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크리스마스에대한시와이야기모음(성탄케롤)

이모르 2020. 12. 12. 15:17

성탄절이 오면

어린시절. 소년시절. 청년시절. 장년시절.

노년기에 접어든 지금도

마음이 설레 입니다.

 

 

 

 

 

 


 

네온싸인 과 크리스마스의 튜리

거리에서 들려오는 케롤송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껏 축복해주고 싶은 송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성탄의 기쁨을 축하드리고자 합니다.

 

 

 

 

 

 

성탄절 아름다운이야기

(크리스찬투데이에서옮겨옴)

 

 

  

어느 특별한 크리스마스’

그 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내가 12살 때 어머니와 나는 독일과 벨기에

국경 부근에 있는 숲 속 오두막집에 살았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적군은

필사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울리던 포성이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어머니와 나는 무서움에 몸을 떨며

오두막집 안에 숨어 있었습니다.

 

그 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첫 번째 노크 소리가 들렸을 때 어머니는

촛불을 껐습니다.

 

그리고 문을 여니 밖에는 병사들이 서있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많이 다친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돌아보며 낮은 소리로

침착하게 말했으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습니다.

다행히 병사들 중 한사람이

우리말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도와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침대보를 길게

찢어서 붕대로 사용했습니다.

또 닭고기 수프와 구운 감자로

식탁을 차렸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다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또 길을 잃은 병사들이 찾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문을 열었습니다.

문 밖에는 아군들이 서 있었습니다.

 

나는 문 앞에 선 채로 얼어붙은 것 같았습니다.

어린 나의 생각으로도 이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적군을 집안에 들여놓은 것도 그런데 거기다가

부상병치료에 식사 대접까지 한다는 것은

아주 큰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문 앞에 굳어버린 듯 서있는 나를 보고

어머니가 문 곁으로 다가오셨습니다.

순간 어머니의 얼굴도 하얗게 변했습니다.

그러나 곧 조용하게 말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메리 크리스마스”

밖에 서 있던 우리 나라 병사네 명 중

얼굴이 큰 병사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길을 잃었습니다.

날이 밝을 때까지 이집에서

좀 쉴 수 있을까요? 도와주십시오.”

“물론이지요. 따뜻한 음식도 있으니

어서 들어오세요.”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손님이 세 사람 있습니다.

그들을 보면 아마 다른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것을 기억해 주세요.”

어머니의 말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우리 나라 병사가 아닙니다.”

어머니는 우리 병사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당신들처럼

도움이 필요한 어린 병사들입니다.

한 명은 부상을 당했지요. 나머지두

사람도 몹시 지쳐 있어요.

오늘만은, 오늘밤만은 전쟁에 관한

일은 잊도록 해요.”

어머니가 부드러운 말투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들은 한참 동안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 시간이

아주 길게 느껴졌습니다.

“자, 어서들 들어오세요. 음식이 식겠어요.”

어머니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들은 한동안 묵묵히 생각을 하다가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총을 어머니에게 내밀었습니다.

어머니는 총을 받아서 방구석에 놓고

의자와 침대를 끌어와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윽고 우리 나라 병사들과 다른 나라 병사들이

좁은 집안에 모여 있게 되었습니다.

“감자를 더 가져와야겠구나.

모두들 배가 고플텐데 먹을 게 부족하면

손님들이 화를 낼지도 모르잖니?”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어머니의 웃는 얼굴을 본 병사들의 표정도

조금씩 부드럽게 변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창고에 가서 감자를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집안으로 들어서는데 부상당한 병사의

신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 나라 병사 한 명이 부상당한

병사의 상처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전쟁 전까지 의과 대학에서 공부했어요.

다행히 추위 때문에 상처가 곪지 않았군요.

조금 쉬면 아물 것 같습니다.”

그 병사가 부상병을 돌보며 이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서로에 대한 의심이 풀리는 듯했습니다.

우리 나라 병사가 꺼낸 빵 한덩어리와

포도주 반병을 식탁에 놓고

어머니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어머니의 기도가 끝나자 우리 병사들의

눈에도, 다른 나라 병사들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습니다.

우리 집에서의 휴전은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졌습니다.

부상병은 편히 쉰 덕분에 어머니가

끓여준 죽을 받아먹을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병사들은 장대 두 개를 가져다가

식탁보를 묶어서 들것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부상병을 뉘었습니다.

 

다른 나라 병사가 자신들이 갈 길을 말하자,

우리 나라 병사가 그 길은 이미 우리 병사들이

점령을 해서 위험하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모두 무사하길 빕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다른 나라 병사들은

우리 나라 병사들이 알려 준 길을 따라 갔습니다.

그리고 잠시후 우리 나라 병사들도 길을 떠났습니다.

 그들의 모습이 숲 속으로 사라지고 난 뒤에도

어머니와 나는 오래오래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벽-짤막한 성탄 콩트’-로맹가리

어느 추운 연말, 런던 경찰국 소속

한 검시관이 새벽에 한 건물로

검시를 나갔습니다.

누추한 건물 방에 들어서자

목을 맨 20세 가량의 청년 시신이 보였습니다.

탁자에는 분노한 필체로 쓴 몇 장의

종이가 보였습니다.

그 종이에는 자살 이유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유는 고독이었습니다.

그날, 그는 벽을 통해 옆방에 사는

천사처럼 아름다운 처녀의 헐떡이는

신음소리와 침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청년의 마음에는 분노와 경멸과

혐오감이 생겼고,

자기에게 눈길 한번 없었던 그 처녀의

이중성에 질렸습니다.

 

남몰래 사랑하며 너무 예뻐

감히 말도 걸지 못했던

신비로운 천사의 신음소리에 절망해서

그는 구역질나는 추잡한 세상이 싫다고

순간적으로 커튼 줄로목을 맨 것입니다.

그 글을 읽고 검시관은 잠시 옆방에

귀를 기울였지만 옆방은 조용했습니다.

 

“사랑의 유희 후에 잠에 빠졌겠지!”

라고 생각하고 돌아오려는데,

천사의 탈을 쓴 그 처녀를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고,

외로움에 지친 청년을 죽음에 이르게 한

추잡한 처녀에게 한번이라도

증오의 눈길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어

그냥 돌아오는데, 조금 후에 그녀의 방에서

주인 여자의 비명이 들렸습니다.

 

검시관이 방에 들어가 보니 침대 위에는

비소 중독으로 죽은 아름다운 금발머리

여인이 있었고, 유서도 있었습니다.

 

죽음의 이유는 고독의 고통과 삶에

대한 총체적 혐오감 때문이었습니다.

 

벽 너머에 자신을 사랑하는 외로운

영혼이 있는 것도 모른 채,

처녀는 청년 이상으로 외로워했습니다.

두 남녀의 외로움을 무섭게

증폭시킨 것은 ‘벽’이었습니다.

‘대화가 단절된 오해의 벽’은 이
웃의 고통소리까지 경멸하게 만듭니다.

벽이 있으면 세상은 다 추하게 보입니다.

 

벽은 도벽(??), 낭비벽(�??),

결벽(潔?)과 같은 벽(?)을 낳습니다.

가끔 삶이 미라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벽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독에서 자기를 건져줄

구원의 손길을 애타게 찾지만 중요한 것은‘

구원의 손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구원의 손길이 되는 것’입니다.

내가 이웃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면

너와 나를 막고 있는‘벽’은 곧‘문’

으로 변할 것입니다.

 

 

 

 

 

 

크리스마스에 드리는 기도’
김의중

올 크리스마스엔
창가에 촛불하나 켜 놓으렵니다.
타는 촛불로, 밤새워
시간의 의미를 헤아려보며
메마른 가슴 외로운 눈물로 적시어
작은 소망의 기도를 드리렵니다.

용서하소서!
내가 가졌던 탐욕을...
남에 대해 편협하며, 이기적이며
마땅히 해야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태만함까지....
다른 무엇보다 진실하지 못했음을....

마음을 열고
새로운 눈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녹색의 작은 별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 세계
이 땅에 사는 누구나
맑은 영혼과 따뜻한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기아와 질병과 전쟁이 없는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
크리스마스에 오신 이의 마음처럼
녹아 내리는 이 촛불이
소망의 빛이 되어
우리 가슴을 채우게 하소서.

                                 

 

 

 

성탄 밤의 기도 (성탄1) /이 해 인

낮게 더 낮게
작게 더 작게 아기가 되신 하느님
빛의 예수여
모든 이가 당신을 빛이라 부르는 오늘 밤은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
빛으로 오시는 당신을 맞이하여
우리도 한 점 빛이 되는
빛나는 성탄 밤입니다

죽음보다 강한 지극한 사랑 때문에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모습을 지니시고

세상이라는 구유,

우리 마음이라는 구유 위에
아기로 누워 계신 작은 예수여,
진정 당신이 오시지 않으셨다면
우리에겐 아무런 희망도 없습니다,

기쁨도 없습니다
평화도 없습니다, 구원도 없습니다
당신의 오심으로 우리는
희망과 기쁨 속에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평화와 구원의 의미를 깊이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티없이 맑고 천진한 당신이 누우시기엔
너무도 어둡고 혼탁한 세상이오나 어서 오십시오
진리보다는 불의가 커다란 언덕으로 솟고
선보다는 악이 승리하는 이 시대의
산 같은 이들을 허물어 내기 위하여
어서 오십시오
죄없는 당신이 누우시기엔
너무도 죄많은 우리 마음이오나

어서 오십시오
자유의 주인이길 원하면서도
율법과 이기심의 노예로 떨어진 어둠,
빛이신 당신을 온전한

사랑과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나태한 마음의 어둠을 몰아내기

위하여 어서 오십시오

우리는 오늘 하늘의 천사들처럼
참을 수 없는 기쁨을 노래로 찬미합니다
밤길을 달려 온 목동들처럼
놀라움과 설레임으로 당신께 인사합니다

당신을 낳은 성모 마리아와 함께
당신을 따르는 겸손과 사랑의 길을 선택합니다
성가정의 길잡이신 성 요셉과 함께
충성스런 믿음과 인내의 길을 선택합니다

낮게 더 낮게 아기가 되신 하느님
침묵의 빛 속에 말씀으로 누워 계신 빛의 예수여,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당신께 드린느
처음과 끝의 가장 소박하고 진실한 기도이게 하소서

비록 가진 것 없어도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행복한 부자인 우리 자신을 축복하소서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아 평화의 빛 속으로
많은 이를 불러 모으려는 우리 한국 성교회를-
우리가 당신을 업고 뛰어가서
당신의 깊은 사랑을 보여

주어야 할 수많은 이웃들을
기억하는 이 거룩한 밤
당신을 빛이라 부름으로
우리도 당신과 더불어 한 점 빛이 되는
이 고요한 기도의 밤.

빛의 예수여, 당신께 받은 빛이
꺼짐 없이 우리 안에 타오르게 하소서
매일의삶

속에서 당신의 성탄이 이루어지게 하소서, 아멘.   

 

 

  

<크리스마스에 관한 시 모음> 

 김시태의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외 


크리스마스를 위하여

너무 많이 걸었습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어머니,
그 개구쟁이들,
그들을 도로 돌려주소서.
조그만 카드 속에 정성을 담던
그 소년들도 돌려주소서.
첫아이 보았을 때 기도 드리던
그 아빠와 엄마도 돌려주소서.
아이들과 손잡고 이야기하며
성당을 찾던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한번 더 그 종소리 듣게 하시고
눈 내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소서

 

 


(김시태·시인, 1940-)


 크리스마스와 우리집

동청 가지에
까마귀 열매가 달리는
빈 초겨울 저녁이 오면
호롱불을 켜는 우리 집.

들에 계시던 거친 손의 아버지.
그림자와 함께 돌아오시는
마을 밖의 우리집.

은접시와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없어도,
웃는 우리 집.
모여 웃는 우리 집.

소와 말과
그처럼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집.

우리 집과 같은
베들레헴 어는 곳에서,
우리 집과 같이 가난한
마음과 마음의 따스한 꼴 위에서,

예수님은 나셨다,
예수님은 나신다.
(김현승·시인, 1913-1975)


 동청(冬靑) : 사철나무


아기 예수 나심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우리들 오늘 누구나
스스로의 삶의 의미 스스로가 모르는
흔들리는 믿음과 불확실한 소망
사람이 그 말씀대로
사랑할 줄 모름으로 불행한 이 시대
어둡고 외로운 쓸쓸한 영혼을 위해서 오시네.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우리들 오늘 이 세계
눌린 자와 갇힌 자
빈곤과 질병과 무지에 시달리는 자
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는 자
진리와 그 의를 위해 피 흘리는 자
마음이 청결하고 화평케

하는 자를 위해 오시네.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그 십자가
우릴 위해 못 박히신 나무틀의 고난
사랑이신 피 흘림의 영원하신 승리
죽음의 그 심연에서 부활하신 승리
성자 예수 그리스도 우리들의 구세주
베들레헴 말구유에 오늘 오시네.

 

 


 (박두진·시인, 1916-1998)


 성탄절을 앞두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
내외가
돋보기를 서로 빌려가며
성경을 읽었다.
눈이 오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마태복음 1장 2장
읽을수록
그 신비
그 은총
너무나 감사해요.
아멘.
그리스도의 탄생 안에서
우리는 거듭나고
차분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었다.
이 연령에
범죄할 리 없을 것 같다.
그럴수록 남은 여생을
얼룩 없이 살기를 다짐하며
우리들의 앞길에도
순결한 축복의 눈이 쌓이고
깨끗하기를 간구한다.
벌써 크리스마스가 가까왔군요.
그렇군.
올해 성탄절에는 성가대에 끼어
우리도 큰 소리로
구주 예수 오셨네를 부르며
골목을 누벼볼까요.
함박눈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성탄절 새벽의
경건한 아침 공기가
방 안에 서려왔다.


 (박목월·시인, 1916-1978)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내가 어렸을 그 옛날같이.

초롱불 밝히며 눈길을 걷던
그 발자욱 소리, 지금 들려온다.

오, 그립고나, 그 옛날에 즐거웠던,
흰 눈을 맞아가면서
목소리를 돋우어 부르던 캐럴

고운 털실 장갑을 통하여, 서로
나누던 따사한 체온.

옛날의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박화목·시인, 1924-2005)


 성탄 편지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
오래 전부터
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
우정의 기쁨과 평화인 것을.

슬픈 이를 위로하고
미운 이를 용서하며
우리 모두 누군가의 집이 되어
등불을 밝히고 싶은 성탄절
잊었던 이름들을 기억하고
먼데 있는 이들을
가까이 불러들이며 문을 엽니다.

죄가 많아 숨고 싶은
우리의 가난한 부끄러움도
기도로 봉헌하며
하얀 성탄을 맞이해야겠지요?
자연의 파괴로 앓고 있는 지구와
구원을 갈망하는 인류에게
구세주로 오시는 예수님을
우리 다시 그대에게 드립니다.

일상의 삶 안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주님의 뜻을
우리도 성모님처럼
겸손히 받아 안기로 해요.
그 동안 못다 부른 감사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로 해요.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아기예수의 탄생과 함께
갓 태어난 기쁨과 희망이
제가 그대에게 드리는
아름다운 새해 선물인 것을….

 

 
(이해인·수녀, 1945-)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나태주·시인, 1945-)


 성탄빛

해마다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반짝이는 카드에도
한 아름의 선물에도
우리 아기님
뵈올 수 없네

거룩한
아기 예수 어디
나셨을까

내 마음의
별 따라 가보자

도시의 외양간을
찾아서 가보자
냄새나고
축축한 외양간을
찾아서 가보자

마음이 억눌린 이여
고달픈 육신 갇혀있는 이여
가난으로 촛불 한 자루
준비하지 못하는 이여

축제의 날엔
두 배로 슬퍼지는 이
지금 마음이 가장
쓸쓸한 이여

그대 맘을 찾아가
경배하리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 곳에 우리 아기
오시리 

 
(홍수희·시인)


 크리스마스의 추억

어쩌다 친구 꾐에 빠져
예배당 관사 높은 지붕에 올라간
날 두고 사다리를 치워 버린
친구가 원망스러웠을 때

혹여 예배당 지붕 위에서
이름 없는 귀신이 될까
두려움에 겁도 없이 지붕 밑으로 뛰어
고공 법을 구사하든 어린 시절

할머닌 늘 그랬다
˝예배당이 니 할애비 집이냐?˝라고
그러면 나도 속이 상해서 꼬박
˝네 할애비 집 맞는데요!˝
되받아치던 유년

꼭 크리스마스 즈음만
교회 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 년 중 그때가 가까워지면
언제나 예배당을 기웃거렸다

정말 크리스마스에 나눠주던
사탕과 따끈한 빵이
그리워 간 것은 아니었다

여름날은 맨드라미가
붉은 얼굴로 깔깔거리고
봉선화 채송화도 단아한 모습으로 피어있던
그래서 늘 예배당은 내게 많은
신비를 지닌 비밀한 정원이었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이 달린 트리와
무대 위 올려지던 다윗 이야기며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세상에 오신
거룩한 이야기들

내 유년의 크리스마스는 항상
내게 행복을 선물하는 요람이었다
꼭 빵이 그리워 사탕이 그리워
예배당을 다닌 것은 아니었다


(고은영·시인)

 첫 번 크리스마스

너무 어두워
길 못 찾고
아우성 소리로만 가득하던
땅에
주께서
빛 되어 내리시다
소리 없이 내리시다


(임종호·목사 시인) 


라스트 크리스마스

깨어나라
베들레헴의 구유
성녀의 넝마여
동방박사의 지팡이여
휘황 야릇한 십자가
아리송한 캐럴이여
부디 깨어나라
인색한 눈발
대답 없는 기도
희미한 별빛이여
썰렁한 자선냄비여
배부른 자의 독식
가난한 자의 읍소여
탐욕으로 얼룩진
크리스마스의 탑에서
깨진 종이 우짖는다
제발 깨어나라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성탄절의 기도

주여 지난 날 헛되이 보낸

성탄절을 용서하시고
올해는 성탄의 의미를

바로 새기게 하소서.
왕궁이 아닌 누추한 말구유에

임하신 까닭을 알게 하소서.
가난한 목동의 인사를 먼저

받으신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인류의 죄를 십자가로 보속하기 위해
가장 낮고 누추한 곳으로 오신 예수님
영광이 아닌 가난과 고통을 받으러 오신 예수님
저도 당신과 함께 낮은 곳으로 임하게 하소서.

헛된 욕망을 비우고
가난한 마음이 되어
아기 예수님 모실
정결한 말구유 하나 마련하게 하소서.
비움과 나눔과 겸허한 마음으로
기쁘게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게 하소서.
어려운 이웃 속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하소서.

오소서 아기 예수님!
내 마음에 오소서.
간절히 비오니 예수님을 닮아가게 하소서. 


 (진장춘·시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위한 사랑의 기도

성탄의 종소리
온 누리의 축복으로 울려 퍼질 때
미움과 미움은
용서의 강물로 흐르게 하시고
마음과 마음은
기쁨의 합창으로 메아리치게 하소서

하늘의 은총
지상의 눈꽃으로 피어날 때
욕심과 불만은
눈처럼 하얗게, 가볍게 하시고
행복과 행복이
감사의 꽃으로 찬란하게 하소서

평화의 메시지
온 누리의 숭고한 빛으로 은혜로울 때
스스로 비우고 낮아지는
겸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비로소 화합으로 하나 되는 세상
사랑과 사랑으로 가슴 벅찬

 희망이게 하소서


(이채·시인)


크리스마스에게 띄운 편지

지난 일 년 동안 모아온 햇빛과

꽃과 강 풍경을 담아 보내드립니다.

 허틈 없이 아껴아껴 모아온

제 미소와 웃음소리, 그리움을

보내드립니다.

 

이것을 가지고 당신 크리스마스를

 행복하게 꾸미세요.

 

당신 마음을 따스하고 빛나게 해줄

장식으로 써주십시오.

당신이 샴페인을 터뜨리는 창가에 홀로 서서

촛불 모아들고 전 당신 행복함을 기뻐하겠습니다.
사랑한다는 건 한 사람이 어둠을 지켜내는

것만큼 한 사람이 불빛처럼 따스해지는

것임을 압니다.

 

그러기에 두 사람이 행복하기에 모자라는

기쁨이라면 오롯이 전 당신이 제 기쁨을

아낌없이 써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빛과 함께 태어나고

웃음소리 속에서 당신 은종이 울렸으면

좋겠습니다.

 

 바라는 게 있다면 당신 파티가 끝난 뒤

제 눈물 한 방울도 묻어 있음을 눈치

채주셨으면 합니다.


일 년 내내 당신만을 지켜보다가 맺힌

 눈물 중에 한 방울입니다.

그 이외엔 크리스마스 전부가

기쁨과 즐거움으로 당신 충만될 수 있다면

전 성탄 트리가 되어 당신 창문 밑을

밤새워 지킬 겁니다. 이렇게

당신 가까이 있고 당신을 제가 사는

이 세계 한 모퉁이에 보내주신

신께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모를 제 사랑을 자축합니다.
제가 당신의 크리스마스입니다.

 

 


 (김하인·시인이며 소설가, 1962-)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Barcelona Sagrada Familia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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