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틀 친구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
고향집 베들레헴 /평보
고향집 소 외양간이
베들레헴의 마구간
같았다
호롱불 빛은
아기예수 탄생을
알리는 축복의 빛
같았다
함박눈이
쌓인 뒤뜰 감나무는
크리스마스 튜리 같았다
솜틀 돌리는 삐거덕 소리
싸리울 밖으로
은은하게 울리는 새벽 성가는
천사의 나팔소리 같았다
생각해보니
예수님은 소죽 냄새 나는
가난한 고향집 베들레헴에
계신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를 위하여/김시태
너무 많이 걸었습니다.
희미한 고향집과 어머니,
그 개구쟁이들,
그들을 도로 돌려주소서.
조그만 카드 속에 정성을 담던
그 소년들도 돌려주소서.
첫아이 보았을 때 기도 드리던
그 아빠와 엄마도 돌려주소서.
아이들과 손잡고 이야기하며
성당을 찾던 그 시절이
얼마나 행복했던가를……
한번 더 그 종소리 듣게 하시고
눈 내리는 아침을 걷게 하소서.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주소서
크리스마스와 우리집/김현승
동청 가지에
까마귀 열매가 달리는
빈 초겨울 저녁이 오면
호롱불을 켜는 우리 집.
들에 계시던 거친 손의 아버지.
그림자와 함께 돌아오시는
마을 밖의 우리집.
은접시와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없어도,
웃는 우리 집.
모여 웃는 우리 집.
소와 말과
그처럼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집.
우리 집과 같은
베들레헴 어는 곳에서,
우리 집과 같이 가난한
마음과 마음의 따스한 꼴 위에서,
예수님은 나셨다,
예수님은 나신다.
아기 예수 나심 /박두진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우리들 오늘 누구나
스스로의 삶의 의미 스스로가 모르는
흔들리는 믿음과 불확실한 소망
사람이 그 말씀대로
사랑할 줄 모름으로 불행한 이 시대
어둡고 외로운 쓸쓸한 영혼을 위해서 오시네.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우리들 오늘 이 세계
눌린 자와 갇힌 자
빈곤과 질병과 무지에 시달리는 자
심령이 가난하고 애통하는 자
진리와 그 의를 위해 피 흘리는 자
마음이 청결하고 화평케 하는 자를 위해 오시네.
오늘도 아기는 오시네
눈이 내리는 마을에 오시네.
그 십자가
우릴 위해 못 박히신 나무틀의 고난
사랑이신 피 흘림의 영원하신 승리
죽음의 그 심연에서 부활하신 승리
성자 예수 그리스도 우리들의 구세주
베들레헴 말구유에 오늘 오시네.
성탄절을 앞두고 /박목월
이른 새벽에 일어나
내외가
돋보기를 서로 빌려가며
성경을 읽었다.
눈이 오고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은
이러하니라"
마태복음 1장 2장
읽을수록
그 신비
그 은총
너무나 감사해요.
아멘.
그리스도의 탄생 안에서
우리는 거듭나고
차분한 마음으로
성경을 읽었다.
이 연령에
범죄할 리 없을 것 같다.
그럴수록 남은 여생을
얼룩 없이 살기를 다짐하며
우리들의 앞길에도
순결한 축복의 눈이 쌓이고
깨끗하기를 간구한다.
벌써 크리스마스가 가까왔군요.
그렇군.
올해 성탄절에는 성가대에 끼어
우리도 큰 소리로
구주 예수 오셨네를 부르며
골목을 누벼볼까요.
함박눈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벌써부터
성탄절 새벽의
경건한 아침 공기가
방 안에 서려왔다.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박화목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내가 어렸을 그 옛날같이.
초롱불 밝히며 눈길을 걷던
그 발자욱 소리, 지금 들려온다.
오, 그립고나, 그 옛날에 즐거웠던,
흰 눈을 맞아가면서
목소리를 돋우어 부르던 캐럴
고운 털실 장갑을 통하여, 서로
나누던 따사한 체온.
옛날의
흰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성탄 편지/이해인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
오래 전부터
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
우정의 기쁨과 평화인 것을.
슬픈 이를 위로하고
미운 이를 용서하며
우리 모두 누군가의 집이 되어
등불을 밝히고 싶은 성탄절
잊었던 이름들을 기억하고
먼데 있는 이들을
가까이 불러들이며 문을 엽니다.
죄가 많아 숨고 싶은
우리의 가난한 부끄러움도
기도로 봉헌하며
하얀 성탄을 맞이해야겠지요?
자연의 파괴로 앓고 있는 지구와
구원을 갈망하는 인류에게
구세주로 오시는 예수님을
우리 다시 그대에게 드립니다.
일상의 삶 안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주님의 뜻을
우리도 성모님처럼
겸손히 받아 안기로 해요.
그 동안 못다 부른 감사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로 해요.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아기예수의 탄생과 함께
갓 태어난 기쁨과 희망이
제가 그대에게 드리는
아름다운 새해 선물인 것을….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태주
크리스마스 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성탄빛/홍수희
해마다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반짝이는 카드에도
한 아름의 선물에도
우리 아기님
뵈올 수 없네
거룩한
아기 예수 어디
나셨을까
내 마음의
별 따라 가보자
도시의 외양간을
찾아서 가보자
냄새나고
축축한 외양간을
찾아서 가보자
마음이 억눌린 이여
고달픈 육신 갇혀있는 이여
가난으로 촛불 한 자루
준비하지 못하는 이여
축제의 날엔
두 배로 슬퍼지는 이
지금 마음이 가장
쓸쓸한 이여
그대 맘을 찾아가
경배하리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 곳에 우리 아기
오시리
크리스마스의 추억 /고은영
어쩌다 친구 꾐에 빠져
예배당 관사 높은 지붕에 올라간
날 두고 사다리를 치워 버린
친구가 원망스러웠을 때
혹여 예배당 지붕 위에서
이름 없는 귀신이 될까
두려움에 겁도 없이 지붕 밑으로 뛰어
고공 법을 구사하든 어린 시절
할머닌 늘 그랬다
"예배당이 니 할애비 집이냐?"라고
그러면 나도 속이 상해서 꼬박
"네 할애비 집 맞는데요!"
되받아치던 유년
꼭 크리스마스 즈음만
교회 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 년 중 그때가 가까워지면
언제나 예배당을 기웃거렸다
정말 크리스마스에 나눠주던
사탕과 따끈한 빵이
그리워 간 것은 아니었다
여름날은 맨드라미가
붉은 얼굴로 깔깔거리고
봉선화 채송화도 단아한 모습으로 피어있던
그래서 늘 예배당은 내게 많은
신비를 지닌 비밀한 정원이었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이 달린 트리와
무대 위 올려지던 다윗 이야기며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세상에 오신
거룩한 이야기들
내 유년의 크리스마스는 항상
내게 행복을 선물하는 요람이었다
꼭 빵이 그리워 사탕이 그리워
예배당을 다닌 것은 아니었다
The 3 Tenors - Silent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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