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여름이야기 여름시모음(희망의속삭임)

이모르 2021. 1. 30. 17:01

 

2020년 7월 20일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디인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야간비행 어린왕자의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가 한 말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끝없이 불안한 사막 같은 환경에서도 생명수 같은 "샘"항상 아름다운 소식을 전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지루한 시간을 버티며 살아 갈수 있는 힘을 얻어 가는 겁니다  오늘도 정겨운 친구들이 오아시스 로 갈증을 달래 즙니다 

 

제임스 

여기 파평산 일출이 장관입니다 새벽 산책길엔 즐거운 사물들이 나를 반깁니다 부지런한 새들이 오케스트라를 연주합니다 그리고 또하나 아름다운 일출 붉게 물든 하늘에 새벽의 빛을 빼 놓을수 없지요 

 

새벽 산책길에서/정소슬

아스라한 초원 끝
지평선을 뚫고 솟구치는
태양을 보노라면

나도 저처럼
꿈 많은 얼굴로
태어났겠지 싶다

 

보도블럭위의생명력/제임스

 

제임스 

척박한 환경에서도 예쁜 꽃을 피웠네요 의지의 생명력 아침 산책에서 보는 즐거움 입니다

 

보도블럭위의생명력/엘랑비탈

 

평보

아!! 작년 가을모임 있을때 엘랑님이 발견하고 탄복한 보도블록위의 꽃과 같은데 꽃은 다르지만요 엘랑님은 꽃그림에  무한의 생의 잠재적 폭발을 그려내는 분이지요 부딪기고 온갖 풍파를 이겨내 꽃을 피워낸 의지에 감동합니다 

 

 

 

제임스 

우리집 뜨락에 머루 포도랑 나리꽃 그리고 칸나가 제철 만나 볼만 합니다

춘곡

아!! 머루포도 보니 청포도 라는 시가 생각 나는군요 

 

청포도/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흠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의 본명은 이활(李活) 독립운동가로
감옥살이 할때 수인번호 264 를 필명
으로 사용 했다 합니다

 

 

 

평보

제임스님의 정원이 생동감 있습니다 특히 정열적인 칸나꽃은 강열한 이미지를 주는데 꽃말은 "행복한 종말 .존경" 이더군요 제임스님의 고독한 여생을 위로 해줄 상징적인 화단입니다  요즘 우울한 날이 많아요 비에 졌은 칸나꽃 나리꽃 을 보니 조금은 위로가 됩니다 

 

 

사람과 사람사이 슬픔과 번민으로 잠못이루고 있을때 시간 구애 없이 전화 를 해서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행복 할 겁니다 

 

엘랑 

제임스님의 일출의 황홀한 새벽빛은 항상 감동입니다  저도 일상 대하는 섬의 일몰 장면이 매일 다른 느낌을 줍니다 노을의 감동을 전해 드립니다 

 

 

지는 해 /한용운 

지는 해는
성공한 영웅의 말로(末路) 같이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창창한 남은 빛이
높은 산과 먼 강을 비치어서
현란한 최후를 장식하더니
홀연히 엷은 구름의 붉은 소매로
뚜렷한 얼굴을 슬쩍 가리며
결별의 미소를 띄운다

큰 강의 급한 물결은 만가(輓歌)를 부르고
뭇 산의 비낀 그림자는 임종의 역사를 쓴다



평보 

엘랑님의 섬 노을 사진은 진화를 거듭해서 예술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노을 사진전 한번 해보세요 

 

 

산인

작년에 은류폭포 바로 아래서 밧줄 잡고 올라가신 바위랑 은류폭포 위에서 발 담그고 쉬었던 곳,금류폭포에서 사진 찍고 그 위에 매점에서 막걸리랑 소주랑 드셨던 기억  나실거예요^^ 금주 중반 비가 온다  하니 한번 다녀 오세요 시원한 여름 숲에서 휠링 하시기 바람니다

 

 

여름 숲 /권옥희

언제나 축축이 젖은 
여름 숲은 
싱싱한 자궁이다 
오늘도 그 숲에 
새 한 마리 놀다 간다 
오르가슴으로 흔들리는 나뭇가지마다 
뚝뚝 떨어지는 
푸른 물! 

 

 

초여름

물냄새
비가 오려나 보다

나뭇잎 쏠리는
그림자

바람결
따라 흔들리고

애기똥풀에 코를 박은
모시나비

지상은
지금 그리움으로 자욱하다


(허형만·시인, 1945-)

 

여름

감나무 잎이 창을 덮어
건너 아파트 삼층 여자의 창이
안 보인다
감나무는 내 눈을
우리 집 안방으로 돌린다


(나기철·시인, 1953-)

 

 

여름 일기·1

여름엔
햇볕에 춤추는 하얀 빨래처럼
깨끗한 기쁨을 맛보고 싶다
영혼의 속까지 태울 듯한 태양 아래
나를 빨아 널고 싶다

여름엔
햇볕에 잘 익은 포도송이처럼
향기로운 매일을 가꾸며
향기로운 땀을 흘리고 싶다
땀방울마저도 노래가 될 수 있도록
뜨겁게 살고 싶다

여름엔
꼭 한 번 바다에 가고 싶다
바다에 가서
오랜 세월 파도에 시달려 온
섬 이야기를 듣고 싶다
침묵으로 엎디어 기도하는 그에게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 오고 싶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혹서일기

잎 하나 까딱 않는
30 몇 도의 날씨 속
그늘에 앉았어도
소나기가 그리운데
막혔던 소식을 뚫듯
매미 울음 한창이다.

계곡에 발 담그고
한가로운 부채질로
성화같은 더위에
달래는 것이 전부다.
예닐곱 적 아이처럼
물장구를 못 치네.

늙기엔 아직도 멀어
청춘이 만리인데
이제 갈 길은
막상 얼마 안 남고
그 바쁜 조바심 속에
절벽만을 두드린다.


(박재삼·시인, 1933-1997)

 

 

여름밤

저인망의 어둠이 온다

더 많이 군데군데 별 돋으면서
가뭄 타는 들녘 콩싹 터져오르는 소리 난다

가마솥 가득 푹 삶긴 더위
솥검정 같은 이 더위를 반짝반짝 먹고 있다

보리밥에 짱아찌 씹듯
저 별들이 먹고 있다


(문인수·시인, 1945-)

 

그늘 만들기

8월의 땡볕
아래에 서면
내가 가진 그늘이
너무 작았네

손바닥 하나로
하늘 가리고
애써 이글대는
태양을 보면
홀로 선 내 그림자
너무 작았네

벗이여,
이리 오세요
홀로 선 채
이 세상 슬픔이
지워지나요

나뭇잎과 나뭇잎이
손잡고 한여름
감미로운 그늘을
만들어 가듯
우리도 손깍지를
끼워봅시다

네 근심이
나의 근심이 되고
네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될 때

벗이여,
우리도 서로의
그늘 아래 쉬어 갑시다


(홍수희·시인)

 


 

삶이
한 번뿐이듯

죽음도
한 번뿐이다

단 한 번 태어난
죽음 -
기릴 일이다

연못에서는
잉어가
수면을 깨며
날개를 젓는다

여름이 가고 있다


(박용하·시인, 1963-)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이성복·시인, 1952-)

 


여름 능소화

꽃의 눈이 감기는 것과
꽃의 손이 덩굴지는 것과
꽃의 입이 다급히 열리는 것과
꽃의 허리가 한껏 휘어지는 것이

벼랑이 벼랑 끝에 발을 묻듯
허공이 허공의 가슴에 달라붙듯
벼랑에서 벼랑을
허공에서 허공을 돌파하며

홍수가 휩쓸고 간 뒤에도
붉은 목젖을 돋우며
더운 살꽃을 피워내며

오뉴월 불 든 사랑을
저리 천연스레 완성하고 있다니!

꽃의 살갗이 바람 드는 것과
꽃의 마음이 붉게 멍드는 것과
꽃의 목울대에 비린내가 차오르는 것과
꽃의 온몸이 저리 환히 당겨지는 것까지


(정끝별·시인, 1964-)

 

여름 낙조

왜 채석강변에 사는지 묻지 말아라
나는 지금 만 권의 책을 쌓아 놓고 글을 읽는다
만 권의 책, 파도가 와서 핥고 핥는 절벽의 단애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
나의 전 재산을 다 털어도 사지 못할 만 권의 책
오늘은 내가 쓴 초라한 저서 몇 권을 불지르고
이 한바다에 재를 날린다
켜켜이 쌓은 책 속에 무일푼 좀벌레처럼
세들어 산다
왜 채석강변에 사느냐 묻지 말아라
고통에 찬 나의 신음 하늘에 닿았다 한들
끼룩끼룩 울며 서해를 날으는 저 변산 갈매기만큼이야 하겠느냐
물 썬 다음 저 뻘밭에 피는 물잎새들만큼이야
자욱하겠느냐
그대여, 서해에 와서 지는 낙조를 보고 울기 전에
왜 나 채석강변에 사는지 묻지 말아라


(송수권·시인, 1940-)

 

당신의 여름을 사랑합니다

겨울은 덥지 않아서 좋고
여름은 춥지 않아서 좋다는
넉넉한 당신의 마음은
뿌리 깊은 느티나무를 닮았습니다

더위를 이기는 열매처럼
추위를 이기는 꽃씨처럼
꿋꿋한 당신의 모습은
곧고 정직한 소나무를 닮았습니다

그런 당신의 그늘이 편해서
나는 지친 날개 펴고
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
가슴이 작은 한 마리 여름새랍니다

종일 당신의 나뭇가지에 앉아
기쁨의 목소리로
행복의 노래를 부르게 하는
당신은 어느 하늘의 천사인가요

나뭇잎 사이로 파아란 열매가
여름 햇살에 익어가고 있을 때
이 계절의 무더위도 신의 축복이라며
감사히 견디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채·시인)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희망의 속삭임 (가사출처:잡학다식)

 거룩한 천사의 음성 내 귀를 두드리네
부드럽게 속삭이는 앞날의 그 언약을
어두운 밤 지나가고 폭풍우 개이면은
동녘엔 광명의 햇빛 눈부시게 비치네

속삭이는 앞날의 보금자리
즐거움이 눈앞에 어린다

저녁놀 서산에 끼어 황혼이 찾아와도
청천에 빛나는 뭇별 이 밤도 명랑하다
밤 깊어 나의 마음 고요히 잠들어도
희망에 찬 아침 햇빛 창문을 열어주리

속삭이는 앞날의 보금자리
즐거움이 눈앞에 어린다
속삭이는 앞날의 보금자리
즐거움이 눈앞에 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