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

인도카주라호사원

이모르 2020. 12. 15. 17:26

 

북인도의 사원 유적지 카주라호.

그곳에 가면 ‘원초적 본능’을 만난다.

힌두 사원의 벽면을 가득 채운 미투나상()

에로티시즘의 극치다. '

카마수트라 사원' ‘에로틱 사원’이란 별칭답게

남녀의 성적 결합을 표현한 부조는

낯 뜨거울 정도로 야하다. 부드러운 곡선,

다양한 체위, 요염한 자태, 매혹적인

눈매를 리얼하게 표현한 조각가들의 솜씨가 빼어나다.

 

 

 

 

미투나(Mithuna)’는 산스크리트어로

한 쌍의 남녀, 나아가서 그 성적 결합을 의미한다.

물론 미투나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바, 바라하,

꾸마리 등 힌두교 신들의 이야기와

군악대를 동반한 말과 코끼리의 행렬을 묘사한

조각상도 있어 그 시대 힌두교

생활상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다.

 

 

 

 

카주라호의 유적들은 1025~1050년경 ‘

찬델라 왕조’에 의해 건립되었다. 북인도

대부분을 지배했던 찬델라 왕조 세력은

한때 마드야 프라데시 주() 전역에 걸쳐

폭넓은 지역을 다스릴 만큼 세력을 확장했지만

이슬람 세력에 의해 멸망하고 말았다.

 

 

 

 

적나라한 미투나상을 보고 마하트마 간디는

 “카주라호의 모든 사원을 부숴 버리고 싶다”고 했다.

1000년 전 찬델라 왕조는 무슨 이유로 사원 외부 장식을

낯 뜨거운 조각상으로 가득 채웠을까?

역사가들은 남녀 결합의 극치를 통해 신과의

성스러운 합일을 기도했던 것으로 풀이한다.

사원은 신과 인간이 만나는 성스러운 장소다.

성적인 에너지를 이용해 절정의 상태에서

자아의식과 우주의식이 하나가 되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탄트리즘 사상을

표현해 놓았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또한 천둥과 번개의 신이 처녀이기 때문에

미투나상으로 외벽을 장식하면 신들이

부끄러워 사원을 부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요가를 수행하는 명상가들의 교육적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수행자들이 야한 모습을 보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과 금욕적인 성찰을 위해

미투나상을 이용했다는 그럴듯한 이야기다

 

 

 

미투나는 인도인들의 성행위에 관한 교본이다.

평생 한 명의 반려자만 맞이할 수 있는 힌두교의

교리에 따라 서로가 즐겁게 사는 방법 가운데

성행위도 그중 하나였다는 것이 이유다.

동부사원군의 대표적인 자인교

사원의 불상은 나신이다.

회랑에도 나신 불상과 벌거벗은 수도승의

그림이 걸려 있다.

모든 소유를 버림으로써 비로소 자유롭게 된다는

자인교의 교리에 따라 수행자들은 살생을

금기로 여기고 비폭력을 추구하며 나체 수행을 지향한다.

 

 

 

 

 

카주라호를 여행하는 동안 이곳이 성지(聖地)인지,

성지(性地)인지 헷갈린다. 예술이든 외설이든

그에 대한 가치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원초적 본능을 나타낸 섬세한 조각상들은 외설을

뛰어넘어 예술로 승화시켰기에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게 아닐까. 카주라호는 1986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규섭(전 국민일보 논설위원, 라이나전성기재단 언론재능나눔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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