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마광수교수의시몇편

이모르 2020. 12. 31. 22:28

 

 

어찌보면 이렇게 마광수교수의

시몇편을 올리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젊잖지 못하다는

비평을 받을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자살소식에

무언가 우리사회에 비정한 단면이

보여지는 것 같아서 마광수 교수를

생각하면 깊은 연민을 느끼게 되므로

해서 시몇편 올려 봅니다

 

마광수교수는 윤동주시인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았지만

문학 연구가로서 커다란 업적을 남긴 것은

윤동주의 재발견 윤동주 하면 떠오르는 정서인

부끄러움도 마광수의 발견이며

이는 마교수 본인의 가장큰 자부심이었습니다.

성에 대해 솔직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마교수의 글들은 음란으로 교단강의중

검찰에 구속되었지만 같은류의 거장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비슷한 수위임에도

전혀 다른 처분을 받게 됩니다

 

마광수 교수의 사라의법정”詩

자신의 심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

 

사라의 법정/마광수

 

검사는 사라가 자위행위를 할 때 

왜 땅콩을 질() 속에 집어 넣었냐고 다그치며 
미풍양속을 해칠 '가능성'이 있으므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하고 
재판장은 근엄한 표정을 지어내려고 애쓰며

피고에게 딸이 있으면 이 소설을

읽힐 수 있겠냐고 따진다

내가 '가능성'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을까

또 왜 아들 걱정은 안 하고 딸 걱정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왼쪽 배석판사는 노골적으로 하품을 하고 있고 

오른쪽 배석판사는 재밌다는 듯

사디스틱하게 웃고 있다

포승줄에 묶인 내 몸의 우스꽝스러움이여

한국에 태어난 죄로 겪어야 하는 이 희극이여

 

    

 

 프랑스아부셰/헤라클레스와 옴팔레 

 

나는 천당가기 싫어/마광수

 

나는 천당 가기 싫어

천당은 너무 밝대

빛 밖에 없대

밤이 없대

그러면 달도 없을거고

달밤에 키스도 없을거고

달밤의 섹스도 없겠지

나는 천당 가기 싫어

 

 

구스타프 클림트 키스

 

 

가을/ 마 광수

 

가을이 우리를 훱싸 안았다

가을이 우리를 절망하게 하고
가을이 우리를 사랑에 미쳐 날뛰게 했다

누군가 염세자살하고 있는 가을
누군가 환각제를 먹고 있는 가을
누군가 자살미수로 살아나고 있는 가을
누군가 환각제 복용으로 잡혀 가고 있는 가을

그 가을에 우리는 만났고
그 가을에 우리는 밤새도록 울었다

더 큰 오르가슴에 대한 가슴 시린 안타까움으로
더 근사한 죽음에 대한 깊디깊은 갈증으로

    

 

 구스타프 클림트

 

그리움

 

붉은 저녁 노을 보면
그대의 입술인 양하고

저 혼자 깊어 가는 강물 소리 들으면
그대의 목소린 양하고

검푸른 산등성이 보며
나 홀로 저녁 어스름을 헤매네.

오늘은 꿈에서나 만날까
더 못 견딜 이 그리움.

이윽고 완전한 어둠은 내리고
그대의 눈동자처럼, 머리결처럼

검은 어둠은 내리고

나는 캄캄한 적막 속을 거닐며
그대의 젖무덤을 더듬네

 

 

구스타프 클림트

 

 

 

미인

 

한 여자가 완전 나체로 비치

의자 위에 드러누워 있다.
여자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고

시체처럼 꼼짝 않고 정지된 자세로 있다


 일곱 빛깔 무지개색으로 염색을 한 후

젤을 바르고 스프레이를 뿌려 빳빳하게 세운

여자의 음모가, 성게 가시처럼 삐죽삐죽 솟구쳐

오르며 햇볕을 받아 번쩍거리고 있다.
거웃 아래로는 굵다란 사슬 모양의

음순걸이가 두드러진다.
여자의 서드럭거리는 머리카락은 수십

가지 색깔로 요란하게 염색돼 있다


어지럽게 퍼머된 여자의 긴 머리카락이

젖가슴과

복부를 슬쩍 가리면서 앙당스레 소용돌이치며

모래사장까지 흘러 내려와 있다.
여자의 엄청나게 긴 손톱과 발톱에는 똑같이

청회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다


 청회색이긴 해도 미세한 은색 반짝이들이

섞여 있어, 햇빛을 받아 휘황한

광휘(光輝)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자가 쓰고 있는 선글라스는 짙은 황금색이고,

선글라스의 렌즈는 삼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다.
왼쪽 알은 밑변이 아래쪽에 위치해 있고

오른쪽 알은 밑변이 위쪽에 위치해 있다


두 안경알 사이에서 내려온 가느다란 금빛 체인이

여자의 콧등을 타고 내려와 둘로 갈라지면서 두

콧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양쪽 콧망울을 뚫고 밖으로 삐져 나온 체인

끝에는 각각 금으로 만든 풍경(風磬)

하나씩 매달려 있다


 풍경 아래쪽엔 물고기 모양이 아니라 몸을

공처럼 둥글게 꾸부린 사람 모양의 추가

매달려 있는데, 한쪽은 여성이고 한쪽은 남성이다


 그래서 비치 위자에 드러누워 있는 여자가 약간만

뒤척여도 풍경 소리가 울려 나올 것 같고,

러면 풍경에 매달려 있는 두 남녀가 몹시 어지러워할

 것도 같다


 아닌게아니라 풍경의 추 역할을 하는 두 남녀의

얼굴은 미리부터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나 풍경 소리는 울려 나오지 않는다.

여자가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백일몽의 환상 속에 빠져 들어가

있는 것처럼도 보인다


 그렇다면 그 환상은 별 상징적 의미도 없는,

그저 어수선하기만 한 혼음의 환상일 것 같다.
여자가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 아니면

눈을 뜨고서 환상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지

눈을 감고서 환상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지,

우리는 그것을 모른다.
여자가 짙은 색 선글라스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달 가고 해 가면

 

달 가고 해 가면
내 머리가 더 황폐해지겠지
그래서 머리카락들이 거의

다 없어져 버리겠지

달 가고 해 가면
그 여자도 늙겠지
그래서 나는 비로소 상사병에서

벗어나게 되겠지

달 가고 해 가면
내 정력(精力)도 늙겠지
그래서 나는 성욕에서 해방될 수 있겠지

달 가고 해 가면
이 지구도 망하겠지
그럼 난 추하게 자연사(自然死)하지 않고
졸지에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겠지

달 가고 해 가면
이 우주도 망하겠지
그럼 난 치사하게 윤회(輪廻)

안 해도 되겠지

달 가고 해 가면
()도 죽겠지

 

 

구스타프 클림트

 

 

몽정

 

 

이상하다 

캄캄한 가운데 젖가슴

아래 배꼽까지

늘어진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의 여인이

슬며시 내게 다가온다

그녀가 서서히 내

목을 졸라 온다 


긴 손톱이 내 목에 와 꽂힌다 

아프지 않다 

이상하다 

아프지 않다 

감미롭다 


근질근질하다 

아랫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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