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부부에대한시모음(아내에게바치는노래)

이모르 2020. 12. 12. 14:45

 

 

 

 

 

 

좌측 사위와 우측 장모

 

 

 

제주도 김오생(101세) 할머니는

팔순인 사위 도움 없이도

4kg짜리 콩자루를 거뜨니 둘러맨다

 

 

 

우수게 소리 같은데 일전 친우가 들려주었던 이야기는

현100세 시대의 의미를 찾는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9순의 친구 아버님께 세배를 하러 와서 절하고 덕담을

하였다 한다

"100수 하십시요"

어정쩡 표정이 좋지 안았던 어른은 아들의 친구가 돌아간 다음

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그놈아 하고 놀지 말아라 나보고 10년밖에 더살지

말라는 무지한 놈하고 놀면 불효 막심한 놈이다"

이에 당황한 아들은 다음과 같이 위기를 넘겼다 한다

"아버님 그사람이 말하는 것은 앞으로 100세를 누리시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노인학 전문가들은

"장수는 타고난 것이라기보다 만들어가는것이다"

라고 말한다.

 

당당하게 늙기위해 치매의덫에 빠지지 않는

우아한 노년을 위하여 어떤노력이 필요한것인가?

 

화목한 가정과 자기관리 가족과 협조가 장수와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사회로 인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위글은 신문기사를 인용한 글입니다

 

모든 님!

자식들에게 또는 배우자에게 짐이 되지 않기위하여

치매를 예방함에 즐거운 여가와 취미 생활

그리고 자기관리에 있어서

 

적당한 부부애정을 나누고 ..........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리고 사랑합시다...........

 

 

 

 

 

 

♥️ 아   내 ♥️

 

 

저만치서 허름한 바지를 입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

"여보, 점심 먹고 나서 베란다 청소 좀 같이 하자."

"나 점심 약속 있어."

해외출장 가 있는 친구를 팔아 한가로운 일요일,

아내와 집으로부터 탈출하려 집을 나서는데

양푼에 비빈 밥을 숟가락 가득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아내가 나를 본다.

무릎 나온 바지에 한쪽 다리를 식탁위에

올려 놓은 모양이 영락없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아줌마 품새다.

"언제 들어 올 거야?"
"나가봐야 알지."

시무룩해 있는 아내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가서,

친구들을 끌어 모아 술을 마셨다.

밤 12시가 될 때까지 그렇게 노는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의 전화가 왔다.
받지 않고 버티다가 마침내는 배터리를 빼 버렸다.

그리고 새벽 1시쯤 난 조심조심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내가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자나보다 생각하고 조용히 욕실로 향하는데

 힘없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갔다 이제 와?"
"어. 친구들이랑 술 한잔.... 어디 아파?"
"낮에 비빔밥 먹은 게 얹혀 약 좀 사오라고 전화했는데..."
"아... 배터리가 떨어졌어. 손 이리 내봐."

여러 번 혼자 땄는지 아내의 손끝은 상처투성이였다.

"이거 왜 이래? 당신이 손 땄어?"
"어. 너무 답답해서..."
"이 사람아! 병원을 갔어야지!
왜 이렇게 미련하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여느 때 같으면, 마누라는 미련하냐는 말이 뭐냐며
대들만도 한데, 아내는 그럴 힘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냥 엎드린 채, 가쁜 숨을 몰아쉬기만 했다.
난 갑자기 마음이 다급해졌다.

아내를 업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는 응급실 진료비가 아깝다며

이제 말짱해졌다고 애써 웃어 보이며
검사받으라는 내 권유를 물리치고 병원을 나갔다.

다음날 출근하는데, 아내가 이번 추석 때

친정부터 가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노발대발 하실 어머니 얘기를 꺼내며 안 된다고 했더니

"30년 동안, 그만큼 이기적으로 부려먹었으면 됐잖아.

그럼 당신은 당신집 가, 나는 우리집 갈 테니깐."

큰소리 친 대로, 아내는 추석이 되자,

 짐을 몽땅 싸서 친정으로 가 버렸다.
나 혼자 고향집으로 내려가자,어머니는

세상천지에 며느리가 이러는 법은 없다고 호통을 치셨다.
결혼하고 처음 아내가
없는 명절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는 태연하게 책을 보고 있었다.
여유롭게 클래식 음악까지 틀어놓고 말이다.

"당신 지금 제정신이야?"
"여보 만약 내가 지금 없어져도,
당신도 애들도 어머님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을 거야.
나 명절 때 친정에 가 있었던 거 아니야.
병원에 입원해서 정밀 검사 받았어.
당신이 한번 전화만 해봤어도 금방 알 수 있었을 거야.
당신이 그렇게 해주길 바랐어."

아내의 병은 가벼운 위염이 아니었던 것이다.
난 의사의 입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지금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

아내가 위암이라고?
전이될 대로 전이가 돼서,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다고?
삼 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고...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아내와 함께 병원을 나왔다.
유난히 가을 햇살이 눈부시게 맑았다.
집까지 오는 동안 서로에게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를 보며,
앞으로 나 혼자 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문을 열었을 때, 펑퍼짐한 바지를 입은 아내가 없다면,

방걸레질을 하는 아내가 없다면,

양푼에 밥을 비벼먹는 아내가 없다면,

술 좀 그만 마시라고 잔소리해주는

아내가 없다면, 나는 어떡해야 할까...

아내는 함께 아이들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 말도 말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은, 갑자기 찾아온

부모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살가워하지도 않은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공부에 관해, 건강에 관해,

수없이 해온 말들을 하고있다.

아이들의 표정에 짜증이 가득한데도,

아내는 그런 아이들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만 있다.
난 더 이상 그 얼굴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여보, 집에 내려가기 전에...
어디 코스모스 많이 펴 있는 데 들렀다 갈까?"
"코스모스?"
"그냥... 그러고 싶네. 꽃 많이 펴 있는 데 가서,

꽃도 보고, 당신이랑 걷기도 하고..."

아내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이런 걸 해보고 싶었나보다.
비싼 걸 먹고, 비싼 걸 입어보는 대신, 그냥 아이들 얼굴을 보고,
꽃이 피어 있는 길을 나와 함께 걷고...

"당신, 바쁘면 그냥 가고..."
"아니야. 가자."

코스모스가 들판 가득 피어있는 곳으로 왔다.

아내에게 조금 두꺼운 스웨터를 입히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여보, 나 당신한테 할 말 있어."
"뭔데?"
"우리 적금, 올 말에 타는 거 말고 또 있어.
3년 부은 거야.
통장, 싱크대 두 번째 서랍 안에 있어.
그리구... 나 생명보험도 들었거든.
재작년에 친구가 하도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잘했지 뭐. 그거 꼭 확인해 보고..."
"당신 정말... 왜 그래?"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
올해 적금 타면, 우리 엄마 한 이백만원 만 드려.
엄마 이가 안 좋으신데, 틀니 하셔야 되거든.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오빠가 능력이 안 되잖아.
부탁해."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고 말았다.
아내가 당황스러워하는 걸 알면서도,

소리 내어... 엉엉.....눈물을 흘리며 울고 말았다.
이런 아내를 떠나보내고...
어떻게 살아갈까....

아내와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아내가 내 손을 잡는다. 요즘 들어 아내는

내 손을 잡는 걸 좋아한다.

"여보, 30년 전에 당신이 프러포즈하면서 했던 말 생각나?"
"내가 뭐라 그랬는데..."
"사랑한다 어쩐다 그런 말, 닭살 맞아서 질색이라 그랬잖아?"
"그랬나?"
"그 전에도 그 후로도, 당신이 나보고 사랑한다

그런 적 한 번도 없는데, 그거 알지?
어쩔 땐 그런 소리 듣고 싶기도 하더라."

아내는 금방 잠이 들었다.
그런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도 깜박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커튼이 뜯어진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보! 우리 오늘 장모님 뵈러 갈까?"
"장모님 틀니...
연말까지 미룰 거 없이, 오늘 가서 해드리자.
여보...
장모님이 나 가면, 좋아하실 텐데...
여보, 안 일어나면, 안 간다!
여보?!.....
여보!?....."

좋아하며 일어나야 할 아내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난 떨리는 손으로 아내를 흔들었다.
이제 아내는 웃지도, 기뻐하지도,

잔소리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아내 위로 무너지며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어젯밤...
이 얘기를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의 사연입니다.
아내를 떠나보낸 절절한 심정이
우리 가슴을 아릿하게 파고듭니다.

아내...
남편...
보통 인연으로 만난 사이가 아닙니다.
사랑하는 마음,
지금 더 사랑하고 더 아끼 마음으로 ,
곁에 있는 이 순간, 가장잘해주시길.ㆍㆍㆍ

 

 

?사랑합니다?
 2019.   5월 10일 (금요일)  
  가정의 달 5월에

 

 

 

 

 

 

 


<부부에 관한 시 모음> 나태주의 ´완성´ 외

 

+ 완성

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
아내 없으면 밥 안 먹는 사람

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내는
서울 딸네 집에도 못 가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
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


 (나태주·시인, 1945-)

 

 

 

 

 

 



 + 부부의 날

푸른 창공만큼이나 오월의 꿈과 소망
그리고
감사가 넘치는 계절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그리고
21일은
둘이 한 몸을 이루어 산다는
부부의 날

남남이 서로 만나
티격태격
싸움 없이 산 날이 있으련만
스무 해가 지나고 스무 한 해
모진 풍파 다 겪으며
인동초처럼 살아 온 세월
뼈마다 부서지고 다리 어깨 통증 오고
그 고옵던 얼굴 주름진 성상

제비꽃 같은 그 마음씨도
세상 풍파 서리 맞고
거칠디 거친 장미꽃 넝쿨 같아라

눈빛으로 사랑하고
마음의 거울로 비쳐보는
너가 아닌 나
나가 아닌 너가 하나 되어
노래하리 사랑을
하나되리 너와 나

부부의 날
부부의 노래
그대에게 바치리


(윤용기·시인, 1959-)

 

 

 

 

 

 


 + 이사

이 남자다 싶어서
나 이 남자 안에 깃들어 살
방 한 칸만 있으면 됐지 싶어서
당신 안에 아내 되어 살았는데
이십 년 전 나는
당신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나 당신 밖에 있네
옛 맹세는 헌 런닝구처럼 바래어져 가고
사랑도 맹세도 뱀허물처럼 쏙 빠져나간 자리
25평도 아니야
32평도 아니야
사네
못 사네
내 마음의 공허가
하루에도 수십 번 이삿짐을 쌌다 풀었다 하네


(김나영·시인, 경북 영천 출생)  

 

 

 

 

 

 



 + 접목接木

늘그막의 두 내외가
손을 잡고 걷는다
손이 맞닿은 자리, 실은
어느 한쪽은 뿌리를 잘라낸
다른 한쪽은 뿌리 윗부분을 잘라낸
두 상처가 맞닿은 곳일지도 몰라
혹은 예리한 칼날이 내고 간 자상에
또 어느 칼날에도 도리워진 살점이 옮겨와
서로의 눈이 되었을지도 몰라
더듬더듬 그 불구의 생을 부축하다보니

예까지 왔을 게다
이제는 이녁의 가지 끝에 꽃이 피면
제 뿌리 환해지는,
제 발가락이 아플 뿐인데
이녁이 몸살을 앓는,
어디까지가 고욤나무고
어디까지가 수수감나무인지 구별할 수 없는
저 접목
대신 살아주는 생이어서
비로소 온전히 일생이 되는


(복효근·시인, 1962-)

 

 



 + 부부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멀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너무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는 사이이다
남편이 턱에 바르고 남은 밥풀 꽃만 한 연고를
손끝에 들고
어디 나머지를 바를 만한 곳이 없나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주저 없이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어 미는 사이이다
그 자리를 문지르며 이 달에 너무 많이 사용한
신용카드와 전기세를 문득 떠올리는 사이이다

결혼은 사랑을 무효화시키는 긴 과정이지만
결혼한 사랑은 사랑이 아니지만

부부란 어떤 이름으로도 잴 수 없는
백 년이 지나도 남는 암각화처럼
그것이 풍화하는 긴 과정과
그 곁에 가뭇없이 피고 지는 풀꽃 더미를
풍경으로 거느린다

나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네가 쥐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내 손을 한번 쓸쓸히 쥐었다 펴보는 그런 사이이다

부부란 서로를 묶는 것이 쇠사슬인지
거미줄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묶여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느끼며
어린 새끼들을 유정하게 바라보는 그런 사이이다


(문정희·시인, 1947-)  

 

 

 



 + 아내와 나 사이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돌아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이생진·시인, 1929-)

 

 

 

 



 + 접기로 한다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듯
두 눈 딱 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살다보면
이슬비도 장대비도 한순간,
햇살에 배겨나지 못하는 우산 접듯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보기로 한다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박영희·시인)

 

 

 



 + 중년부부

속 다 비우고
솔솔 파도의 알갱이를 뿌린
고등어 한 손

등푸른 바다의 지문이 새겨진
지느러미부터
아가미를 지나
눈까지
누우렇게 한 간으로 배이면

세상 바라보는 비릿한 시선도
하나로 포개진다


(고미숙·시인)


+ 부부

또 당한 것이다
아침밥을 먹다가 벌컥 화를 내며
남편이 나갔다
전화도 없다
그런데도 편하다 이제 나도 오십
천천히 베란다로 나간다
화분 앞에 쪼그려 앉는다
아무 생각 없이 이파리를 보고 만지고 물을 준다
아무 생각 없이 천천히 백화점 돈다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물 좋고 싱싱한 낚지 두 코다리 사서
(이것은 우리 아들도 아주 좋아한다)
저녁 준비를 하는데
일찍 퇴근한 남편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코를 킁킁거리며 부엌으로 오더니
슈크림빵 한 봉지
내 앞에 들이민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종일 혼자 있으면
화도 웃음이 된다

아이구 저 화상, 하면서도


(이성이·시인)


+ 아내의 비밀

내 배꼽에
탄가루가 끼인 것은
아내만 안다.

내 작업복
실밥 간 곳마다
절어 붙은 탄가루도
아내만 안다.

이불 아래
무언의 호소
메아리 없는 빈 천장
둥지(冬至) 어느 밤이었더이다.

새벽 칸데라를 들고
주섬주섬 갱으로 나가는 길
어쩐지 우람한 어깨가 밉다고 했다.

살을 섞고 사는
부부 사이도 가슴속에
또 하나의 얼굴
그것이 몹시 미웠다 한다.....

.
(진인탁·시인, 1923-1993)


+ 백수

요즘 아내의 방문 여닫는 소리 자꾸만 크게 들린다.
도대체 뭘 해요 쿵, 뭐 좀 어떻게 해봐요 쿵,
부글부글 속 끓다가도 끽, 뭐라 목젖을 잡아당기다가도 끼익,
한숨 한 번 내쉴 양이면 그마저 문소리에 끼여 끽,
문소리가 격해질수록 나는 벙어리가 되어간다.

쿵, 하는 문소리 사그라지는 틈으로 아내의 목소리
아이더러, 아빠 식사하세요 해, 하는 말 엿듣고 눈물난다. 


 (안상학·시인, 경북 안동 출생)

 

 

 



 + 연리지(連理枝)

손 한번 맞닿은 죄로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하여
송두리째 나의 전부를 당신에게 걸었습니다
이제 떼어놓으려 해도 떼어놓을 수 없는 당신과 나는
한 뿌리 한 줄기 한 잎사귀로 숨을 쉬는
연리지(連理枝)입니다

단지 입술 한번 맞닿은 죄로
나의 가슴 전부를 당신으로 채워버려
당신 아닌 그 무엇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는
몸도 마음도 당신과 하나가 되어버려
당신에게만 나의 마음을 주는
연리지(連理枝)입니다

이 몸 당신에게 주어버린 죄로
이제 한 몸뚱어리가 되어
당신에게서 피를 받고
나 또한 당신에게 피를 나누어주는
어느 한 몸 죽더라도
그 고통 함께 느끼는 연리지(連理枝)입니다

이 세상 따로 태어나
그 인연 어디에서 왔기에
두 몸이 함께 만나 한 몸이 되었을까요
이 몸 살아가는 이유가 당신이라 하렵니다
당신의 체온으로 이 몸 살아간다 하렵니다
당신과 한 몸으로 살아가는 이 행복
진정 아름답다 하렵니다. 


 (황봉학·시인, 경북 문경 출생)


 *연리지(連理枝) : 두 나뭇가지가 맞닿아서 같이 살아감,
서로 맘이 통하는 것으로 부부 또는 연인을 비유하는 말. 

 

 

 

 

 

 




 + 기왓장 내외

비오는 날 저녁에 기왓장 내외
잃어버린 외아들 생각나선지
꼬부라진 잔등을 어루만지며
쭈룩쭈룩 구슬피 울음 웁니다.

대궐 지붕 위에서 기왓장 내외
아름답던 옛날이 그리워선지
주름 잡힌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끄러미 하늘만 쳐다봅니다.


 (윤동주·시인, 1917-1945)

 

 

 

 




 + 어른이 되면

˝여보, 여기 앉아 보세요.
발톱 깎아 드릴 테니.˝

˝아니, 만날 어깨 아프다면서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해요.˝

하루 일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 아버지는
밤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서로 발톱을 깎아 주고
서로 어깨를 주물러 줍니다.

그 모습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빨리 장가들고 싶습니다.

어른이 되면
어머니 같은 여자 만나서
아버지처럼 살고 싶습니다. 


 (서정홍·아동문학가, 1958-)

 

 

 

 




 + 사랑

밀린 월급 때문에
우리 아버지
술 한 잔 한 날.

어머니는
˝뭔 돈으로 마셨노?˝
핀잔을 줍니다.

큰 대자로 누운 아버지
양말 벗기고
바지 벗기고

˝원수다 원수˝ 하면서
꿀물 타 주고
눈곱 떼 주고

아버지 발 주무르다
앉아서 조는
우리 어머니

원수를 사랑하십니다.


 (장세정·아동문학가)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부부학 개론/고경숙

하릴없이 공원 벤치에 앉아서
사람구경도 식상해지면
발 밑에 킁킁대는 개들 좀 보라지.
삐적 마른 놈 눈만 불뚝한 치와와는
영락없이 제 주인 닮았고
긴 털 멋있는 콜리는
외제차 타는 도도한 주인처럼 격이 있어.
시장 바닥에 떠도는 똥개들은
술판 기웃대며 거나한 딱 제 주인이지.

모처럼 부부간에 의기투합했는데
지나가던 이웃 할머니 우리보고
부부가 닮아서 잘 살겠다네.
저 화상보다 내가 한 수 위인 줄 알았는데
우린 코끝에 검댕 묻은 두 마리 똥개였나 봐.

여보야,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 사랑한데이-
깨갱 깽 깽
신소리 마레이-
깨갱 깽 깽.

 

 

 

 

 

 

 

 

힘겨운 물/김유선

 

부부가 산길을 오른다

부부는 위를 향해 힘겹게 오른다

나뭇잎은 물 따라 술렁술렁 내려간다

고비를 넘어왔다고 나뭇잎은 가벼운 걸음이다

우리가 이미 걸어온 저 아래로 가는 걸 보면

우듬지 산 아래

우리가 출발했던 그 지점이다

왜 우리는 지금 돌아서서 출발점

그곳으로 돌아 내려가지 못하는가

 

숨차게 오르다 보면

나뭇잎이 바위틈에서 쉬고 있다

가만히 보니 계곡물에 온 산이 쉬고 있다

쉬는 것 쉬게 하고

물은 여전히 아래로 술렁술렁 잘도 가는데

부부는 저 아래 무거운 집을 끌고

가파른 산을 오른다

다시 내려갈 높이를 오른다.

  

      -시집,  은유의 물-

 


 

 

 

 

부부/ 김선호

 

산길을 가다 보니

두 나무의 기둥이 붙어 있다

붙은 자리는 둥글게 홈이 파졌다

연리목이 되지 못한 나무들,

따로 떨어져 살아 보라고

기둥을 벌려 주었다

다시 달라붙는다

한몸이 되지 못한 나무의 상처는

자랄수록 깊어 갈 것이다

서로의 몸집에 흠을 내면서도

붙어 있고 싶은 마음.

사랑은 상처다

그와 나도 서로 조금씩 상처를 내면서

무딘 채 살아가듯

그 흔적은 스스로 아물 듯이

몸은 따로지만

마음 한곳은 붙은 채 살아간다

 

      -시집 , 햇살 마름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