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이상화 (李相和)
고희동 네번째 유화 '시인 이상화 초상' 첫 공개
왼쪽부터 이상화 중앙 형수 권기옥 형 이상정
권기옥은 한국최초여류비행사이며 독립운동가이고
이상정은 대한독립군 중장이었다
시인 이상화(李相和), 사학자 이상백 (李相佰),
수렵가이상호 (李相旿)의 형이다. 호적상에 등재된
부인은 2년 연상의 한문이(韓文伊, 1895년 ~ 1941년) 여사인데,
이상화의형수 권기옥 독립운동가
우리나라 여성비행사 1세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독립운동가 겸 항공비행사였던 4년
연하의권기옥 (權基玉, 1901년 1월 11일 ~ 1988년 4월 19일)
여사와 1928년 중국 네이멍자치구 후허하오티 에서
다시 결혼하였다.
그는 서예와전각 에도 능하였고 1923년에는
시인으로 문단 등단하기도 하였다.
심사정, 매월만정(梅月滿庭:
매화와 달이 뜰에 가득하다
추사 국항군자
심사정의 오상고절
표암 강세황의 ‘청죽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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