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초승이 조금 지나있어 밝은편은 아니었으나, 언제나 탄성을 지르게하는 야경은 오늘따라 더욱 아름다운 것이 잿빗하늘에 가려진 시화전그림같아 오색이 영롱하니 쉬어가기를 청하여 내 살아 있음을 즐기다.
목적지에 도착 어둠속에 선인봉이 너무 멋있게 다가서다.
도봉산 선인봉은 아마도 그바위가 발광체인가 보다 아무리 어두운밤이라 할지라도 하이얀 큰 미소로 우리를 지켜준다.
그제 나린 눈(雪)으로 온세상이 아름답다.
땜엔 고드름이 자유분망하게 달려있다
옛날 내 아주어릴적 처마밑에 고드름이 달릴무렵이면, 동리를 지나던 박물장수 아주머니가 하루밤 쉬어가기를 청하는데, 우리할머니는 너무좋아하셨다
그아주머니께서 박자 맞추어 읽어주시는 장화홍련전, 츈양뎐, 홍길동뎐,을 나는 때로는 무서움에 떨며 때로는 환희의 침샘킴으로 할머니옆에서 듣던 등잔불 청국장내음의 그욱한 고드름의 鄕愁가 다가온다.
그것은 그리움이다.
인자하시던 할머니 얘기책을 구수하게 읽어주던 박물장수 아주머니 박자맞춰진 목소리.
솜틀 돌리는소리.물래돌리는소리 그것은 착한 사람들의 목소리로 고드름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할머니 몹시 코골이하시던 소리까지도 들려와서 옛날의 자작시가 생각나다.
흙
긴해가 서산을넘고
석양이 깔릴때까지
할머니 흙속에 사시더이다
돌섞이고 황폐한 땅이였지만
목화심고 고추심은 밭두렁위에
할머니 흘린땀이 샘이되어 열매되었소.
당신이 사랑하는 땅속에 묻힐 때
당신의 자손들이 흙과 눈물을 뿌리더이다.
무서우리 만치 발달한 현대문명의 이기속에서 못느끼는.
언제나 꺼내보고 다시넣는 나만의 그리움이다
고두름 고드름 수정고드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