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학 개론/고경숙
하릴없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사람구경도 식상해지면
발 밑에 킁킁대는 개들 좀 보라지.
삐적 마른 놈 눈만 불뚝한 치와와는
영락없이 제 주인 닮았고
긴 털 멋있는 콜리는
외제차 타는 도도한 주인처럼 격이 있어.
시장 바닥에 떠도는 똥개들은
술판 기웃대며 거나한 딱 제 주인이지.
모처럼 부부간에 의기투합했는데
지나가던 이웃 할머니 우리보고
부부가 닮아서 잘 살겠다네.
저 화상보다 내가 한 수 위인 줄 알았는데
우린 코끝에 검댕 묻은 두 마리 똥개였나 봐.
여보야,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 사랑한데이
-깨갱 깽 깽
신소리 마레이-깨갱 깽 깽.
11월6일
성북천에서 청계천 동대문에서 원점 회귀 한다.
성북 천 끝 지점 쯤
중풍으로 다리를 저는 부인을 부축하고
운동 삼아 걷고 있는 노부부를 보고 있자니
이름다운 인간애를 느끼게 되면서 화들짝
놀라고 만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다
나야 오늘이 무슨 의미 인지 모르고 나왔으나
그는 오늘이 무슨 날 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39년 전 벌써 그렇게 세월은 가버렸다
묵묵히 자신을 드러내 놓지 않고
마누라 는 스스로
집속에 갇혀 가정을 지켜왔다
집으로 돌아와 한마디 건낸다.
“남남이 만나 함께 한지 39년 번번이
알지 못하고 지나쳐 은혼식도 몰랐으니
오늘 같은 날 충고라도 해주지 않고.!!"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늦지 않았잖아.“
음!! 50주년 때는 결혼식 때 왔던
당신 친구 내 친구 다 불러 금혼식을 치루 자구.
“ ㅎㅎㅎㅎ 그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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