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강에대한시모음 분원리의정서(아름답고푸른도나우강)

이모르 2020. 12. 31. 22:08

 

 

 

 



2016년 620

 

강이 흐르는 서정적인 퇴촌

지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다

거기가면 금봉산이라 하는 아트막한 야산이

있어 강을 내려다보면 닫혀 있는 마음이 평화를

얻게 된다

 

강가에 서면

물오리가 놀고

도자기 감상

시래기 깔린 붕어찜에

막걸리 걸치고

앵두열린 쉼터

고풍스런 찻집에서

담소를 나누니

 

사옹원 분원리에서

안식을 얻는다

 

 

 

 

<강 시 모음> 도종환의 ''   

+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간다
가장 더러운 것들을 싸안고 우리는 간다
너희는 우리를 천하다 하겠느냐
너희는 우리를 더럽다 하겠느냐
우리가 지나간 어느 기슭에 몰래 손을 씻는 사람들아
언제나 당신들보다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흐른다
(도종환·시인, 1954-)

 

 

 


 
 
+ 그리스도 폴의 강·24

오늘 마주하는 이 강은
어제의 그 강이 아니다.

내일 맞이할 강은
오늘의 이 강이 아니다.

우리는 날마다 새 강과
새사람을 만나면서
옛 강과 옛사람을 만나는
착각을 한다.
(구상·시인, 1919-2004)

 

 


 
 
+

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직 전하지 못한 편지가 있습니다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그 편지를 저는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박남희·시인, 1956-)

 

 


+

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

내가 그대가 되고
그대가 내가 되어
우리가 강물이 되어 흐를 수 없다면
이 못된 세상을 후려치고 가는
회초리가 되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먼 훗날
다 함께 바다에 닿는 일이 아니라면

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
(안도현·시인, 1961-)

 

 


+

방금 수면 위로 뛰어오른 물고기가 물고 간
달빛, 그러나 달빛은 물고기의 몸 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배설물과 함께 강 밑바닥에 쌓일 것이니
그렇게 쌓이니 달빛들 수북할 것이니
비 오는 밤이거나 달뜨지 않는 밤이 와도
강은 제 속에 쌓인 달빛들로 환해지리
그 환함으로 물고기들 더듬지 않고도 길을 가리니
내 한 줌 강물을 마신다 내 몸 속에도 환해져서
캄캄함의 세월이 와도 더듬지 않을지니
신발을 벗어 놓고 정중히 강을 경배함이
어찌 사람의 할 일이 아니라 하겠는가
(김충규·시인, 1965-2012)

 

 


 
+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가에 서면,
물결 위에 실려가는 조그만 마분지 조각이
미지(未知)의 중심에 아픈 배를 비빈다
(이성복·시인, 1952-)


+ 고향의 강이여

출렁이며 흐르는 고향의 강물아
내 가슴을 적셔다오
할아버지의 피와
할머니의 땀이 보약처럼 들끓는 강아
내 혼을 일으켜다오
강가의 질경이와 자주달개비여
꺾이거나 밟혀도 죽지 않는 풀이 되게 하라
고향의 강이여
가슴에 흙을 담고
씨앗을 심어 열매를 맺게 하라
바람으로만 말하게 하라
햇빛으로만 바라보게 하라.
(나해철·시인, 1956-)

 

 


 
+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황인숙·시인, 1958-)

 

 


 
+ 강물
  
강물은 돌아서 흐르지 않는다
오직 앞만 보고 평화롭게 굽이굽이
가끔 햇살 바라보며
땅으로 하늘로 흐르는

세상 먼지 덮으며
조용히 가야할 길로
가슴가슴 떠오르는 앙금들
홀로 묵묵히 껴안고
산기슭 등선 너머 간다

모래 위 자갈 돌에
꿈을 키우고 바다로 바다로
언젠가는 도착할 곳을 그리며
낮과 밤을 한결같이
봄이 오기를 고대하는

강물은 돌아서 흐르지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몫에 물결 일렁이며
목숨을 걸듯 흘러흘러 저 바다로 간다
(나명욱·시인, 1958-)

 

 

 

 


 
+ 강의 기억

나는 천천히 가려고 해
강이다! 하며 나를 부르는 이들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나에게 특별한 암기능력 같은 건 없어
나는 강이므로 강답게 기억할 뿐이야
나에게 왔던 사람들의 얼굴 목소리 걸음걸이 하나까지
다 놓치지 않고 기억해
사실 중요한 건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그들에게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준다는 거지
그들이 떠나가면서 나를 잊은 게 아니었어
오래 나를 고향처럼 품고 있었어
그래서 나는 떠나기 위해 기억해
다시 만나기 위해 흘러가
비워졌다 채워지듯이
나는 늘 떠나고 다시 돌아와
그래 어디선가 본 듯한 거야
나를 보고 고향을 떠올리는 건 그래서 그래
그렇다고 난 자만하지 않아
고개 숙이고 낮은 곳으로 흘러갈 뿐이야
난 강이니까
(박지영·시인, 1956-)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