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매화시모음(플릇연주곡과이해인시화)

이모르 2021. 2. 15. 16:58

 

 

 

月梅/평보 

 

 

밝은 달 투영되는

활짝 핀 매화

 

꽃잎마다 전설처럼

사연이 있어

이 한밤 깊은 정담

이어지는데

꽃술은 여인의 눈썹 같이

향기 그윽해

 

첫눈처럼 나리는

꽃잎의 속삭임

 

순결한 사랑을 이야기 한다

 

 

김홍도의 초옥도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홍매화/도종환

 

눈 내리고 내려 쌓여 소백산자락 덮어도
매화 한송이 그 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같은 그대 그리움

그대 만날 수 있는 날 아득히 멀고
폭설은 퍼붓는데

숨길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가슴 속 홍매화 한 송이

 

 

꽃샘추위/오세영

 

어지러워라.

첫사랑의 아픔은 항생제로도

듣지 않는다.

 

뜨겁게 달아오른 체열로

밤을 하얗게 밝힌 아침,

 

봄이 오는가 싶더니

문득 눈보라가 몰아친다.

 

벌던 꽃잎을 접고

맨 몸으로 오한을 견디어내는

뜰의 홍매화 한 쌍.

 

 

 


조춘/한용운

 

 

이른 봄 작은 언덕 쌓인 눈을 저어 마소.

제 아무리 차다기로 돋는 움을 어이하리.

봄옷을 새로 지어 가신 님께 보내고자.

 

새 봄이 오단 말가 매화야 물어 보자.

눈바람에 막힌 길을 제 어이 오단 말가.

매화는 말이 없고 봉오리만 맺더라.

 

봄 동산 눈이 녹아 꽃뿌리를 적시도다.

찬 바람에 못 견디던 어여쁜 꽃나무야.

간 겨울 내리던 눈이 봄의 사도(使徒)이니라.

 

 

 

 

梅花詩(매화시) 매화 예찬-한용운(韓龍雲)

 

又古人梅題下不作五古余有好奇心試唫

우고인매제하부작오고여유호기심시금

 

 

梅花何處在 雪裡多江村

매화하처재 설리다강촌

 

今生寒氷骨 前身白玉魂

금생한빙골 전신백옥혼

 

形容晝亦奇 精神夜不昏

형용주역기 정신야불혼

 

長風散鐵笛 暖日入禪園

장풍산철적 난일입선원

 

三春詩句冷 遙夜酒盃溫

삼춘시구랭 요야주배온

 

白何帶夜月 紅堪對朝暾

백하대야월 홍감대조돈

 

幽人抱孤賞 耐寒不掩門

유인포고상 내한불엄문

 

江南事蒼黃 莫向梅友言

강남사창황 막향매우언

 

人間知已少 相對倒深尊

인간지이소 상대도심존

 

 

매화를 반가이 만나려거든

그대여, 눈 쌓인 강촌(江村)으로 오게.

저렇게 얼음 같은 뼈대이거니

전생(前生)에는 백옥(白玉)의 넋이었던가.

낮에 보면 낮대로 기이한 모습,

밤이라 그 마음이야 어두워지랴.

긴 바람 피리 타고 멀리 번지고

따스한 날 선방(禪房)으로 스미는 향기!

매화로 하여 봄인데도 시구에는 냉기 어리고

따스한 술잔 들며 긴긴 밤 새우는 것.

하이얀 꽃잎 언제나 달빛을 띠고

붉은 그것 아침 햇살 바라보는 듯

그윽한 선비 있어 사랑하노니

날씨가 차갑다 문을 닫으랴.

강남의 어지러운 다소의 일은

아예, 매화에겐 말하지 말라.

세상에 지기(知己)가 어디 흔한가.

매화를 상대하여 이 밤 취하리.

 

 

 

 

 

매화/서정주

 

梅花에 봄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梅花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梅花향기에서는 오신 님 그린 내음새.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梅花보다 더 알큰히 한번 나와 보아라.

 

 

 

 

매화송/신석초

 

 

 

풍설 갖은 차운 골짜기에 봄은 오는가

매화, 네가 아니 핀들

오는 춘절이 오지

않으랴마는

 

온갖잡초에 앞서

차게 피는 네 꽃 뜻을

내가 부러 하노라

 

 

매화송/조지훈

 

 

매화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치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옷 감기듯이
사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 양자라

아리따운 사람이
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은
싫지 않다 하여라.

 

 

 

매화 -이은상-

 

늙고 묵은 등걸

거칠고 차가와도

속 타는 붉은 뜻이

터져 나온 한 두 송이

열사의 혼이라기에

옷깃을 여미고 본다

 

 

 

 

어디서 손님이 오고 계신지 - 최하림 (1939 ~ )

문호리로 이사 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아산(雅山)

선생님이 보내주신 매화가 연 이태 눈을 틔운 것으로

그치더니 올해는 동지를 앞두고 꽃들이 활짝 피었다

향기가 복도로 퍼져나갔다 아내는 층계참에 쭈그려 앉고

나는 창가에 앉았다 바람이 부는지 창밖에서는

구름이 이동하고 또 이동했다 마음을 갈앉으려고

나는 청소기로 거실과 복도를 서너 차례 민 뒤

이층으로 올라가 책들을 정리했다 책상 위에

한 권 한 권 제 자리에 꽂고 있는 동안에도

어디 먼 데서 손님이 오고 계신지 마음이

흔들리고 유리창들도 덜커덩거렸다

 

 

 

매화꽃 피는 저녁
槿岩/유응교


차게 내려앉은 회색빛 하늘아래
잔설이 머뭇거린 시린 가지마다
벙긋이 여미는 꽃잎 향기가 그윽하네.

매향이 번져오는 조용한 뜨락에서
찾아오는 벗이 없어 외로운 저녁나절
술잔을 사이에 두고 오는 봄을 재촉하네.

우아한 풍치와 기품 있는 그 절개를
선비들이 한결같이 본받기를 바라더니
문방사우 묵향 속에서 또다시 피어나네

 

 

 

나호열, 매화

 

천지에 꽃이 가득하다

젊어서 보이지 않던 꽃들이

이제야 폭죽처럼 눈에 보인다

 향기가 짙어야 꽃이고

자태가 고와야 꽃이었던

그 시절 지나고

꽃이 아니어도

꽃으로 보이는 이 조화는

바람 스치는 인연에도

눈물 고이는 세월이 흘러갔음인가

 피는 꽃만 꽃인 줄 알았더니

지는 꽃도 꽃이었으니

 두 손 공손히 받쳐들어

당신의 얼굴인 듯

혼자 마음 붉히는

천지에 꽃이 가득하다

 

 

 

조선 매화 (梅花)/송수권

 

예닐곱 그루 성긴 매화 등걸이
참 서늘도 하다
서늘한 매화꽃 듬성듬성 피어
달빛 흩는데 그 그늘 속
무우전(無憂殿)* 푸른 전각 한 채도
잠들어 서늘하다

 

 

 

정든 세월에게/안도현
                                  
홍매화 꽃망울 달기 시작하는데 싸락눈이 내렸다.
나는 이제 너의 상처를 감싸주지 않을 거야
너 아픈 동안, 얼마나 고통스럽냐고
너 아프면 나도 아프다고
백지 위에다 쓰지 않을거야
매화나무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나뭇가지 속이 뜨거워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너를 위하여 내가 흘린 눈물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거야 쿨럭쿨럭, 기침을 하며
싸락눈이 봄날을 건너가고 있었다.

 

 

선암사 홍매화 /정진규

 

  당분간이다  내가 쓰는 시는 당신에게 드리는

연애편지 틀이 될 것이다

나는 옴치고 뛸 수가 없다 그렇다 틀이다

밖으로 가만히 한 발을 내밀어보지만 허당이다

벼랑이다

나는 당신의 틀에 들렸기 때문이다 

나 병이 깊다 당분간

이다 나의 시는 지금 낭패다 

자꾸 당분간이란 말이 나오

는 것은 그 틀이라는 걸 피해야 기가 되는데 

지금으로선

대책이 막연하고  그걸 피해가면  연애가

파탄으로  끝날

게 불 보듯 뻐언하기 때문이다

내 연애의 運身엔 길이 없

다 길을 잃었다  연애는 길을 잃는 길이다 

속수무책이다

급강하의  위험이  예고되었다 

선암사 홍매화는  피어날

대로  피어나선  지금  꽃잎 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꼭지으로 새파란 새끼들을 둥글게 둥글게 

몸 매다는  날을

기다릴밖에는 다른 묘책이 없다 

滿朔이다 꽃잎 지기 

의 향기로만 지금 극단으로 깊다

 

 

 

 

 

 

낙화/평보

 

꽃잎이 질 때

마음이 아프다 말하지마.

精子도 떨어진다

걱정이 겠지?

마음은 꽃잎보다

더 고운 새싹 잎파리

그럼 그속에 젊음을 담아보자.............

 

 

매화 앞에서/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희디흰 봄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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