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가족(안도현)

이모르 2020. 12. 31. 22:02

 

 

 

 

이중섭의 가족

 

 

 

 

 

식구 안도현

 

 

두 마리 비오리가

 

연못을 건너가고 있다

 

연못 기슭까지 날개가 닿는

 

커다란 새 두마리를 데리고

 

구질구질한 가난도 캄캄한

 

서러움도 없다는 듯이

 

푸진 저녁밥상을 차리던 내 어머니같이

 

그 옆에 말없이 앉은 아버지같이

 

미끄러지듯 경쾌하게

 

(물속에 잠긴 두 발은 마구 세상을 긁고 있겠지만)

 

물 바깥의 자태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건너가고 있다

 

두 마리 비오리는

 

(잘 익은 까마중 같은 눈으로

먹이를 찾느라 두리번거리겠지만)

 

암컷의 뱃속에서 여물어가는 알이

 

차돌처럼 단단해질 때까지는

 

건너가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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