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장미계절에드리는 짧은시 모음(장미빛인생)

이모르 2020. 12. 12. 17:11

 

2020521

 

오월은 장미의 계절이라

작년엔 장미축제에 가서

장미와 놀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꼼짝 못하고

있는데 재삼씨가 장미 사진을

메시지와 함께 보내왔어요

 

올해는 장미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이 없네요 건강 조심하세요

 

 

 

첫 번째 데이트/평보

 

수줍은 그녀는 장미뒤에

숨어 있었다

붉은 뺨을 가리려고

 

 

<짧은시 모음>

 

장미원에서/강인호

 

저 붉디붉은 

장미 한 송이 

꺾어드릴까요 

그대로 하여 

붉어진 내 가슴 

꺾어드릴까요 

 

내가 정말 장미를 사랑한다면 /복효근


빨간 덩굴장미가 담을 타오르는
그 집에 사는 이는
참 아름다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낙엽이 지고 덩굴 속에

쇠창살이 드러나자
그가 사랑한 것은 꽃이 아니라

가시였구나
그 집 주인은 감추어야 하는

것이 많은
두려운 것이 많은 사람이었구나

생각하려다가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하기로 했다

 

 

 

 

가을 /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고은의<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정현종의<>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안도현의<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적이 있었느냐?‘

 

 

 

유치환의<낙엽>

너의 추억을 나는 이렇게 쓸고 있다'

 

 

정지용의<호수>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하니 눈 감을 수밖에'

 

 

 

짤막한 노래 / 박경원

 

정직하고 부드러운 빵
아름다운 푸른곰팡이를 피워내는군
자신이 썩었음을 알려주는군

 

 

 



木星' /박용하


확실히, 영혼도 중력을 느낀다.
쏟아지는 중력의 대양에서
삶과 죽음을 희롱하는 시를

그대는 썼는가.
삶이 시에 빚지는

그런 시를 말이다


지평선 /쟈콥

그 소녀의 하얀 팔이
내 지평선의 모두였다.

 




後記 /천양희

시는 내 自作나무
네가 내 全集이다.
그러니 시여,제발 날 좀 덮어다오


마른 나뭇잎 /정현종

마른 나뭇잎을 본다.

살아서, 사람이 어떻게
마른 나뭇잎처럼 깨끗할 수 있으랴

 




그리고 삶 /이상희

입술을 깨물어도
참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재채기 삼창

에잇!
집어쳐!
kitsch!

 



시멘트 /유용주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
자신이 가루가 될 때 까지 철저하게
부서져본 사람만이 그걸 안다.

 

 



서시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도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사이 /박덕규

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정신은 한번 깨지면 붙이기 어렵다

 




후회 /황인숙

깊고 깊어라
행동 뒤 나의 생각.
내 혀는 마음 보다
정직했느니

 




/곽재구

모든 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머리칼을 지녔는지
난 알고 있다네
그 머리칼에 한번 영혼을 스친 사람이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되는지도

 




아침이슬 /고은

여기 어이할 수 없는 황홀!
아아 끝끝내 아침이슬

한방울로 돌아가야 할
내 욕망이여

 




연탄재 /안도현

발로 차지는 말아라
네가 언제 남을 위해

그렇게 타오른 적이 있었더냐

(원문과 다름)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황지우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황인숙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장석주

누군가 이 육체의 삶,
더 이상 뜯어먹을 것이 없을 때 까지
아귀 아귀 뜯어먹고 있다!
이스트로 한없이 부풀어 오른 내 몸을
뜯어먹고 있다!

 



() /함성호

천불 천탑 세우기
쓰기는 그런 것이다.

 



첫사랑 /이윤학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 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 까지

 



우주를 건느는 법 /박찬일

달팽이와 함께!
달팽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도달할 뿐이다

 



일기 /김형영

잘 익은 똥을 누고 난 다음
, 가련한 육체여
살것 같으니 술 생각 나냐?

 



사랑 /정호승

무너지는
폭포 속에
탑 하나 서 있네
그 여자
치마를 걷어 올리고
폭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
탑이 되어
무너지네

 



사랑 /김명수

바다는 섬을 낳아 제 곁에 두고
파도와 바람에 맡겨 키우네

 



눈물 /정희성

초식동물 같이 착한 눈을 가진
아침 풀섶 이슬 같은 그녀
눈가에 언뜻 비친

 


不倫 /윤금초

가을날 몰래 핀 두어 송이 장미
그래도 꽃들은 감옥에 가지 않는다
위험한
이데올로기
저 반역의 開花

 



행복 /박세현

오늘 뉴스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뉴스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영방송의 초창기 일화다

나는 그 시대에 감히
행복이란 말을 적어 넣는다

 



자화상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낚는다.

 



전집 /최승호

놀라워라.조개는 오직 조개 껍질만을 남겼다.

 



내 청춘의 영원한 /최승자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 앵글

 



세상에서 멀리 가려던 /최하림

세상에서 멀리 가려던 寒山 같은 시인도
길위에서 비오면걸음을 멈추고 오던
길을 돌아본다지난 시간들이 축축이
젖은 채로 길바닥에 깔려있다

 



/조은

오래 울어본 사람은
체념할 때 터져 나오는
저 슬픔과도 닿을 수 있다.

 



水墨 정원

暮色(모색) /장석남

귀똘이들이
별의 운행을 맡아가지고는
수고로운 저녁입니다.

가끔 단추처럼 핑글
떨어지는 별도 있습니다

 



간봄 / 천상병

한 때는 우주 끝까지 갔단다.
사랑했던 여인
한 봄의 산 나무 뿌리에서
뜻 아니한 십 센티 쯤의 뱀 새끼 같이
사랑했던 여인.
그러나 이젠
나는 좀 잠자야곘다.

 



겨울산 /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덫에 걸린 쥐에게/에리히케스트너

원을 긋고 달리면서

너는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느냐?
알겠느냐? 네가 달리는 것은

헛일이라는 것을.
정신을 차려. 열린 출구는

단 하나밖에 없다.
네 속으로 파고 들어가거라.

 

 

하늘냄새/박희준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보일 때가 있다.

그 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냄새를 맡는다.

 

 

도토리모자 /문삼석

 

도토리모자는
벗기면
안돼 까까머리
까까머리
놀릴테니까

 

 

풀꽃/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부엉이/유경환

 

부엉이 눈속엔

손전등 두 개

낮에는 껐다가

밤에만 켜는

달밤엔 파란불

별밤엔 노란불

 

 

/ 이상례

 

1108호 사는 장미는

서른 아홉 살

부모 그늘에서 어기적거리다가

결혼을 못해 쫒겨나고야 말았다

반면 4408호 할아버지는

팔십 팔세인데 네 번째

결혼 파티를  한다고 한다

1동과 4동 간격을

나비가 건너고 있다

 

 

오광수 시인의 짧은 시 모음

산에서 본 꽃

 

산에 오르다

꽃 한 송이를 보았네

나를 보고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

산에서 내려오다

다시 그 꽃을 보았네

하늘을 보고 피어있는 누님 닮은 꽃

 

봄볕

 

꽃가루 날림에 방문을 닫았더니

환한데도 더 환하게 한 줄 빛이 들어오네

앉거라 권하지도 않았지만은

 

동그마니 자리 잡음이 너무 익숙해

손가락으로 살짝 밀쳐내 보니

눈웃음 따뜻하게 손등을 쓰다듬네!

 

가을햇살

등 뒤에서 살짝 안는 이 누구 신가요?

설레는 마음에 뒤돌아보니

산모퉁이 돌아온 가을 햇살이

 

아슴아슴 남아있는 그 사람 되어

단풍 조막손 내밀며 걷자 합니다

홍시(紅枾) 두 알

 

하얀 쟁반에 담아 내온 홍시 두 알.

무슨 수줍음이 저리도 짙고 짙어서

보는 나로 하여금 이리도 미안케 하는지

 

가슴을 열면서 가만히 속살을 보이는데

마음이 얼마만큼 곱고 고우면 저리될까?

권함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낙엽 한 장

 

나릿물 떠내려온 잎 하나 눈에 띄어

살가운 마음으로 살며시 건졌더니

멀리 본 늦가을 산이 손안에서 고와라.

홍류폭포

수정 눈망울 살금 돌 틈에다 감추고

잠깐 햇살에 또르르 한줌물 손에담고

언제였나 오색 무지개가 꿈인듯하여

바람도 피하는 간월산 늙은 억새사이로

가을 지나간 하얀 계곡을 내려다봅니다.

가을에는

가을에는 나이 듬이 곱고도 서러워

초저녁 햇살을 등 뒤에 숨기고

갈대 사이로 돌아보는

지나온 먼 길

놓아야 하는 아쉬운 가슴

그 빈자리마다

추하지 않게 점을 찍으며

나만 아는 단풍으로 꽃을 피운다

비 오는 밤

기다린 님의 발걸음 소리런가

멀리도 아닌 곳에서 이리 오시는데

밖은 더 캄캄하여

모습 모이지 않고

불나간 방에 켜둔 촛불 하나만

살랑살랑 고개를 내젓고 있다

< 반장선거 > 

 

내 이름을 쓸까 말까  

내 마음이

몹시 흔들렸다

 

 

장꼭토의 시

 

내 귀는 소라 껍질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

Mon oreille est un coquillage

Qui aime le bruit de la mer

 

게와무희

 

게는 발끝으로 걸어 나온다.

두 팔로 꽃바구니 모양을 만들고

귀밑까지 찢어질 듯한 웃음을 짓는다

 

오페라의 무희는,

꼭 게 모양을 닮아

색칠한 무대 뒤에서

두 팔로 원을 그리며 나온다

 

 Le crabe sort sur ses pointes.
 Avec ses bras en corbeilles
 Il sourit jusqu'aux oreilles.
 
 La danseuse d'Opera,
 Au crabe toute pareille,
 Sort de la coulisse peinte,
 En arrondissant les bras.

 

목마르뜨의축제

 

이 세상은 만인의 것이요

너무 그네를 높이 굴리지 말아요
민물의 수병(手兵) 같은 이, 어두운 밤은
그대들의 금빛 닻일랑 비웃으며
말없이 선 채로
큰 길가에 체취를 흠뻑 흩뜨리는
수병복의 그대들을
마치 압지가 물 빨아 들이듯
마셔버리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