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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길은멀어도(김상희)

이모르 2021. 3. 5. 14:26

 

길위에서 생각/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 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 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는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간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 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 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 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 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떠나는길은멀어도/김상희

 

떠나는 길

멀어도 외롭진 않아

우린 우린

서로가 사랑하니까

이 빗속을 걸어도 외롭진 않아

너와 나

서로가 좋아하니까

이젠 서로 헤어져

멀리 멀리 간다 하지만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고는 못하죠

떠나는 길

멀어도 외롭진 않아

우린 우린

서로가 좋아하니까

 

이젠 서로 헤어져

멀리 멀리 간다 하지만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고는 못하죠

떠나는 길

멀어도 외롭진 않아

우린 우린

서로가 좋아하니까

떠나는 길 멀어도

멀리멀리 간다 해도

내일은 우리에게 있어

외롭지 않다.

우린

서로 사랑하니까?

서로 좋아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