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봄에대한시모음(The Sound of Silence)

이모르 2020. 12. 12. 16:53

 

 

창경궁에 친구들과

함께 갔습니다

우리는 조형 꾸며진 정원 보다

숨겨진 숲속의 야생화를 탐하였습니다

텃새가 되어버린 원양 과 병아리

오솔길 옆으로 아기똥풀꽃 이름모를

꽃들을 찾아내 서로 웃고 즐기는데

고향의 봄 생각이 났지요

 

 

 

 

봄    

새벽봄 향기

 

이랴 이랴 소방울소리

봄 까치 울던 새벽

쟁기지고 소몰고

흙으로 가던 농부들

꿈속에서 나는

마당에 놓인

뚝처럼 쌓인

볏 가마 를 타고

징검다리 놀이를

하였다우

 

밝고 투명하게 들리는

소 방울 소리는

선잠 깨는 자명종

소리

 

그때 쯤 이면 모퉁이

를 힘들게 돌며

삐익 경적 울리며

협퀘 열차가 지나

갔지요

 

회랑 에선 정확하게

닭들이 꼬꾜오 꼬꼬

부산을 떨었지요

 

뒷 곁 배나무엔

까치가 요란 하지

할머닌 사정 없이

창호 문을 활짝 활짝

열어 놓았죠

 

누에 번데기 모양

이불을 칭칭 감고

추워요 할땐 이미

늦었지요

 

이불은 빼앗기고

알몸으로 웅크리고

있었지만

 

알키한 봄내음 이

한없이 밀려 왔어요

 

 

 

<봄날의 시 모음> 최윤진의 ´´ 외 
 


문빈정사
섬돌 위에
눈빛 맑은 스님의
털신 한 켤레

어느 날
새의 깃털처럼
하얀 고무신으로 바뀌었네


 (최윤진·시인, 1955-)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성부·시인, 1942-) 
 

 


 
봄은 온다

봄은 온다
서러워 마라
겨울은
봄을 위하여 있는 것

잿빛으로 젖어있던
야윈 나뭇가지 사이로
수줍게 피어나는
따순 햇살을 보아

봄은 우리들
마음 안에 있는 것
불러주지 않으면
오지 않는 것이야

사랑은 저절로
자라지 않는 것
인내하며 가꾸어야
꽃이 되는 것이야

차디차게 얼어버린
가슴이라면
찾아보아 남몰래
움트며 설레는 봄을

키워보아 그
조그맣고 조그만 싹을 


 (홍수희·시인
 

 


 
봄맞이꽃

추운 겨울이 있어 꽃은 더 아름답게 피고
줄기가 솔잎처럼 가늘어도 꽃을 피울 수 있다며
작은 꽃을 나지막하게라도 피우면
세상은 또 별처럼 반짝거릴 것이라며
많다고 가치 있는 것이 아니며
높다고 귀한 것은 더욱 아닐 것이라며
나로 인하여 누군가 한 사람이
봄을 화사하게 맞이할 수 있다면
어디에서고 사는 보람이 아니겠느냐고
귀여운 꽃으로 말하는 봄맞이꽃
고독해도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며
풍부한 삶을 바라기보다
풍요를 누리는 봄맞이꽃처럼 살고 싶다


 (김윤현·시인, 1955-)
 

 


 
꽃 피는 것 기특해라

봄이 와 햇빛 속에 꽃 피는 것
기특해라.

꽃나무에 붉고 흰 꽃 피는 것
기특해라.

눈에 삼삼 어리어
물가로 가면은
가슴에도 수부룩히 드리우노니

봄날에 꽃 피는 것
기특하여라.


 (서정주·시인, 1915-2000)
 

 


 
새봄에는

새봄에는 녹두 빛 하늘을 이고
시린 잎샘일랑 주섬주섬 걷어올리고
부드러운 아지랑이만 몸에 걸친 채
한적한 산골을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볼 것이다

그곳에는 지쳐버린 시간의 각질을 뚫고
새파란 기억의 우듬지가 이슬을 머금고
삐죽삐죽 솟아오르는 여린 풀밭이 있다
새봄에 부활하는 나의 가슴이 있다


 (정성윤·시인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나무처럼 높이 걸어라.
산처럼 강하게 살아라.
봄바람처럼 부드러워라.
네 심장에 여름날의

온기를 간직해라.
그러면 위대한 혼이 언제나

너와 함께 있으리라


 (아메리카 인디언의 노래)
 

 


 
봄병 도지다

봄은 스스로 솟아올라 튀어오르고
꽃들은 단호하게 천지를 밝히는데
한잔 술로 속을 달구고 불을 질러도
어째서 세상은 대책 없이 쓸쓸한가


 (홍해리·시인, 1942-)
 

 


 
봄이다

하나님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도는 것 같아도
앞질러 역사를 열어가고

소리 없이 돌아가도
천지를 뒤바꾸어 놓습니다.
언 강을 녹이고
푸른 하늘에서 새가 노래하고
고목에서도 새싹을 돋게 하고
산야엔 꽃들이 흐드러져 피게 합니다.

부산스런 손발을 멈추어 세우고
깊고 긴 숨 속에서
이 봄을 보십시오.

하나님의 수레
굴러가는 소리 없는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인생도 새 봄으로
개벽할 것입니다

.
(이주연·목사
 

 


 
봄날의 기도

겨우내 쌓였던 잔설(殘雪) 녹아
졸졸 시냇물 흐르듯
지난날의 모든 미움과 설움
사르르 녹게 하소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스운 봄바람에
꽁꽁 닫혔던 마음의 창
스르르 열리게 하소서

꽃눈 틔우는 실가지처럼
이 여린 가슴에도
연초록 사랑의 새순 하나
새록새록 돋게 하소서

창가에 맴도는
보드랍고 고운 햇살같이
내 마음도 그렇게
순하고 곱게 하소서

저 높푸른 하늘 향해
나의 아직은 키 작은 영혼
사뿐히
까치발 하게 하소서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