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인대화방

평산의방하착

이모르 2021. 1. 3. 04:31

 

 

 

좌 평초 우 평보 

 

이글은 도선산우회 평산 글입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보내며>

오래전 확실치는 않으나 중학교시절로 생각되는 때에  불교를 전혀 모르는 (지금도 모르지만......) 상태에서  우연히 반야심경에 대한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엇인지모르나 나름대로 감명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중 ‘비유경’속에 오욕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흑백이서(黑白二鼠)’의 비유는 재미있고도 심각한 비유였습니다.

 

 

한 나그네가 넓은 들판을 걸어가고 있을 때 별안간 한 마리 미친 코끼리가 나왔습니다. 도망가야하나…… 그런데 들 가운데에 오래된 우물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물 속으로 한줄기 넝쿨이 밑으로 내려 뻗쳐있었습니다. 나그네는 천행으로 생각하고 기뻐하며 그 넝쿨을 붙잡고 우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미친 코끼리는 무서운 이빨을 쳐들고 들여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나그네가 살았다 생각하고 한숨을 돌리고 있자니 우물 밑바닥에는 무시무시한 큰 뱀이 나그네가 떨어져 내려오기를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사방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있어 나그네를 집어삼키려고 합니다.  의지할 곳은 단지 한줄기 넝쿨뿐 입니다. 그러나 그 넝쿨조차도 검고 흰 두 마리 쥐가 번갈아 가면서 그 넝쿨 뿌리를 갉아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넝쿨뿌리에 벌집이 있어 거기서 단 꿀이 뚝 뚝 다섯 방울이 나그네의 입으로

떨어졌습니다. 참으로 맛있는 단 꿀이었습니다. 거기에 나그네는 눈앞에 보이는 모든

위험을 잊어버리고 다만 그 한 방울씩 떨어지는 꿀에 정신이 팔렸다합니다.

 

넓은 들판을 방황하는 나그네는 우리네 인생(人生)이고,  한 마리의 미치광이 코끼리는 무상(無常)을 말함입니다. 흘러가는 시간입니다. 우물은 생사(生死)의 심연(深淵)입니다.

우물 밑의 큰 뱀은 죽음의 그림자요  네 마리독사는 우리의 육체를 구성한 네 가지 원소(四大元素-地, 水, 火, 風)입니다.  넝쿨은 우리의 생명입니다. 검고 흰 두 마리의 쥐는 밤과 낮 입니다. 꿀 다섯 방울은 오욕(五慾)입니다. 본능적 욕망입니다. 참으로 인생의 무상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문득 같이 느껴보고 싶어 이글을 올렸습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도 감격했다합니다. 저는 그때 나름대로 구도의 나그네를 생각해 보았으나 생각과 행동은 달랐고......

지금은 어차피 생로병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사는 동안이라도

꿀이라도 아님 대체꿀-당류라도 만들어 맛보며 살려는 욕망의- 욕심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아직 종교가 없으며 제 처는 천주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있으나

둘 다 모두 절의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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