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청의 사랑방야화 191 풍각쟁이 남의 집 앞에서 각설이타령을 해 주고 동냥을 받는 젊은 풍각쟁이가 평안도 정주 땅 외딴 산골짝 조그만 동네 우물가에서 물 긷는 처녀에게 물 한바가지를 얻어 마셨다. “물로 목을 축였지만 까치고개를 넘어오자면 몹시 시장하실 텐데 저희 집으로 가시지요.” 초가삼간 처녀의 집에 가서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보리밥 한그릇을 비우고 나니 처녀의 부모가 삽짝문을 열고 들어왔다. 처녀의 부모는 유장(柳匠)이었다. 버들가지 껍질을 벗겨내고 알맹이로 고리짝이나 바구니를 짜서 파는 천민으로, 사람들은 고리백정이라 불렀다. 개울가에 움막을 지어 놓고 거기서 일하다가 저녁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왔다. 풍각쟁이는 처녀의 부모에게 인사하고 떠나려는데 처녀가 사립문 밖에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