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추억 /평보
후드득 후드득 비가 내렸다.
찔레꽃에 피는 빗 방울이 꽃처럼 반짝 인다
가시꽃 사이로 비단 뱀이 또아리를 틀고
눈을 껌벅거리는 개구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느새 눈치를 챘는지 개구리는 웅덩이속으로
점프를 하여 풍덩 파문을 일으킨다
허탕친 비단 뱀은 혀를 날름거리며
못내 아쉬움을 남기고 슬금슬금 기어간다.
개구리는 웅덩이 건너편 푸들잎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두리번거린다
톡톡 튀면서 순이네 장독대로 숨어버렸다
빗 줄기는 거세졌다
쏴아 악 쏴아 악 장독 위로 떨어져서
멜로디가 되었다
호박잎을 우산처럼 쓴 순이는 장떡을 붙혀 먹게
고추장을 푸려고 장독대를 찾았다
항아리를 열려는 순간 숨어 있던 개구리가
순이 치마속으로 뛰어올랐다
순이는 놀라 사기그릇을 놓처 깨치고 말았다
순이가 놀란 것은 이웃집 바우가 치마를 올리는줄
알고 놀라 고함을 쳤다 “바우야 또 너냐”
개구리는 어기적 거리다가 똑똑 튀며 도망을 하였다
물안개 자욱한 살구나무 뒤로 무지개가 떳다
개구리는 무지개를 타고 올라가다
살구나무를 감고 있던 비단뱀 입속으로 떨어졌다
매미가 없던여름/김광규
감나무에서 노래하던 매미 한 마리
날아가다 갑자기 공중에서 멈추었다.
아하 거미줄이 쳐 있었구나.
추녀 끝에 숨어 있던 거미가
몸무림치는 매미를 단숨에 묶어버렸다.
양심이나 이념 같은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후회나 변명도 쓸 데 없었다.
일곱해 동안 다듬어온
매미의 아름다운 목청은
겨우 이레 만에
거미밥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 걸리면 그만이다
매미들은 노래를 멈추고
날지도 않았다.
유달리 무덥고 긴 여름
그 봄비/박용래
오는 봄비는 겨우내 묻혔던
김칫독 자리에 모여운다
오는 봄비는 헛간에 엮어 단
시레기 줄에 모여운다
하루를 섬섬히 버들눈처럼
서서우는 봄비여
모스러진 돌절구 바닥에도
고여 넘치는 이비천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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