수·시인, 1945-)

 

 

 

 

 

+ 귀뚜라미

너희를 일러
가을의 전령사라 했더냐

귀뚜르 귀뚜르 귀뚜르르
귀뚫어라 귀뚫어라 귀를 뚫어라

해넘이 저녁녘부터
해돋이 새벽녘까지
어지간히도 울어대는구나

그토록 목이 쉬도록
고스란히 밤을 새워 울부짖음은

가을이 오고 있다는 소리냐
가을은 이미 와 있다는 소리냐
아니면
이제사 입을 모아
제발 서둘러 와 달라고 보채는 소리냐

모레면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
길가에 심어진 코스모스들
서둘러 꽃을 피워내고 있으니
정녕 가을이 곁에 와 있음을 알겠구나

오냐
귀를 열어 듣고 있느니라
너희가 전하고자 하는 이런저런 소식을


 (혜천 김기상·시인)

 

 

 

 

+ 귀뚜라미
  
귀뚤귀뚤 귀뚜라미
뜰 앞에 모여 앉아
합창을 한다

여름 가고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 노래를 부른다

엄마 잃은 아기 귀뚜라미
엄마 찾느라고
목놓아 우는 소리 구슬프구나

어제 밤은
담장 밑에 모두 모여
노래자랑 하더니

오늘밤은
뜰 앞 잔디밭에 둘러앉아
연주회가 열렸다

귀뚜라미 친구들
헤어지는 아쉬움에
달빛 비추는 토방(土房) 아래서
눈물 흘리며 이별가를 노래한다


 (신순균·목사 시인, 1940-)


 

 

 

 

 

 

+ 귀뚜라미

장맛비 사이로 여름은 가고
풀잎 그늘에선 어느새 귀뚜라미 운다
달빛으로 실을 뽑아 옷을 지은들
네 고운 노래에 보답이 될까

우리들 일상에 목메이는 일
하소연도 애절한 노래가 되나
노래가 쌓이면 무엇이 되어
어둔 밤에 멀리 멀리 비치어 가나

세월이 한참씩 떠나기도 하고
졸지에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하는
우리들 일상에서 수습하기 곤란한
어려움도 이 밤에는 잊고 지내자

어두운 마음 어두운 생각
거듭 거듭 씻어주며 귀뚜라미 운다


 (강세화·시인, 1951-)

 

 

 

 

 

+ 시인과 귀뚜라미

귀뚜라미와 시인이 어느 시골에서

살았습니다
어느 가을밤 귀뚜라미와

시인은 서로 만나기로 했습니다
달이 밝거나 뜰에 꽃잎 몇 개

떨어지는 분위기면
서로가 좋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귀뚜라미는 손질한 악기를 등에 메고
시인의 오두막을 방문했습니다
달이 밝았으며 뜰 가엔 꽃잎도 지는 밤
그러나 가슴앓이 시인은 없었습니다
밤을 새워 기다려도 꽃잎만 질 뿐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귀뚜라미는 전화벨만

울리며 떠돌았습니다


 (정일남·광부 시인, 강원도 삼척 출생)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일러스트 권선아

 

 

 

거짖말을 타전하다/안현미

 

여상을 졸업하고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치의 방과

한 달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슬프지 않았다

가끔 대학생이된 친구들을 만나면

말을 더듬었지만 등록금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하던 날들은

이미 과거였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비키니 옷장 속에서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출몰할 때도 말을 더듬었다

우우,우, 우 일요일엔

산 아래 아현동 시장에서

혼자 순대국밥을 먹었다  

순대국밥 아주머니는 왜 혼자냐고

한번도 묻지 않았다

그래서 고마웠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여상을 졸업하고 높은 빌딩으로 출근했지만

높은   건 내가 아니었다

높은 건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

꽃다운 청춘을 바쳤다  

 

억울하진 않았다

불 꺼진 방에서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나 대신 잘 살고 있었다 빛을 싫어하는 것 빼곤

더듬이가 긴 곤충들은 나와 비슷했다  

가족은 아니었지만 가족 같았다  

불꺼진 방 번개탄을 피울 때마다

눈이 시렸다

가끔 70년대처럼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고 싶었지만 더듬더듬 더듬이가

긴 곤충들이 내 이마를 더듬었다

우우, 우, 우

가족은 아니었지만 가족 같았다

꽃다운 청춘이었지만 벌레 같았다

벌레가 된 사내를 아현동 헌책방에서 만난 건  

생의 꼭 한 번은 있다는 행운 같았다  

그 후로 나는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진짜 가족이 되었다  

꽃다운 청춘을 바쳐 벌레가 되었다  

불 꺼진 방에서 우우,

 

 

 

 

 

 

귀뚜라미의 사랑 노래/퍼옴

 

길이가 기껏해야 5센티미터 정도밖에 안 되는

귀뚜라미는, 뭇 사람의 관심을 끌 만큼 대단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귀뚜라미의 노랫소리는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주의를 사로잡습니다.

이 작은 생물은 어떤 방법으로 노래를 부르며,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합니까?

흥미롭게도, 귀뚜라미는 약 2400종이 있는데,

오로지 수컷만 노래 즉 울음소리를 냅니다.

수컷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목구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날개로 내는 것입니다.

한 백과사전에서는, 수컷 귀뚜라미는 한쪽 앞날개의

일부를 반대편 앞날개에 한 줄로 늘어서 있는

 50개 내지 250개의 돌기에 대고 비벼서

울음소리를 낸다고 알려 줍니다.

울음소리의 주파수는 1초당 비벼지는

돌기의 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러한 진동이 공중에 퍼져 나가면서 뚜렷하게

구별되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됩니다.

하지만 수컷 귀뚜라미는 자기에게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하려고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결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 음악가는 미래의 짝이 될 암컷이 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자연의 비밀 탐구(Exploring the Secrets of Nature)

라는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능숙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수컷 귀뚜라미는

짝을 찾아다니면서 세 가지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른다.

하나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구애를 위한 것이며, 마지막 하나는

달갑지 않은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한 것이다.”

일부 귀뚜라미들은 암컷 귀뚜라미가 관심을 보일 때까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계속 노래를 부릅니다.

암컷은 앞다리에 있는 를 통해 노랫소리를 듣고는,

서로 멀리 떨어진 채로 구애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게 됩니다.

암컷이 노랫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감에 따라,

수컷 귀뚜라미는 계속되는 떨리는 듯한 소리 즉

구애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세레나데는 암컷을 청혼하는

수컷에게로 유인하며, 두 마리의

귀뚜라미는 짝짓기를 하게 됩니다.

동아시아에 사는 사람들은 그 울음소리가 좋아서

수컷 귀뚜라미를 애완동물로 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연 상태로 살아가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환경이야 어떠하든 이 작은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세계 전역의 사람들을

매혹시키며 귀뚜라미의 설계자에게 찬양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