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송기원 그럴줄 알았다 단 한번의 간통으로 하르르, 황홀하게 무너저 내릴 줄 알았다. 나도 없이 화냥년 해당화 목소리에도 칼이 달려, 부르는 유행가마다 피를 뿜어내던 어린 작부 붉게 어지러운 육신을 끝내 삭이지 못하고 백사장 가득한 해당화 터쳐나듯 밤바다에 그만 목숨을 던진 어린 작부 절대빈곤이 지배하던 50년대에 유년을 보낸 송기원은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자동기들이 종종 색주가로 팔려가던 것을 보곤 했다. 붉디붉은 꽃 해당화와 50년 전 친구들의 얼굴이 겹쳐지는 순간, 시인은 '생이란 본래가 서러운 것'이라는 진실을 새삼 깨달았지 않았을까. 복사꽃 갓난애에게 젖을 물리다 말고/ 사립문을 뛰쳐나온 갓 스물 새댁/ 아직도 뚝뚝 젖이 돋는 젖무덤을/ 말기에 넣을 새도 없이/ 뒤란 복사꽃 그늘로 스며드네..