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와음악

왕제비의증언(설운도의차차차)

이모르 2021. 1. 3. 05:24

 

15년동안 ‘왕제비’로 군림해온 이광민 충격고백

 

“춤맛 한번 본 여자들은 절대 제비를 거부 못한다”

 

거리에 하나둘 네온사온이 빛나기 시작한다.

샐러리맨들이 지친 어깨를 늘어뜨리고 안식처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저녁. 그러나 이 시간에 새로이

하루를 시작하는 무리들이 있다. 짙은 화장과 화려한 옷으로

몸을 치장한 채 외출을 서두르는 불나비들과 이들을

먹이 삼아 사냥에 나서는 제비와 꽃뱀들,

그리고 카바레의 웨이터들…….

 

색소폰 선율이 흐르는 플로어엔 오색 불빛이 깜빡이며 돌고,

음악에 맞춰 쌍쌍의 남녀가 부둥켜 안은 채 돌고 또 돈다.

돌고 도는 것은 남녀만이 아니다. 육체와 돈과 파멸이 함께 돈다.

최근 일선에서 활약했던 진짜 제비가 실제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소재로 책을 엮어 화제가 되고 있다.

<왕제비>(한뜻출판사). 이 세권짜리 소설에는 프로제비의

성장과정과 생활상, 춤바람 난 여자들이 어떻게 제비가 친

덫에 걸려 패가망신하는지, 그리고 제비의

종말까지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저자 이광민씨(50)를 만나 제비생활과

카바레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춤맛에 중독되는 여자들

 

도대체 ‘제비’는 어떤 사람일까? 우리가 흔히 ‘제비처럼 생겼다’라고

말할 때처럼 그렇게 호리호리하게 생겼을까? 약속된

인터뷰 장소에서 그를 기다리면서 수많은 궁금증이 떠나질 않았다.

이윽고 그가 나타났다. 역시 외모부터 그는 보통 사람들과 달랐다.

소설 〈왕제비〉의 주인공 동철처럼 헌칠한 키에 건장한 체격의

그는 검은색 턱시도와 구두에 흰색 와이셔츠를 받쳐입고 무스로

머리를 뒤로 넘겨 훤하게 이마를 드러낸 것이나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화려해 보이는 시계와 반지로 치장한 것이 유흥업소

 사장이라는 인상이 진하게 풍겨왔다. 얼굴은 약간

가무잡잡했지만 50이라는 나이가 전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 어보였다.

 

특히 굵은 코와 튼튼해 보이는 고른 이빨이 아직도

왕성한 그의 힘을 말해주는 듯했다. 흔히 상상해오던

제비와는 전혀 다른 원숙미와 품위가 느껴지는 그를 보며

‘왕제비’란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의 소설을 보면 제비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춤과 매너,

 대화술, 성 테크닉 등을 들고 있다. 그와의 첫 만남에서

이미 그는 이 모든 것을 갖추 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외모와 매너뿐 아니라 막힘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대화술에서도 그는 역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왕제비다운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야기는 춤에서 시작되어 제비의 조건으로 이어졌다.

 

“춤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어려워요. 우리 민족

특성이 노는 것을 즐기는 것인데 특히 남녀가 같이 노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다른 레저 스포츠에 비해 춤은 손을 맞잡은 채 시작하고

몸을 부대끼며 즐긴다는 특성이 있어요. 그런 특성으로 인해

춤은 마약처럼 쉽게 빠지게 되 고 안 추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중독성도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춤 자체를 즐기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만큼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에 자제력이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절대 여가선용 이상 의 의미를 가지면 안되고 그럴 결심이 안서면

아예 배우지 말라는 것이다. 실제로는 교습소든

카바레든 불륜을 기대하고 오는 여자와 남자들로

가득차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춤을 배울 때 여자들은 보통 보름 정도면 기본스텝을

배우게 되고 한달이면 제법 스텝을 밟아나갈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남자들은 두세달 정도 배워야 기본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정도 실력으로 여자와 춤을 추면 대개 한 곡을 넘기지 못하고

 플로어를 내려오게 된다고 한 다.

 

 여자와 춤이 안맞아 딱지를 맞기 때문이다. 적어도 자기

스텝을 밟는 게 아니라 상대 수준에 맞춰 스텝을 이끌어

나가야 춤을 잘 춘다고 할 수 있고 상대의 춤 솜씨를 한단계

 더 끌어올려 최대한 만족을 느끼게 해줄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프로제비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면서

그는 여자를 사로잡는 춤 기술을 소개했다.

 

v “처음 손을 잡고 춤추기 시작할 때 여자의 춤솜씨를

확인하기 위해 슬쩍 3백60도 회전을 시켜봅니다. 한바퀴 돌고

난 뒤의 흔들림 정도로 여자 의 춤솜씨를 파악할 수 있죠.

흔들림이 큰 여자일수록 춤이 서툴기 때문에 먹이가 되기 쉽습니다.

 

그런 여자는 허리를 감싼 손으로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면

여자가 훨씬 춤이 잘 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죠. 몇곡 정도

그렇게 추면 여자는 서서히 춤에 자신감을 갖게 되고 긴장감이나

경 계심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것은 손떨림 정도로 알 수 있죠. 그러면 스피디하게

백스텝을 밟거나 지그재그로 나가는 등 다양한 스텝으로

여자를 환상의 세계로 몰아갑니다. 그러다 여자의 몸을 90도

꺾어젖히며 허벅다리로 여자의 치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여자의 입에선 신음소리가 절로 새어나오게 돼죠.

 

이후에도 몸을 밀착시키며 새로운 스텝을 밟아나가면

초보자들은 춤을 배울 욕심으로 어지간한 수치심쯤은

감내하게 되고 또 으레 이렇게 몸을 붙이기도 하는구나 하고

 태연한 척 하려고 애쓰게 마련이죠. 그럴수록

농도를 더욱더 높여나갑니다.

 

마지막으로 전진할 때 오른발을 깊게 집어넣 고 후진할 때

오른발을 그대로 놓아둔 채 왼발만 빼며 여자의 몸을 당기면

여자의 몸은 저절로 남자의 오른쪽 무릎 위에 완전히 올라탔다

 

치골 에 무게가 실린 채로 남자의 허벅지를 미끄러져 내려가게 되죠.

그러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숨조차 쉴 수 없을 지경이 됩니다.

그리고 춤을 끝냅니다. 여자가 다른 사람과 춤을 추게 말입니다.

 다른 사람과 춤을 추더라도 상대방이 제비보다 잘 추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미 환상적인 춤을 맛본 여자로서는 성에 차지 않게 되고

 

좀전의 춤맛을 잊지를 못하게 되죠. 그때 다시 춤추기를 권합니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서지요.

또한 춤을 끝낼 때에는 매너를 지켜 여자로 하여금 신사라는

이미지를 남겨주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접 근하면

 95% 이상의 여자들이 걸려들지요.”

 

또한 제비들은 성 테크닉 향상을 위해 성기에 실리콘이나

바셀린액, 심지어 구슬을 넣기도 한다. 춤과 성으로

여자를 확실하게 넘겨야 하기 때문 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능숙한 대화를 위해 신문,

잡지 등을 보며 항상 공부한다고 한다.

 

 

제비는 여자가 만든다

 

그가 춤을 배운 때는 35세 무렵. 제비의 전성기가 35세

 전후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늦은 편이다. 80년대

초 당시 화장품 대리점을 경영하던 그는 같이 일하던 학교

후배에게서 기본 스텝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후배는

그리 춤을 잘 추는 편은 못됐고 따라서 이광민씨의

춤실력도 별로였다고 회상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춤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대리점에서

가까운 다방의 마담을 통해서였다. 다방에 앉아

후배와 춤이야기를 했는데 이를 마담이 듣고 자신의

단골 교습소를 소개했고,

그의 건장한 외모에 반한 교습소 원장이 돈도 안받고

 춤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물론 다방마담은 소설에 서 황마담으로, 교습소 원장은

선배 제비 오창환으로 등장한다. 원장에게서

 몇 년 춤을 배운 그는 춤에 자신이 붙게 되자 실습삼아

카바레를 출 입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여자들이 꼬여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제비는 여자가 만든다’고 한다.

“돈 많고 한가한 마담들이 옷도 사주고 용돈도

주며 계속 자기와 만나 춤추길 원하더라구요.

이거 잘만 하면 춤도 돈벌이가 되겠다 하는

생각 도 들고 춤 자체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어요.”

더구나 85년 경부터는 시내를 중심으로 화장품

할인매장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화장품대리점이

타격을 받아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그 기회에 아예 대리점을 정리하고

제비 세계로 본격 진출했다.

1년에 여자를 한두명만 물어도 생활에는 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꾸 요행만 바라게 되고 점점

더 깊은 타락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주로 장안평 무학성과 신사동 궁전캬바레,

낙원상가에 있는 123카바레에서 활동했다.

 

이외에도 동대문의 관광카바레, 을지예식장의 남남카 바레,

종로의 아마존, 터미날의 청록카바레 등

그의 발걸음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거기에서

그는 10년 동안 요일마다 여자를 바꾸어 만나 는 ‘요일인생’을

살며 7백명의 여자를 섭렵했다고 한다.

그는 대상을 선택할 때 머리모양 패션, 패물착용 등을 통해

한 눈에 계산을 끝낼 수 있다고 한다. 블라우스도 춤을 추면서

촉감을 느껴보면 이게 얼마짜린지 금방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화를 통해 남편 직장, 사는 동네, 학력 등등 생활수준을 파악하고

지금 당장 돈이 없더라도 급히 돌릴 수 있는 돈의 액수를 판단해서

그만큼씩 뜯어낸다고 한다.

 

좋은 먹이는 괜히 있는 척하는 여자들로 자존심이

센 이런 여자는 조금만 추켜 주면 자랑삼아 자신의 생활

정도를 술술 내뱉는다고 한다.

 

그는 보통 한 여자에게서 1천만∼3천만원 정도 울궈먹지만

가끔 억대 이상을 후릴 때도 있었다고 한다.

“여자들은 처음엔 도와주겠다는 생각뿐이어서 제비에게

]물렸다는 사실을 전혀 몰라요.

 

나중에 당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야 후회하지요.

더구나 여자들 돈은 벙어리 돈이어서 뺏기가 쉬워요.

당장 쓸 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남편들도 모르는

돈이어서 고소도 못해요. 고소를 하더라도 대부분

무혐의 처리되니까요.

 

차용증을 쓰는 일이 없으니까 사기죄가 성립되기

힘들고 또한 조금이라도 갚은 흔적이 있으면 사기가

성립이 안되니까요.

저도 여러 차례 입건은 됐지만 폭력으로

두번 감옥생활을 했던 적을 빼고는 구속된 적이 없어요.”

 

 


춤 ? 술자리 ? 여관으로

 

그러면서 그는 실제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날도 카바레로 출근을 했어요. 여자들 네명이 앉아

술을 마시는데 한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설 줄 모르더라구요.

웨이터들이 뻔질나게 왔다갔 다 하더니

결국 자리에서 일어서더군요.

 

역시 제 예상대로 춤을 막 배운 수준이었어요.

남자도 실력이 시원찮으니 춤이 잘 될 리가 없었죠.

한곡 도 못추고 둘은 각각 제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그때 제가 춤을 청했죠. 한참을 빼더니 결국 제

담당웨이터에게 이끌려 플로어에 올랐죠. 전 철저하게

그녀를 위한 춤을 췄어요.

 

긴장하던 그녀가 점점 춤의 재미에 빠져들어가는 걸 느꼈죠.

남편하고만 잠자리를 가지는 여자들은 다른 남자

손을 잡으면 손이 차가워지거든요. 점점 손이

따뜻해지고 숨소리도 고르게 되더라구요.

 

전 서서히 춤의 강도를 높여갔고 그녀에게 춤의 절정을

느끼게 만들었죠. 춤을 추다 쉴 동안에는 대화를 통해

그녀가 미용실을 하고 남편이 중 동지역 근로자로 파견나갔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견적이 한 5천만원은 뜯어낼 수 있을 듯싶더군요.

다시 한번 플로어에서 춤의 진미를 맛보게 해준 다음 일방적으로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고 싶습니다’

하는 말을 남기고 그곳을 나왔죠.

 

그녀는 춤맛을 막 맛보았기 때문에 반드시 나올

  것이란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죠. 역시 다음 주

그 시간에 그녀는 혼자 나왔어요. 다시 나온 여자는

절대 제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없 다는

것을 그녀는 몰랐던 거죠.

 

춤을 추면 갈증이 나서 술을 마시게 마련이죠.

11시쯤 저녁이나 하자고 카바레를 나와 레스토랑으로

데려간 후 술을 더 시키면 분위기 때문에 안 마실 수가 없게 되죠.

보통 여자들이 맥주를 3병 이상 먹으면 취하잖아요.

그녀도 꽤 취했죠. 그때 그녀 옆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안겨와요.

 

춤이라는 것이 묘해서 처음 본 사람도 한번 손잡고

춤추고 나면 10년이상 만난 사람처럼 가깝게 느껴지거든요.

밤 11시가 넘어 손님이 거의 없는 레스토랑에서 더욱 은밀하게

접근해 들어가면 여자는 스스로 일어설 기력조차 상실하게 되죠.

그때 단 한마디 만 하면 되요. ‘자, 올라갑시다.’

 

여자는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여관 앞까지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여관 입구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하지 만 대개 잠깐만

쉬었다 가자고 하면 술기운을 깨고 싶은 마음도 들고

춤출 때의 매너가 생각나서 남자를 믿고 따라들어가지요.

여관 종업원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고 싶지도 않고.

 

 


돈을 뜯어낸 후엔 차버린다

 

일단 여관방 안에 들어가면 그걸로 모든 벽은 허물어져요.

남편 이외에 다른 남자 맛을 본 여자는 그것을 잊지 못해요.

춤과 성에 빠져들게 된 것이지요.

그녀도 그렇게 되었어요. 그렇게 한두 달 지난후 갑자기 연락을 끊어요.

그러면 그녀는 미칠 지경이 되지요.

 

보름쯤 후에 다시 연락을 해서 만나요. 그동안 일이

생겨서 연락할 수 없었다고. 그러면서 신문쪽지를 보여주지요.

지방에서 교통사고가 난 기사를 보여주며 사고낸 사람

 이 내 동생인데 법률용어를 동원해서 사고를 설명한 후

합의를 해야 동생이 풀려나는데 합의금 5천만원

중 2천만원이 부족하다며 도와달라고 하 면 얼씨구나

하고 돈을 내주지요.

 

돈으로 관계를 묶어두고 싶은 욕심에서요.

그런 식으로 몇 차례 돈을 뜯어낸 후 차버리는 겁니다.”

돈을 뜯어낸 후 여자를 차버리는 경우 가끔 여자들이

독을 품고 고소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 자기를

안 만나주고 다른 여자를 만나는 것을 보았을 때라고 한다.

“그녀를 한동안 만나지 않자 독이 올랐더라구요.

그럴 땐 떼내는 방법이 있지요. 다시 그녀를 몇번 만나다

기회를 봐서 여자를 먼저 여관에 올 려보낸 뒤

다른 제비를 집어넣는 거예요.

여자가 멋모르고 방문을 열어주었다가

일을 당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잠시 후 올라가서 현장을 덮치면 다른 제비는 책임을 여자에게

떠넘긴 후 사라져버리고 여자는 얼떨결에 당한 일이라

제대로 변명을 못하게 되요. 그때 화를 내고 나가버리면

여 자가 자신을 탓하며 고소할 생각을 못하지요.”

 

그는 15년 동안 7백명의 여자를 만나면서 수많은 일을 겪었을 것이다.

소설에 등장했던 것처럼 성불구의 남편을 가진 여자도 만났고,

자신의 아 이를 낳겠다는 재벌집 마나님도 있었다고 한다.

“청록카바레에서 만난 여자였는데 그 여자는 제비의 속된

춤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고고해 보였어요. 저도 그런

그녀에 반해 정성을 다해 춤을 추었지요. 홀 안에 모인

사람들이 우리 춤에 박수를 칠 정도로. 그녀도 제 춤이

마음에 들었는지 매주 목요일 만나자고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저를 집으로 초대하는 거예요.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 사장 딸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그 집을 오로지 자신과 나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놓았더라구요.

 

가족 사진을 치워놓고 제 잠옷까지 준비해놓았더라구요.

남편과 아이들이 시골로 갔다나요. 그 정도로 대담하고 색

다른 여자였어요.

또 어느날은 저를 친정에까지 데려가더니

아버지 무덤이라며 소개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뱃 속에 있는 아기 아버지를 죽은 아버 지께

소개하고 싶었다나요. 그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제비의 적은 꽃뱀과 웨이터

 

카바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웨이터다.
웨이터는 제비의 협조자이자 경계 대상이다.

웨이터는 단골 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춤 잘 추는 제비 들을 필요로

하지만 또한 자기 고객이 피해를 당해 발걸음을 끊지 않게 하기

위해 제비들을 견제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이광민씨도 그런 경험을 여러번 했다. 한 카바레를 자주 가다보니

웨이터가 자신의 정체를 눈치채게 되고 그러다 어느

돈많은 부인을 꼬시려는데 웨이터에게 제지당했다 고 한다.

 

줄잡아 7백명의 여자에게 1천만원씩만 뜯어냈다고 해도

꽤많은 수입을 올렸을 것이다. 그러면 그의 재산은 얼마나 될까?

수입과 재산상태를 물 어보았지만 끝끝내 밝히길 회피했다.

 

대부분 제비들은 건강 해치고 남는 건 후회뿐이라는 말만 했다.

제비에게는 돈이 아무리 많이 들어와도 쉽 게 나가게 마련이라며

그는 결정적으로 다른 제비에게 사기당하거나 꽃뱀에게 물려 모은

재산을 일거에 탕진하기도 했다고 한다.

 

보통 꽃뱀은 댄서출신이거나 춤 바람난 여자가 제비에 물려

패가망신한 후에 그래도 춤을 못 잊어 카바레에 들어온 경우다.

대부분 폭력배들과 결탁해서 서류상으로 혼인신고도 해놓고

남자들을 후린다고 한다.

 

제비들은 꽃뱀의 행태를 웬만큼 알고 있기에 쉽게 당하지 않지만 때로

그것을 역이용하는 경우도 있어 자신도 두번이나 걸려들었다고 한다.

첫번째는 처음 제비생활을 시작했을 때였고 두번째는

제비생활을 거의 그만둘 무 렵이었다고 한다.

 

“처음엔 보통 여자들처럼 춤도 잘 못추는 것 같아 보였어요.

스텝을 깊게 밟았더니 몸을 꿈틀거리면서도 반항을

못하는 폼이 배운 지 1년 미만 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마음먹고 여관까지 유인했는데 갑자기 남자들이

들이닥치며 벌거벗은 사진을 찍더라구요.

그 순간 아차하고 직감했죠. 그들은 나를 여관방에 가둬놓고

주민등록증을 빼앗아 구청에 가서 토지대장을 떼어가지고 오더니

집 한채로 해결하자고 흥정하더군요. 콩밥 3년 먹을 것인가

집을 빼앗길 것인가. 결국 눈 뜨고 당한 꼴이 되었죠.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여자가 바로 제가 다니던 교습소

원장에게 당해서 이혼까지 한 후 꽃뱀 길로 들어선 여자더라구요.

그렇게 돌고 도는 게 카바레 생리에요.”

 


신이 선택한 제비

 

그는 아직까지 얼굴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적이 한 번도 없다.

책이 출간된 후 계속되는 인터뷰 공세 속에서도

그는 정면사진을 한장도 찍지 않 았다. 심지어 SBS텔레비전의

‘한선교의 아침마당’에서도 뒷모습만 카메라로 잡았을 뿐이다.

왜 그는 얼굴을 밝히기 거부하는 것일까. 혹시 아 직도

그가 제비생활을 하기 때문에 얼굴 팔리기를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내가 얼굴을 밝히고 싶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제가 이 책을 쓴 것이 저 자신이 유명해지려고 한 것이 아니고

제비 피해자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이유여서 제 얼굴이 나가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제가 제비였다는 걸 제

아이들에게만은 알리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제비에게도 자식이란 존재는 두려움의 대상인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그의 가정이야기로 이어졌다. 소설에서

주인공 동철은 잠깐이나마 스탠드 바에서 근무했던

아내와 아들 하나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 이광민씨는

춤을 배우기 훨씬 전에 결혼을 했고 딸만 넷을 두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아내는 유흥업소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이라고 한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고 딸들도 현재 천주교와 관련된 직장을 다니고

 있을 정도로 신앙심이 깊다고 한다. 이광민씨 역시 천주교

집안에서 자라나 고등학교 3학년 때 영세를 받았다.

 

그래서 그는 제비생활을 하면서도 집에다가는 스탠드 바

지배인으로 있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일정한 날 급료라며 돈을 갖다주는 등

 집에선 전혀 의심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집안 분위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갈등이 심했다.

 

몇번이나 제비 생활을 청산하려 고 했지만 드라큐라가 낮에는

조용히 잠만 자다가 밤만 되면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고 피를

찾아나서는 것처럼 밤만 되면 저절로 준비하고 카바 레로 뛰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심한 갈등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94년 구치소에 들어가게 되자 마음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처럼 겪게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후 그는 신의 선택을 받아들여

아내와 아이들을 따라 동대문성당에 나가기 시작했고 술

담배도 끊고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참회도 하는 등

신 앙 생활로 들어섰다. 95년엔 견진성사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현재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다. 제비생활에서 그것이나마

건진 것도 다 아내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또한 ‘제비피해연구소’를

개설해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하기로

결심하고 준비중에 있다.

 

 이외에도 그는 경험을 살려 꽃뱀을 소재로 한 신작 소설을

준비중이고 성생활에 대한 책도 구상중이다. 남자의 바람기나

여자의 춤바람도 따지고 보면 성생활의 불만족에서 오는 것이므로

건강한 부부생활과 가정의 화목을 위해 성문제 해결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펴낸 <왕제비>와 준비중인 책으로

생긴 수입은 모두 연구소 운영에 쓸 계획 이다.

그것이 자신이 그동안 지은 죄를 조금이라도 세상에 갚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소설을 쓴 것은 제비를 위한 입문서나

유부녀들을 위한 카바레 가이드가 결코 아닙니다.

미리 경계하고 조심하자는 뜻에서 쓴 것입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것도 춤 때문에 가정이 파탄되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뜻에서입니다.”

 

요즘 다시 사교춤 바람이 일고 있다. 심야 성인 토크쇼에서는

볼룸댄스를 고정코너로 마련하기까지 했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나도 한 번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함정들에 빠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당신이 캬카바레 문을 들어서는 순간 제비 한 마리가

당신을 향해 날아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