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모음

한강에대한시모음(돌아오지않는강)

이모르 2020. 12. 12. 16:10

 

 

 

 

노송 권영진님의 휴대전화 촬영 한강야경

 

 

한강의 야경은 오색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강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중년부부가 속삭이고 있었습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누군가

불을 질렀다 하던데.."

 "누가 그런짓을 세상모든 연인의

아줌마 들을 2번 울릴려고"

 "아마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을

모조리 질투하는 작은 악마였겠지"

 "가슴에 묻어둔 평생의 애인 이라면

남편 쪽에선 최악이지만."

 "그영화 비오는 차속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옆에 앉아 애증의 갈등으로

어느쪽을 택할것인가를 번민하는

여주인공 참 인상적였지"

 "프라토닉한 사랑은 중년에도 있는걸까?" "

친구란 언제던지 사귈수 있는 것

아닐까요   유년 청년때 처럼  중년에도 .."

 

 

   

 

 

 

그때 유람선이 오색찰란한 등을 달고

선착장에 닫고 있었습니다

각각 연인들이 짝을 지어 있는 모습이 야경에

빛나며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오들햅번이 이발사와 벌리는 선상 땐스 

파티를 연상케하였기 행복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역사의 한강 은 고요하지만 많은

사연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한강에 대한 시 모음

 

잘있거라/김상현

 

가노라 三角山아 다시 보쟈 漢江水야
故國山川을 ᄯᅥᄂᆞ고쟈 ᄒᆞ랴마ᄂᆞᆫ
時節이 하 殊常ᄒᆞ니 올 동 말 동 ᄒᆞ여라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 둥 말 둥 하여라

 

 

 

남산타워야경/평보
 

 

한강은 흐른다 /오세영

 

한강은 흐른다

 과 들

복숭아 진달래 꽃망울 터트리며

오늘도 무지개로  소리없이

흐른다

 

한강은 흐른다

논 과 밭

청보리 무배추 파랗게 물들이며

오늘도 비단길로 말없이

흐른다

 

눈보라 휘날린들 멈출수 있으랴

폭풍우 몰아친들 돌아 갈 수 있으랴

흐르고 흘러서 영원이리니

대양에 이르러야 우리인 것을

 

한강은 흐른다

마을과 도시에

저마다 생의 등불 환하게 밝히면서

오늘도 은하수로 묵묵히

흐른다

 

 

겨울 한강에서/김남조

 

 

겨울 강이여

나의 악보는 끝이 없구나

오늘은 결빙의 강바닥 아래

암청의 결빙의 강바닥 아래

암청의 실타래들 누워있음이

무섭고 아름답다

흘러서 저기에 잠겨드는

사람 있으면 어쩌나

 

배 한척 지나갔는지

물살 패인 언저리 얼음 조각 떠있느냐

아마도 탈색한 나룻배였을 게야

배에 탄 사람 삭풍에 도포자락 휘날리고

뱃전에 얼음 갈리는 소리

서걱서걱 울렸으리

「여보세요 여보세요」외치며

 

누군가 뒤쫓았을지도 몰라

내 어렸을 때 본 일본 영화에선

단도로 제 가슴을 찌른 유혈의 딸을 업고

「여보게 게 섰거이 제발 섰거레이...」

배에 탄 젊은 이를 부르먀 달려가는

백발의 아버지가 있었다

하긴 누구라도

비통하게 떠나보낼 배 한 척 있었고 말고

「섰거네이 섰거네이...」

울면서 외쳤고 말고

 

겨울 강이여

한평생의 모든 이별이

동창회처럼 모여들면 좋겠다

가양 가양 수월래 가앙강 수월래

윤무의 춤판이면 좋겠다

보름달 밤이어든 더욱 좋겠다

 

 

길 위에서 문상/김 종 해

 

나는 지금 한강의 흐름보다

더 느리게 강변북로를 주행 중이다.

한강은 제 몸을 풀어 유유자적 바다로 가지만,

길속에 갇힌 나는 그러지 못한다.

좁혀진 차간 거리에서

붉은 제동등이 수시로 켜지는 서강대교에서

한남대교까지 흘러가며

나를 떠메고 가는 한강을 생각한다.

그 짧은 순간,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차창 밖에서 멈춰 있던 한강이

처음으로 물소리를 내고 한강 철교 위로

수증기을 뿜는 기차가 낭만적인 기적소릴 울린다.

 그보다 옆차선에선 물처럼 흐르던

검정 리무진이 어깨를 맞춘다.

리무진 꽁무니에 조그맣게 걸린 謹弔 화환.

평생에 한 번 타볼까말까한 저 근사한 리무진

안에 호사스럽게 누워있는 이는 누구일까.

사실 나는 이 정체구간에서 저 리무진을 본 순간.

세상의 시간을 놓아버렸다.

저 리무진 안에서 잠자듯 누워 있는 사람이

지금 가고 있는 곳. 한강을 거슬러 구리를 지나고

양평을 지나고 그리고 시간의 끝,

세상의 끝에 그 사람의 북망산이 있으리라.

가진 것 다 버리고, 북망산으로 가고 있는

저 분의 영원한 시간. 나는 차창을 열고

심호흡을 해 보았다.

갈기를 여민 나의 愛馬 오피러스도

내 마음을 아는 듯 길 위에서 問喪한다

 

아리수 사랑/신달자

 

 

푸르른 살결위에

푸르른 하늘이 와 덮었다

아침마다 푸르른 강이 태어나고

천년 생명의 메아리가 울었다

기우는 해도 달도 몸에 품었다

역사의 환난도 몸에 담았다

아리수여 아 아리수여

다시

새천년을 잉태하는 푸르른 여자

*아리수: 삼국시대 한강의 명칭

 

 

중독/정채원

 

스위치가 켜질 때마다

두물머리로 달려간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지퍼처럼 아무는 그곳

만나야 한다

상처와 또 다른 상처가

그렇게 한 문장이

기억 속에 가라앉았던 또 다른 문장과

만나 흘러야 한다

두 물줄기 함께 나직하게 속삭이는 곳

다독다독 어깨 두드려 주고

울다가 웃다가 입 맞춰 노래 부르다가

서서히 슬픔의 스위치가 내려지는 그곳

 

 

 

도강록(渡江錄 )/정진규  

 

한강은 내게 언제나 <정진근>이다

 

정진근은 6·25 때 의용군 나간 내 맏형의 이름

아직도 나는 이 상징을 지워버리지 못한다

지워버린 이름. 10년은 기다리다

아버지가 실종신고를 해버린 이름

나는 아직도 이 상징을 지워버리지 못한다   

한강은 내게 언제나 한 권 일어판 산세이또

영어 콘사이스다

 

정 · 진 · 근, 첫 페이지에 찍혀 있는 붉은 목도장,

내겐 아직도 이 한 권이 가장 소중한 나의 희귀본이다

나는 아직도 이 상징을 지워버리지 못한다   

끊어진 다리, 어머니와 나는 깊은 밤 쪽배를 탔다

서울로 잠행했다 강을 건넜다

의용군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고서도 해방촌

형의 하숙집까지 찾아갔다

용산중학교 6학년 정진근,

형의 육필이 적혀져 있는 그걸 한 권,

그 방에서 나는 들고 왔다 여기까지 왔다

50년을 왔다   

나는 그렇게 언제나 강을 건넌다

산세이또 영어 콘사이스 한 권으로

한강을 건넌다 끊어진 다리,

한강에 다리는 없다

언제나 그렇게 건너고 있다

한 척 쪽배가 언제나 찌걱거리고 있다

기침도 못한다

아직도 나는 이 상징을 지워버리지 못한다

 

 

 

꽃범의 꼬리/김선호

 

 

 

해거름 고수부지 생태공원에서

꽃범의 꼬리라는 풀을 보았다

잎은 길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이었으나

꽃이 궁금했다

아기호랑이 꼬리처럼 가로줄

무늬를 가진

꽃을 떠올려 보고

성격이 꽃처럼 부드러운 범의

꼬리에 밟혔을 때의

조마조마한 마음을 상상하며 걷는데

'산책로에 뱀이 출몰하니 주의 요함.

관리소장 백'이라는

팻말을 본 순간 꽃범이 꽃뱀이 되었다

가로줄의 알록달록한 꼬리를 흔들며

혓바닥을 낼름거리고 내 뒤를 따라온다

나무들이며 야생화를

볼 새 없이 걷는 데도

내 걸음보다 빠른 이놈이

복사뼈를 지나 슬개골을 지나

꼬리뼈까지 올라온 순간

선뜻하여 손사래를 치다가

생각에서 깨어났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생각에 밟힐 뻔 한 저녁시간

노을의 꼬리도 한강 한

귀퉁이를 물고 있다

 

 

 

 

나는 강변에 있다 / 천양희

구름떼들이 수면에 어룽댄다 이런 날은 바람도 발끝을 내린다

물새들이 짧게 안색을 바꾸고 실버들 서로 어깨를 낮춘다

버들잎 씹으면 고통이 덜해진대......

들판 너머 산 능선이 오늘 따라 도도하다 산은 늘 높다니까

모래무지 한 마리 모래 속에 숨는다 누가 나를 깨우치러 여기까지

온 것일까 햇빛도 때로 기운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세상에
또 있다는 것일까 강 깊어 소리 없는 때, 사람의 마을에 개소리 요란하다

저게 사는 거라면...... 나는 지금 긴 和精 論 한편 쓰고 싶다

이쪽 저쪽 물길 내려다본다 물은 정말 좋다! 물 따라 생각도 따라간다

생각이 바뀌면 운명도 바 뀐다고 ? 내 눈이 문득 강폭처럼 넓어진다

 물풀들 몰래 제 몸을 부푼다 어느새 산그림자 내려와 물속이 더 깊다.

 

저 물결 하나 /나희덕

한강 철교를 건너는 동안
잔물결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얼마 안 되는 보증금을 빼서

서울을 떠난 후
낯선 눈으로 바라보는 한강.
어제의 내가 그 강물에 뒤척이고 있었다
한 뼘쯤 솟았다 내려앉는 물결들.
서울에 사는 동안 내게 지분이 있었다면
저 물결 한쪽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결 하나 일으켜
열 번이 넘게 이삿짐을 쌌고
물결 하나 일으켜
물새 같은 아이 둘을 업어 길렀다
사랑도 물결 하나처럼 
사소하게 일었다 스러지곤 했다
더는 걸을 수 없는 무릎을 일으켜

세운 것도
저 낮은 물결 위에서였다
숱한 목숨들이 일렁이며 흘러가는

이 도시에서
뒤척이며, 뒤척이며, 그러나
한 번도 같은 자리로 내려앉지 않는
물결 위에 쌓았다 허문 날들이 있었다
거대한 점묘화 같은 서울.
물결 하나가 반짝이며 내게 말을 건넸다
저 물결을 일으켜 또 어디로 갈 것인가

 

 

한강이가슴을연다/박노해

 

한강이 가슴을 연다
여윈 어미의 가슴처럼
주름진 江心이 소리없이 열려 흐른다

얼어붙은 겨울 속으로
숨죽이며 흐느낌으로 흐르던
눈물 강물

봄은 멀은데
멍든 가슴, 지치인 노동에
탄식하며 탄식하며 쓰러져
몰아치는 찬 바람에
다시 아귀찬 이를 물며 일어서 흐르는
사랑이여 모진 생명이여

강물은 흐르고
더러움과 오욕에 뒤섞여
거칠게 한강은 흐르고
살얼음을 뒹척이며
어두운 겨울 속으로
봄을 부르며
봄을 부르며
소리없이 열려 흐르는
눈물이여 강물이여

 

다음은 권력과 힘에 한없이

나약했던 어느시인의 詩 역겹지만

시대의 아픔을 보며 올려봅니다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

서정주

처음으로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잘 사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 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원년으로 만드셨나니
안으로는 한결 더 국방을 튼튼히 하시고
밖으로는 외교와 교역의 순치를 온 세계에 넓히어
이 나라의 국위를 모든 나라에 드날리셨나니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고
또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
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이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받고 있나니
이 나라가 통일하여 홍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쉬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1987. 1) 서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