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안도현
두 마리 비오리가
연못을 건너가고 있다
연못 기슭까지 날개가 닿는
커다란 새 두마리를 데리고
구질구질한 가난도 캄캄한
서러움도 없다는 듯이
푸진 저녁밥상을 차리던 내 어머니같이
그 옆에 말없이 앉은 아버지같이
미끄러지듯 경쾌하게
(물속에 잠긴 두 발은 마구 세상을 긁고 있겠지만)
물 바깥의 자태는 아무 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건너가고 있다
두 마리 비오리는
(잘 익은 까마중 같은 눈으로
먹이를 찾느라 두리번거리겠지만)
암컷의 뱃속에서 여물어가는 알이
차돌처럼 단단해질 때까지는
건너가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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