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봄까치꽃 정일근

이모르 2020. 12. 30. 16:21

봄까치꽃 (올림픽공원에서 2011년4월17일)

 

 

 

 봄까치꽃 / 정일근


겨울 속에서 봄을 보려면
신도 경건하게 무릎 꿇어야 하리라
내 사는 은현리서 제일 먼저 피는 꽃

대한과 입춘 사이 봄까치꽃 피어
가난한 시인은 무릎 꿇고 꽃을 영접한다
양지바른 길가 까치 떼처럼 무리지어 앉아
저마다 보라빛 꽃, 꽃 피워서
봄의 전령사는 뜨거운 소식 전하느니

 


까치도 숨어버린 찬바람 속에서
봄까치꽃 피어서 까치소리 자욱하다
그러나 콩알보다 더 작은 꽃은
기다리지 않는 사람에겐 보이지 않느니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들리지도 않느니


그 꽃 보려고 시인이 무릎 꿇고 돌아간 뒤
솥발산도 머리 숙여 꽃에 귀 대고
오래 까치소리 듣다 제 자리로 돌아간다


두툼한 외투에 쌓인 눈을 툭툭 털고
봄이 산 135-31번지 초인종을 누르는 날

 

 

 

 

 

 

 

 

출생: 1958년 7월 28일 (만52세) | 개띠, 사자자리

출생지:경남 양산시

데뷔:1984년 실천문학에 시 '야학일기'

학력:경남대학교 국어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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